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수장들의 엇갈린 금융정책, '뜨거운 감자' 쥐기 싫어
[기자수첩] 경제수장들의 엇갈린 금융정책, '뜨거운 감자' 쥐기 싫어
  • 이종근
  • 승인 2012.06.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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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경제 사령탑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보는 시각이 달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4대 경제수장들의 해법이 제각각인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4명의 경제수장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MB맨’들이다. 속칭 ‘모피아’(재정부관료 인맥) 내지 ‘금피아’(금융감독 인맥) 네트웍이라는 말까지 듣는 범청와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누가 봐도 ‘한 집안 식구’들이다. 그동안 각종 금융관련 정책에서 입을 착착 맞추며 공동보조를 잘 취해온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입맞춤을 가장 잘해야 할 시기인 위기의 순간에 이들은 겉돌고 있다. 위기를 보는 눈이 다를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 해법을 달리할 경우 국가의 ‘곳간관리’인 금융정책이 산으로 갈 위험성이 있다.

 

우선 학자 출신이면서 청와대 대통령실 라인의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전직 대학교수답게 항상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 우리경제를 거의 낙관하는 쪽에 있다. 물론 학자적 양심에 따른 소신 있는 낙관론이라고 보고 싶지만 청와대 눈치 보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있어온 지 오래다.

 

박 장관은 최근 안불망위(安不忘危)라는 말까지 꺼냈다. 편안한 가운데 위기나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지금은 평온하다는 생각의 에두른 표현이다. 그런 기재부가 최근 ‘상시점검체계’에서 ‘집중모니터링체제’로 경제 비상싸이렌을 돌렸다. 

 

또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안하겠다고 호언장담 하면서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미래의 ‘국민 노후자금’인 연금과 웬만하면 묻어두어야 할 비상금인 각종 기금을 꺼내 쓰겠다고 나섰다. 박 장관은 지금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권은 물론 한국은행 내에서 조차 ‘청와대 해바라기’라는 별칭을 듣는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낭떠러지 내지 절벽 효과’, ‘대불황’ 등의 화두를 꺼내들었다. 전자는 거미줄처럼 연결될 글로벌 금융망으로 인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위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후자는 미국의 대공황과 비유되는 글로벌 불황을 역시 우회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예전의 만만디에 가까울 정도였던 낙관론이 다소 변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총재는 늘 그렇듯이 매우 합리적인 언변을 대단히 잘 구사한다. 특히 글로벌 환경 변수론에는 대단히 능수능란한 논조를 일관되게 언급해 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은의 책무인 물가관리는 그 과정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김 총재도 박 장관처럼 입장이 낙관론에서 위기론으로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화려한 핑계(글로벌 위기론) 속에 치명적인 독(물가실패)을 숨기고 있기에 역시 겉과 속이 지극히 다르다. 

 

두 사람은 이런 점에서 보면 학자 출신, 청와대 라인, 낙관론자라는 ‘공통의 3박자’에 서로 맞장구 춤을 잘 추고 있다. 국가 최고의 막강한 1급 부처 수장과 금융계 대통령이라는 독립기관의 수장이 이처럼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안정론에 빠져 있을 때 국가경제와 금융계는 상상하지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계의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상처가 생명을 위협할 지경인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에 또 들러리를 서듯 곳간지기 행동대장격인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들도 이상하게 엇박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은 과거 재무국 시절의 노른자위 요직이었던 ‘이재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성향이 같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두 기관은 더욱이 금융감독위원회라는 한 집안에서 갈라져 나온 ‘한 지붕(금융) 두 가족(정책과 집행)’이기에 지금도 수시로 업무협조를 하고 주요이슈를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유로존의 위기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올지 모른다”며 잔뜩 겁을 준 반면 권 원장은 “2008년 리먼 사태처럼 심각한 상황은 없을 것” 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실 국민들에게 함께 머리를 조아리고 몸을 낮출 시기다. 저축은행 사태는 두 기관의 책임이 제일 크기 때문이다. 이는 두 기관이 목소리를 통일해 국민들에게 제2의 글로벌 위기에 대한 하나의 대응좌표를 설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문과 궤를 같이 한다. 두 사람은 지금 국민들에게 절대 혼선을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양 기관의 엇갈린 해석으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부위기에 미처 대응하지 못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은 위기이니 대비하라고 하는데 또 한쪽은 괜찮은 정도이니 경계만 하라고 하면 금융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대게 된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OECD 회원국에 비하면 외부위기의 충격에 지극히 약하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강한 충격시 3개월을 버티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의 관치라는 비닐하우스 속에서 커온 병증이다. 병충해에 지극히 약한 작물과 하등 다르지 않은 것이 국내 금융기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이 잘 안다.

 

이런 그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위기의 순간(유럽 재정위기)에 목소리를 달리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기의 변수 양쪽에 발을 동시에 담궈 여차하면 피해나갈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수장 4명의 공통점을 보면 ‘관치’라는 큰 틀의 수장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평상시에는 조이고 비틀고 하는 정책과 감독에 능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위기의 순간에는 혹시 모를 책임이라는 부메랑 때문에 그 기능에서 손을 놓는 식이다. 관치의 전형이다.

 

경제수장들은 지금 전 금융기관들에 대한 특단의 감독과 감시를 벌여야 한다. 다소 무리가 있더라고 자기자본 비율을 철저히 유지토록 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다양한 위기관리 코드를 작동시켜야 한다.

 

지금 유럽 재정위기라는 전무후무한 파고가 밀어닥칠 상황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그토록 관치를 잘하던 습관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경제수장들의 제각각 행보는 ‘뜨거운 감자’(금융위기)를 쥐지 않으려는 몰염치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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