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하〉
[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하〉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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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부채의 만기 불일치, 36조원 규모 추가 재원 필요
최근 SVB 파산 사태에서도 주목받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는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다. 사진=뉴시스/AP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위기가 이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1년 저축은행 연쇄 부도 사건에 대한 기시감마저 든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SVB 파산 사태에서도 주목받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는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다.

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0조6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예수금(118조6800억원)의 76.4%에 해당한다.

반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규모는 54조8700억원으로 전체 대출금(116조2500억원)의 47.2%에 불과했다. 이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을 충당하기 위해선 35조8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것은 평시를 가정한 수치일 뿐, 은행 부실 우려가 커져 만기 1년을 초과하는 예금 고객마저 인출에 나설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SVB는 예금 고객의 대량 인출로 인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고자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보유한 유가증권을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은행의 이러한 행태는 그 자체로 손실확대 우려를 키워 이후 더 큰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했다.

물론 예대 업무 위주의 영업 구조상, 국내 저축은행의 자산부채 구조는 SVB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국내 저축은행들의 유가증권 비중은 총자산의 4% 수준으로, SVB(56.7%)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유사시 예금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추가 재원이 필요한 만큼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조5800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된 직후인 2021년 3분기(4조3600억원)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단기매매증권,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이 포함되며, 대표적으로는 주식과 채권이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으로 주식과 채권 시장 전반이 약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들 증권을 매각할 경우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규모가 예수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가증권마저 손실을 보고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저축은행의 유동성 확보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더욱이 지난 수년간 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과거 대비 비약적으로 빨라진 예금인출 속도는 은행 위기를 급격히 심화할 수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에서 보았듯 유동성 조달을 위한 보유 자산 매도 과정에서 평가손실 반영은 투자자 심리에 치명적”이라며 “거액예금 인출, 자산대비 단기화된 부채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위축된 PF 관련 심리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만큼 약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연초 대비 낮아진 금리 수준과 정부 지원책을 통해 벌어둔 시간 동안 저축은행은 경쟁적인 자산 확충을 지양하고, 손실 흡수를 위한 자본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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