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집유 금지…재판 앞둔 총수들 "어쩌나"
대기업 총수 집유 금지…재판 앞둔 총수들 "어쩌나"
  • 이성수
  • 승인 2012.07.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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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그룹 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를 보고 많이 놀랐다. 요즘 분위기가 살벌해진 것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병중이거나 고령일 경우 대부분 선처를 받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재판을 앞둔 대기업들이 당혹감을 넘어 실형 공포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거액의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재벌총수가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실형을 면하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90년 이후 실형받은 대기업 총수…'글쎄'

16일 민현주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23명의 의원이 제출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재벌 총수일가의 경제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남발을 막는 것이 초점이다.

개정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고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일 때는 10년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형기를 최저형량의 절반까지 작량감경해도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총수일가는 실형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민 의원은 "재벌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예전 총수들은 지은 죄에 비해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는 등 사실상 특혜를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뼈아픈 외침이 회자되곤 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 기준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이 모두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은 없었다.

게다가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사면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형 확정 뒤 일사천리로 진행돼 사면에 걸린 기간이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모두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질렀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엔론기업의 전 CEO가 분식회계로 종신형에 가까운 2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8월 괴담…재판 앞둔 총수들 "어쩌나"

문제는 8월이다. 검찰이 8월부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앞으로 재판부의 선고를 남겨둔 대기업 총수는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등 수사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질질'끌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달 전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8월16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었다. 이후 재판부의 인사이동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8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 회사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하이마트도 검찰 수사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M&A는 성사분위기지만, 대검 중수부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65)의 재산 해외도피와 탈세의혹을 수사 중이다.

LIG그룹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검찰이 300억원대 CP(기업어음) 부정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자원(77) 회장과 구본상(42·장남) LIG넥스원 부회장을 올 초 출국금지했다.

◇재계 "공감은 하지만"…정치인도 같은 잣대 적용 해야

재계는 일단 이번 새누리당의 개정안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인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동안 검찰 수사, 법원 판결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면 일부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총수뿐 아니라 고위 공무원, 정치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법 집행이 불평등하다'는 국민적 여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정치자금법 등도 개정해서 범죄에 연루된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한 임원은 "최근 여야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럽발 경제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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