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BMW 된서리 사연
콧대 높은 BMW 된서리 사연
  • 김주연
  • 승인 2012.12.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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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뉴스=김주연기자] 잘나가는 수입차, 하지만 사고 난 뒤 실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턱없이 비싼가 하면 잘못 수리돼 재차 서비스센터에 맡겨지는 등 애프터서비스(AS) 스트레스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차 본사 앞에서 ‘시위 퍼포먼스’까지 벌이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미니쿠퍼’ 차량을 BMW코리아에 수리를 맡겼다 4개월여 만에 폐차 상태로 돌려받은 차주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차량 소유주 정모(49)씨는 지난 7일부터 서울 중구 회현동 BMW코리아 본사 앞에 자신의 파손 차량을 세워놓고 ‘A/S 맡겼더니 사고차로 돌려주냐?’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S가 기막혀∼

3년 전 미니쿠퍼를 중고로 구입한 정씨는 지난 7월 계기판에 차량 이상을 알리는 체크 등이 들어오자 BMW코리아 판매사인 도이치모터스 서울 동대문점에 차량수리를 맡겼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측은 정씨에게 미션에 이상이 생겨 수리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세 달이 넘도록 수리는 끝나지 않았다. 정씨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측은 “수리 차량이 많이 밀려있다”, “부품을 독일에서 주문 배송 중이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끌었다. 수리기간이 계속 길어지자 도이치모터스 측은 급기야 ‘수리비 할인’, ‘수리비 면제’ 등의 이야기도 꺼냈다.

수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정씨는 지난달 16일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한 공업사로부터 “사고 차량을 방치하면 어떡하냐. 가져 가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게된 것이다. 이후 정씨가 확인한 결과 춘천에 방치된 사고 차량은 바로 그가 4개월 전 동대문점에 맡긴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차량을 진단하는 직원이 내 차량을 멋대로 몰고 나가 만취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이라며 “BMW라는 글로벌 기업이 AS를 받으려고 들어온 차량 관리를 이렇게 소홀하게 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정씨는 또 지난해 BMW코리아에 A/S를 맡겼다가 내비게이션을 도난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BMW는 차량을 인계하자마자 블랙박스를 제거하고 수리에 들어갔다”며 “차량을 돌려 받은 뒤 내비게이션이 사라진 것을 알고 BMW에 항의 했더니 보상해주겠다고 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내부 조사 결과 해당 직원이 개인적인 일로 차를 몰았다가 사고를 내고 차량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해당 직원은 해고 조치했고 도이치모터스 쪽에도 벌칙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대한 고객이 요구하는 보상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정씨가 원하는 보상 규모인 6000만원은 미니쿠퍼 신차 두 대에 가까운 금액”이라며 “2009년식인 차량의 연식을 고려한 잔존가치를 기준으로 2000만원을 보상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BMW 측이 ‘무상수리’ 운운할 때는 이미 차량이 사고가 난 뒤의 일이었다. 고객을 능욕한 행태에 대해 화가 난다”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놓고 BMW코리아와 도이치모터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고객차 몰다 음주사고
구입 직후 차량 시트부속서 녹 현상 발생

앞서 지난 6일에도 BMW코리아 본사 건물 앞에서 이색 시위가 벌어졌다. BMW 320d 차주 박모(36)씨는 녹차캔이 달린 BMW 모형자동차와 면봉, 녹차 성분이 든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무개념 상팔자 BMW코리아와 BMW 독일 본사를 위해 이 과분한 녹차를 내리노니 드시고 깨어나시고, 면봉을 드리노니 고객의 얘기를 들으시고, 휴지를 내리노니 X쌀 때마다 고객의 심정을 힘주어 생각하길 바란다”며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지난 3일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코오롱 모터스 앞에서 자신의 차량 앞 유리를 해머로 깨고 차량 보닛에 붉은색으로 ‘모태 녹차(출고될 때부터 녹이 슨 차)’라고 적은 바 있다.

한 달 전 리스로 4800만원에 이르는 BMW 320d를 구입한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시트에 녹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담당자의 형식적인 대응에 화가나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해당 차량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평생 보증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날 앞 유리가 깨진 320d를 직접 운전해 BMW코리아 본사가 입주한 건물을 찾은 박씨는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원래의 BMW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며 “BMW코리아는 방청처리를 하면 괜찮다고 하는데 방청제 성분을 알려달라 했더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자료없음’, 구체적인 성분은 ‘영업비밀’이라고 돼 있더라”고 밝혔다.

이어 “녹이 스는 문제에 대해 내놓은 유일한 대안이 방청처리인데 말도 안 되는 물질로 방청처리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본사 고객센터와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았다”며 BMW코리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보상 두고 갈등

박씨의 주장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차량 구입자 5000명에게 직접 연락을 해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녹이 심하게 슨 경우 무상교체도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이 운행이라든가 안전에 영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콜처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BMW코리아는 국내 수입 브랜드 가운데 던연 판매량 1위 업체다. 그러나 고객이 수리를 맡긴 차가 폐차로 컴백하고 녹슨 차가 팔리는 상황에서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김주연 kj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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