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두산일가의 '쌈짓돈' 동현엔지니어링 손보나?
공정위, 두산일가의 '쌈짓돈' 동현엔지니어링 손보나?
  • 조경희
  • 승인 2012.03.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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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조짐 안보이면 노골적 일감 몰아주기 조사한다는 입장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 앞으로 두산그룹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는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재벌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도 넘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은 가장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두산측이 이를 시정해나가지 않을 것 같으면 두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치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공정위의 조사 및 수사착수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 만약 (부당내부거래) 문제가 있다면, 조사에 들어갈 수는 있다”며 추후 조사 가능성에 대해 내비쳤다.

 

동현엔지니어링은 두산 총수 일가가 전량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두산그룹계열사가 일감의 거의 전량을 이 회사에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그룹총수 일가는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지난해 5월 동현엔지니어링의 일감 몰아주기를 '물타기'하는 차원에서 동현엔지니어링을 두산모터스에 합병시켰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합병조치는 동현엔지니어링의 계열사 지분 의존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동현엔지니어링은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왔다”며 “합병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동차딜러사인 두산모터스와 건물관리업체인 동현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이종 업체 간 합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질적인 회사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동현엔지니어링에 대한 두산총수일가의 지분을 낮추기 위한 합병 작업이라는 것이다.

 

동현엔지니어링, 두산일가의 쌈짓돈(?)

 

동현엔지니어링은 1986년 10월 설립된 건물관리업체로 박용곤 명예회장 등 창업주 3세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건물관리 업체다. 지난 2005년 검찰이 이른바 `두산그룹 형제의 난`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로 밝혀지면서 정식으로 계열로 편입됐다.

 

기존 동현엔지니어링이 관리 중인 사업장은 두산타워, 두산빌딩, 연강재단, 교원비전센터, 교원드림센터, 잠실야구장, 두산인재기술원, 춘천콘도미니엄, 춘천컨트리클럽 등이다. 대부분 두산그룹과 관련된 곳이다.

 

이들 사업장과 경비, 청소, 주차장 관리, 각종 설비의 운전, 보수 및 제반시설 유지 등을 주계약으로 하는 관리 도급계약을 체결해 왔다.

 

동현엔지니어링은 2009년 매출 266억원 가운데 74%인 197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현엔지니어링에 일거리를 준 회사는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23억원)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61억원), 두산타워(52억원), 두산건설(21억원), 두산큐벡스(6억원), 오리콤(6억원), 두산베어스(5억원), 두산DST(4억원), 두산메카텍(4억원), 두산캐피탈(3억원), 두산엔진(2억원), 두산중공업(2억원) 등 무려 20개사에 이른다.

 

결국 그룹 계열사의 거의 대부분 일감이 동현엔지니어링으로 갔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회계법인은 동현엔지니어링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계열사와의 거래를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총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당기(2008년)와 전기 각각 82%와 84%였다”며 “이처럼 회사의 영업은 동 회사들과의 영업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영업관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동현엔지니어링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는 두산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현엔지니어링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박씨 형제’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현엔지니어링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분 37.19%(3만7189주)로 최대주주였다. 이어 그의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각각 24.79%(2만4794주)씩, 박용만 ㈜두산 회장이 13.22%(1만3223주)를 보유했다.

 

2009년 11월 자살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도 이들 형제들과 같이 동현엔지니어링 지분(19.87%·1만9868주)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형제의 난’이 터지고 난 후 그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2008년 6월 두산가 형제들에게 모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가 형제들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동현엔지니어링의 실적을 높였고 이들은 짭짤한 ‘용돈(?)’도 챙긴 꼴이 됐다. 동현엔지니어링은 2008년 중간배당 50억원, 연차배당 15억원 등 총 6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무려 354%의 초고배당으로 이 돈은 모두 두산가 형제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동현엔지니어링의 쌍둥이 형제 또 있다?

 

동현엔지니어링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두산 계열사는 또 있었다. 바로 ‘세계물류’다. 1996년 1월 설립된 세계물류는 복합 운송업체로 2008년 6월 법인이 해산됐다.

 

두산 그룹 측은 “회사의 사업 부진”이라고 설명했으나, 내부거래 해소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실제 ‘세계물류’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이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는 ▲2005년 59%(총매출 457억원-계열사 거래 271억원) ▲2006년 61%(425억원-258억원) ▲2007년 64%(414억원-265억원) ▲2008년 50%(301억원-150억원)로 나타났다.

 

지분도 동현엔지니어링과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박용곤 명예회장 29.8%(2만9800주), 박용오 전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성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현 회장 19.87%(1만9868주), 박용만 회장 10.59%(1만596주) 등 100%를 두산 오너일가가 소유였다.

 

이 같이 두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공정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경희 khcho@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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