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 보금자리주택의 명과 암
‘동전의 양면’, 보금자리주택의 명과 암
  • 서영욱
  • 승인 2012.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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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내집 마련 기회, 업계는 시장 침체의 주범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난 2009년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과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보금자리주택이 14일 강남지구에서 첫 입주를 시작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내집 마련을 꿈꿔온 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지만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이유로 부동산·건설업계 관계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강남보금자리는 전체 면적 93만9120㎡로 대지조성은 내년 말 완료될 예정이며, 약 6700호(민간분양 주택 1020호 포함)가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간 신도시와 전환지구에서 약 7000호 정도 입주했으나, 수도권 그린벨트 보금자리지구의 입주는 이번이 처음이라 보금자리주택 대기자들 뿐 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국민임대주택(A3블록, 884호)은 지난 8월 이미 주인을 찾았으며, 장기전세주택(A5, 508호) 등도 금년 말 입주자를 모집한다.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 집값 안정과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되살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주택공급에 앞장서면서 민간의 위축된 공급능력을 보완해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주택수급 불균형이나 집값 급등 가능성을 예방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다양한 임대주택(영구, 국민, 10년, 분납, 장기전세 등)과 중소형 분양주택을 골고루 공급해 종전 국민임대주택사업에서 발생했던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를 완화하고, 계층간 통합, 입주민 만족도 증가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강남지구 입주를 시작으로 보금자리주택 공급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임대주택 재고 확대, 맞춤형 주택 공급 등을 통해 서민 부담능력에 맞는 다양한 주거옵션이 제공돼 전월세 시장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보금자리정책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보금자리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되, 그동안 나타난 일부 문제점도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순기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시세의 80~85%에 공급되는 보금자리 분양주택이 당첨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주고 이로 인해 대기수요가 발생하면서 매매시장 위축과 전세대란, 건설사 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매년 15만가구씩 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작년까지 43만7000가구(수도권 30만1000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많이 식어 강남권을 제외하고 많은 곳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시범지구인 고양 원흥지구 등에서는 선착순 모집을 하고 있고 ‘로또’로 통했던 위례신도시에서도 사전예약자의 20% 이상이 본청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입지에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고 있어 굳이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민간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택수요자들의 생각이다.

 

또 보금자리사업을 추진한 MB정부가 들어선 후 전세 값이 평균 28%나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 2월부터 2012년 9월 10일 현재까지 수도권 전세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28.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서울이 28.23%로 가장 크게 올랐으며, 경기(27.31%), 신도시(24.80%), 인천(18.29%) 순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5년간 전세 값이 대폭 오른 이유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꼽고 있다. 이영호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입지 좋고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한 이상 소비자 입장에서 서둘러 주택을 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전세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보금자리주택이 부동산시장을 장기 침체에 빠뜨린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고 보금자리지구 인근에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보금자리가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보금자리와 같은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은 지금보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가 상승기로를 탈 때 공급하는 게 오히려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본의 경기 침체는 과도한 공공주택 공급이 큰 몫을 차지했다”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물량채우기 위주의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공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욱 syu@ez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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