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김영덕 기자]국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그간 수십년째 관행처럼 여겨졌던 그룹 계열 건설사 ‘그룹공사 몰아주기’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마다 '핵심 시설에 대한 기밀 유지' '비용 절감' '공사의 특수성' 등을 명분을 내걸고 은밀하게 계약했기 때문에 그 내용과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그룹의 경우 비상ㅇ장 건설사에 공사 물량을 몰아줘 오너 일가의 뱃속을 채우는 것이 아니냐는 거센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들 대기업들은 주로 계열 건설사에 공사를 몰아줄 때 수의계약 방칙을 채택한다. 이 역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지방 건설사나 중소 건설사는 어떤 내용의 공사가 있는 지도 모르고 또한 아예 입찰 기회조차 원천 봉쇄당해 왔다.
문제는 공사금액이 적정한지 어떻게 대금을 지불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사 실체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억짜리 공사를 300억에 발주해도 문제가 삼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SK-삼성-현대차그룹 등 건설사 일감 몰아주기는 기본‥해당 건설사 오너家 지분 일색
실제로 비상장사인 SK건설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전체 주식의 9.6%, SK㈜가 40%, SK케미칼이 25.4%를 보유 중에 있다. 특히 SK건설은 지난해 4월 SK텔레콤의 통신망 공사(2029억원)와 SK네트웍스의 신사옥 공사(886억원)를 수주하는 등 SK그룹 계열사 공사 1조3801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주식 1.37%를 보유 중인 것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보험 등이 13%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계열사들은 삼성그룹의 지분 구조상 오너가의 경영권과 관련 있는 회사들이다.
삼성물산 역시 '여수엑스포 삼성관' 공사(137억원), 기흥공장 남자 기숙사 신축 공사(378억원),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센터연구소 공사(22억원) 등 크고 작은 공사 2조5495억원어치를 삼성 계열사로부터 수주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역시 그룹에 편입된 지난해부터 현대제철 등에서 발주한 공사(4812억원)를 수주하기 시작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주요 건설물량을 수주했던 곳이 현대엠코다.
현대엠코도 경우 비공식으로 현대차그룹의 수백억대의 주요 건설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계열의 건설사 일감 몰아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그룹의 주요 사옥이나 연구소, 주요 공사는 당연히 그룹 계열 건설사가 하게 돼 있다. 그렇다보니 건설사가 살아남으려면 그룹사를 끼고 있어야 한다 말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기업 건설사들은 모 기업의 일감뿐만 아니라 광고도 많이 하다보니, 수도권 재개발 수주시장에서도 단연 힘을 발휘 한다”면서 “결국 지금처럼 불경기일때는 중견 건설사들은 일감이 부족해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동‥100억→50억으로 축소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기업 소속 20개 광고·물류·SI 분야의 매출액 중 71%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도가 넘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음달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계열사에 50억원 이상의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됐다.
다만 이사회 의결 시점에 건별 계약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공시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래대상, 거래금액 등 주요 내용을 계약체결방식 유형별로 일괄해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하도록 했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