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어 잡느라 중어'는 그냥 놔준다?
공정위, '대어 잡느라 중어'는 그냥 놔준다?
  • 남라다
  • 승인 2013.04.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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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급 기업 일감몰아주기 의혹 일어도 인력난에 수수방관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칼을 빼든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본 총액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업인 '대어 잡기'에 바빠 기업집단에서 제외된 중형급 기업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와 공정위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막판 조율 중이어서 주목된다.

      

공정위가 지난 1일 대기업 집단을 지정해 발표한 62개 기업에 해당한다. 이 대기업 집단은 5조원 이상의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현행법상으로는 일감몰아주기를 적발해 제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현 공정거래법상에서는 경쟁업체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동종업계보다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는지 여부를 파악해 본사가 자회사를 부당지원 혐의를 입증하게 돼 있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까다로워 이를 조사하기가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렇다 보니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어 공정위와 국회가 개정안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강도높은 처벌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중인 사안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총수 일가가 자회사를 통한 부 축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 적용 대상 기업은 대기업 집단으로 한정됐다. 개정안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이 상당히 완화된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30%룰'이 도입된다. 일가의 범위는 총수 쪽 6촌 이내, 배우자 쪽 4촌 이내 친족으로 정해졌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이라면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을 때만 처벌된다. 부당 내부거래 판단 기준도 확대된다. 현행 법은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현저하게 유리한' 경우 부당 내부거래로 보지만 개정안에선 '상당히 유리한' 경우로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뿌리뽑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중형기업에 대해서는 현행법이 적용되게 됐다. 따라서 까다로운 법 적용을 받게된 중형기업은 사실상 내부거래 적발에서 제외된 셈이다.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중형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모도 만만치 않다. 오너일가 곳간 채우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굴지의 농심그룹은 오너일가가 100% 주식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세습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비상장 계열사는 쓰리에스포유, 언양농림개발, 농심엔지니어링, 이스턴웰스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다. 농심도 마찬가지였다.

 

쓰리에스포유는 신춘호 회장의 맏딸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이 2005년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해 신 부사장이 50%, 그의 두 딸이 각각 30%,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쓰리에스포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심그룹 계열사에 1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가장 많은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곳은 그룹 주력계열사인 농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 농심으로부터 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61억8,4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 2010 회계연도에는 106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2년새 매출액이 40억원이 넘게 수직상승한 것이다.

 

농심외 비상장 계열사에서도 일감을 몰아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그룹 주요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율촌화학(3억2,000여만 원), 메가마트(3억9,000여만 원), 태경농산(3억8,000여만 원), 농심기획(2억9,000여만 원), 엔디엔스(2억7,000여만 원), 농심엔지니어링(2억4,000여만 원), 농심캐피탈(8,000여만 원), 농심홀딩스(3,000여만 원) 등에서 총 17억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오리온도 계열사인 아이팩에게 70% 가량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아이팩은 1981년 설립돼 제과, 음료 등 식품류 포장지와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로 부동산 임대업도 하고 있다.

 

아이팩은 오리온으로부터 일감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 정도로 자생력이 떨어진다. 계열사를 통해서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602억원 가운데 478억원(7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아이팩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오리온(257억원),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221억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아이팩으로부터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받았다. 오리온(236억원),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92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아이팩의 총매출 587억원 중 428억원(73%)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다만 공정위 측은 이러한 일감몰아주기가 부당지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장 경쟁제한 등을 조사해 봐야 부당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부당지원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은 자산총액 2조754억원(3월14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식품 회사 오리온도 1조3,170억원(지난해 12.31일 기준) 수준.

 

중형급 기업인 농심과 오리온은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돼 공시의무도 없어 암암리에 계열사 곳간을 채워주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주무부처인 공정위의 인력난에 조사자체를 받지 않고 있어 법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는 대기업 부당지원을 조사할 사무관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이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내부거래를 담당하는 조사관은 1~2명에 불과하다"며 "때문에 62개 대기업 집단을 주력해서 조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들여다 봐야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장 경쟁 제한성과 현저하게 유리한 수준으로 거래가 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측은 대기업 집단 뿐 아니라 그외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도 공정위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농심 등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일감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의 재재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공정위가 조사하기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또 인력이 부족한 것도 기업의 내부거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인력을 충원해서 대기업의 전횡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 뿐 아니라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오너의 편법 증여도 문제다"면서 "국세청도 나서서 편법 증여에 과세 적용을 하는 식으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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