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국민연금에 미칠 파급력은?
SVB 파산, 국민연금에 미칠 파급력은?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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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자산의 극히 일부 보유…하지만 위탁운용 고려 시 피해 확대 우려
국민연금기금이 최근 파산한 SVB는 물론, 그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미국 은행들에도 총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최근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으로 파산함에 따라 전 세계 은행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기를 몰고 올 도화선이 될 거란 전망마저 나오는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금제공을 목적으로 자산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기금이 파산한 SVB는 물론, 그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미국 은행들에도 총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달 13일, 금융·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러셀 3000지수에 포함된 총자산 100억달러 이상의 은행 중 자기자본 대비 마이너스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CI) 비율이 가장 큰 은행 20개를 추려 공개했다. AOCI는 일부 금융상품의 평가손익·해외사업 환산손익 등 당기순이익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포괄손익을 누적해 기록한 계정으로, 이번 파산 사태에서 문제가 된 매도가능증권의 미실현 평가액(손실) 역시 기타포괄손익의 하나로서 AOCI에 반영된다.

SVB는 지난해 말 매도가능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커지면서 AOCI가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자기자본 대비 마이너스 AOCI 비율도 높아졌다. 이번에 공개된 은행들 역시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고려하면 SVB와 유사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켓워치가 공개한 20개 은행은 ▲코메리카 ▲자이온스 뱅코프 ▲포퓰라 ▲키코프 ▲커뮤니티뱅크시스템 ▲커머스뱅크쉐어즈 ▲컬런/프로스트뱅커스 ▲퍼스트파이낸셜뱅크쉐어즈 ▲이스턴뱅크쉐어즈 ▲하트랜드파이낸셜USA ▲퍼스트뱅코프 ▲실버게이트캐피탈 ▲뱅크오브하와이 ▲시노부스파이낸셜 ▲앨라이파이낸셜 ▲WSFS파이낸셜 ▲피프스서드방코프 ▲퍼스트하와이안 ▲UMB파이낸셜 ▲시그니처뱅크다. 국민연금기금은 이 중 3개 은행(피프스서드방코프·키코프·앨리파이낸셜)에 대해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기금이 투자한 은행 중 퍼스트리퍼블릭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마이너스 AOCI 비율 자체는 낮아 해당 목록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자 마진 흐름이 좋지 않은 10개 은행 중 하나로 꼽혔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피프스서드방코프(3466만4848달러) ▲퍼스트리퍼블릭(3076만8327달러) ▲키코프(2924만4104달러) ▲앨리파이낸셜(452만4693달러)에 총 9920만달러(1297억원)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파산한 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그룹에 보유한 2319만6961달러(303억원) 규모의 지분가치를 제외한 것으로, SVB파이낸셜 그룹의 주가는 이미 지난해 말 220달러 수준에서 SVB 파산 여파로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인 이달 9일 106.04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기금의 투자현황이 따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만약 해당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그 손실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 회수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구나 13F 보고서는 국민연금기금이 직접 투자한 주식의 가치만 산정하므로 기금이 위탁운용사를 통해 투자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총 240조9000억원으로 이중 직접운용 규모는 40.8%(98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60%가량은 위탁운용사를 통해 투자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SVB파이낸셜 그룹을 포함한 5개 은행에 대한 국민연금기금의 직접투자 금액은 총 1600억원으로 기금 전체 해외주식 투자금액의 0.066%에 불과하다. 기금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0.018%)은 훨씬 작다. 다만 기금은 앞서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을 합산한 SVB파이낸셜 그룹에 대한 총 주식 투자 평가액을 2021년 말 기준 3624억원이라고 공시했는데, 이는 위탁운용까지 고려할 경우 5개 은행에 대한 투자금의 비중이 대폭 상향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개입에 따라 발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투자 주식의 향후 처리를 검토하기 위해 위탁운용사와 긴밀히 협조하는 중”이라며 “SVB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업종에 대한 파급효과도 세밀히 점검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를 진행한 다른 종목으로의 리스크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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