쇠락의 길 걸어온 삼부토건, 결국 2천억원대 매물로
쇠락의 길 걸어온 삼부토건, 결국 2천억원대 매물로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2.0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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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5년만에 새주인 찾기…호반‧DS네트웍스‧대우산업개발물망
1호 건설사 명성 재건 노력 불구 경영 능력‧정치적 논란 휘말려
지분가치 936억원, 2배 수준 높은 매각가‧강성노조 등이 걸림돌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1호 건설사’에서 2015년 법정관리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온 삼부토건이 2000억원대 매물로 나왔다. 삼부토건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끊임없는 경영권 분쟁에 이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삼부토건이 매각 5년만에 또 새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부토건은 2017년 중국계 자본이 들어간 DST로봇(현 휴림로봇)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828억원에 매각되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에는 끊임없는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 주주는 지분 25%를 매각하기로 하고 삼정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번 매각은 대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를 비롯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을 함께 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중구에 있는 삼부토건 전경. 사진=김수은 기자
서울 중구에 있는 삼부토건 사옥. 사진=김수은 기자

현재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는 휴림로봇으로 지분 10.48%를 갖고 있으며 우진, 아레나글로벌 등이 주요 주주이다.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조남욱 회장이 보유한 주식과 사채 등을 매각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매자나 매각 추진 이유는 알려진 바 없으나 현재 호반건설, DS네트웍스, 대우산업개발 등 중견건설업체와 부동산 시행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호반건설과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인수후보로 거론된 기업들은 “삼부토건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국내 1호 건설사’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 이후 경부·경인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1호선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성장한 건설업체다.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도급순위 3~4위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1990년대 들어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우리은행 등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3068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2015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조남욱 전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은 상당 부분 감자 처리됐다. 삼부토건의 핵심 자산인 서울 강남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은 해외 투자 기업인 VSL코리아에 6900억원에 매각됐지만 신세계가 다시 인수해 조선팰리스호텔로 재개관했다. 

삼부토건은 2017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삼라마이더스와 대우산업개발, DST로봇 컨소시엄이 펼친 인수전에서 DST로봇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DST로봇은 중국 휴대폰 유통 기업인 ‘디신퉁’이 대주주였다. 삼부토건 인수 후 DST로봇은 무궁화신탁과 우진이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영사 우진인베스트먼트 등과 연합해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후 DST로봇과 우진 등 주주들 간의 경영권 다툼이 이어졌다. 

소모적인 경영권 분쟁이 수년간 지속돼 경영악화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계속되는 중국계 자본 논란에 DST로봇은 한국전자의 지분 투자를 계기로 사명을 휴림로봇으로 바꾸고 대주주를 교체해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높은 매각가‧편중된 사업구조‧강성 노조…매각 전망 어두워 

최근 삼부토건은 정치적 논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사 재직 시절 삼부토건 측으로부터 17차례에 걸쳐 명절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의 교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앞서 2020년 말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인 이계연 씨가 삼부토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테마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부토건 대주주와 삼정회계법인은 이달 중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604억원, 순이익 12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삼부토건의 현재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3744억원, 매각 대상 지분가치는 936억원에 불과해 시가보다 두 배 정도 높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삼부토건의 토목 사업 수주 물량은 33건으로 1조2177억원 규모다. 토목 사업에 비해 주택 부문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1960~1970년에 지어진 마포아파트나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공한 적이 있지만 삼부토건의 현재 주택사업 수주 물량은 24건으로 8935억원 규모이며 소비자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최근 건설업의 호황은 주택사업이 견인하고 있는 데다 건설업체 인수 후보들의 관심도 토목사업보다 주택사업에 쏠려있다. 삼부토건의 편중된 사업 구조는 인수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조건은 아닌 것이다. 

업계에서는 5년 전 매각 과정에서 사측과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강성노조’가 매각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부토건이 휴림로봇에 매각될 당시 노조는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회사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도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일각에서는 건설업이 현 정부에서 호황을 누려 매각이 순탄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대선 정국에서 부동산 정책의 변화나 정치적 논란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부토건의 핵심 자산이던 서울 강남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전경. 사진=이지경제
삼부토건의 핵심 자산이던 서울 강남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전경. 사진=이지경제

삼부토건 지분 매각설이 본격화된 9일 주가는 장중 10% 넘게 급등했다. 8일에 이어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9일 종가는 전일대비 10.04% 상승해 2465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매각 회의론 등의 영향으로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6.90% 하락한 2295원에 장을 마쳤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5년전 인수에 뛰어든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작년부터 삼부토건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있었다”며 “삼부토건 전환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고, 최대주주도 매각 의사를 보여 현재 경영권 매각까지 이어졌다.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매각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최대주주가 매각 주관사를 삼정회계법인으로 선정해 공개 매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각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의 분분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건설사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실제 현금 창출력 외에도 향후 개발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지자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삼부토건이 보유한 토지 자산이 많지 않은 것도 한계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토지 자산이 많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인수합병됐다”고 말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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