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변신은 무죄, ‘진화’하는 공간들
은행의 변신은 무죄, ‘진화’하는 공간들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2.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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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서 오프라인 공간과 디지털의 결합이 진행되는 가운데 은행 역시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혁을 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피지털.’

물리적 공간을 뜻하는 영어단어 ‘피지컬’과 아날로그에 대비되는 ‘디지털’의 합성어다. 체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과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 간의 결합을 의미하는 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된 온·오프라인의 융합으로 기존 업무공간이 편리한 문화·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크게 주목받은 단어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주목할 만한 금융소비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은 것도 바로 피지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2일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를 통해 올해에는 체험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과 편리한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한 공간 마케팅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64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거래 목적이 없어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자주 방문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1%를 차지했다. 이는 현재의 소비 트렌드가 단순히 거래 등 목적 중심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달리 말해 이제는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인 ‘팝업스토어(임시 매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제한된 시간에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그 특성상, 상호작용 위주의 체험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러한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최근 10~30대 전반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8세 이하 청소년 사이에서 전년 대비 236% 급증했으며, 29세 이하와 39세 이하 성인들 사이에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다만 은행 등 금융사 영업점의 경우, 공간 자체가 전문적 금융거래 등을 위한 목적 중심적으로 설계된 탓에 일반 유통업계 매장과 달리 파격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데는 다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다른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문화 경험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일례로 하나은행 개방형 수장고 ‘하트원’과 우리은행이 무신사와 협업해 임시로 운영하는 혁신점포 ‘원레코드(WON RE:CORD)’를 들 수 있다. 하트원은 본래 중복점포로 폐쇄됐던 을지로기업센터 지점의 유휴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은행이 보유한 다양한 미술품 전시 관람뿐 아니라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상대로 미술품 투자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원레코드는 은행권 최초로 시도한 브랜드 경험 중심의 팝업스토어로, 큐레이션 LP 청취, ATM 포토촬영, SNS 굿즈 이벤트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은행과 WON뱅킹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앞으로 금융사 공간은 본점·영업점·계열사 등이 전문 인력을 공유함으로써 종합 자산관리 등 업종을 초월한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화상 상담, 인공지능(AI) 뱅커, 지능형 자동화기기(STM) 등을 갖춘 디지털 특화 점포로의 변모도 기대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금융 목적 중심 오프라인 공간을 이미지, 역량 등을 고려해 다양화하고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오프라인 공간 내 사소한 요소의 차별화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각인하거나 구전효과를 유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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