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연 한전 부사장 해임 미스터리>
한전, UAE원전 때문에 무리수 뒀나
<변준연 한전 부사장 해임 미스터리>
한전, UAE원전 때문에 무리수 뒀나
  • 서영욱
  • 승인 2010.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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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부품 사용까지 겹쳐 원전수출 누될까 ‘조마조마’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난 24일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해임조치였다. 변 부사장은 1977년 한전에 입사한 대표적인 ‘한전통’이자 몇 안 되는 원전 전문가였다. UAE원전 수출에 크게 기여하며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던 만큼 갑작스런 사임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유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이 문제였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로 논란이 인 가운데 변 부사장은 “거기(밀양)가 터가 좀 세고 다른 데를 (공사)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천주교, 반핵단체가 개입돼 있다”며 “주민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세뇌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한전은 반나절 만에 변 부사장의 사표를 제출받았다. 한전은 해명자료를 통해 “변준연 해외담당 부사장이 본인 소관 업무가 아닌 송전탑 건설공사와 관련해 매우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책임을 물어 전격 사표를 제출받았다”며 “특히 변 부사장의 발언 중 특정 단체, 특정 종교를 언급한 부분은 밀양 송전선로 건설에 임하는 한전의 입장과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는 발언이 37년간 한전에 몸담아 오면서 원전 수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변 부사장을 해임시킬 정도의 발언이었는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변 부사장을 알고 있는 에너지업계 관계자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종교단체, 반핵단체 등의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밀양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어졌었다. 지난 3월 결성된 ‘밀양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는 “외부세력 개입으로 주민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고, 주민 간 반목과 불화가 발생하는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4일 바른사회 시민회의도 “좌파-환경단체 등 철새 시위꾼들은 즉각 밀양을 떠나라”며 “이들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럽게 변 부사장의 사임 이유는 다른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변 부사장은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고 동일모델인 신고리 3호기가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만큼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밝힌 것.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명분이 눈속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간 한전은 송전탑 공사 재개 이유를 “신고리 3,4호기가 곧 완공되는데 송전탑이 건설이 안 되면 무용지물로 전락해 전력수급 불안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한전이 8년 동안 끌어온 공사를 이제서야 강행한 이유가 UAE원전 때문이라는 코드가 맞아 떨어지면서 상황은 한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사이에서도 최근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UAE 원전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변 부사장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특히 변 부사장은 30년간 한전 원자력부서에서 일하며 2007년 원자력사업처장, 2011년 부사장 겸 원전수출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원전 수출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신빙성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UAE에 수출한 원전의 페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밀양 송전탑공사를 강행하게 됐다는데, 주민들은 탄식과 허탈함, 그리고 극한 분노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UAE원전과 관련된 의혹에서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변 전 부사장의 해임과 함께 밝힌 해명자료에서도 UAE원전에 관한 내용은 일체 포함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 신고리 3호기 가동이 늦어지면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이어 “해임 이유가 꼭 UAE원전 관련 발언 때문이라기보다는 본인 소관이 아닌 업무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부적절했다는 판단”이라며 “변 부사장이 회사 내에서도 높은 신뢰를 받아왔던 만큼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등은 UAE 원전 계약서를 공개하고 의혹을 불식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생태환경특별위원회는 27일 논평을 내고 “최근 사임한 변준연 부사장의 발언을 통해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UAE 원전 수주를 둘러싼 이명박 정권의 사기적 행태로 인한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다”며 “UAE 원전 수출이 담고 있는 핵폐기물 재처리와 100억 달러 대출 조건 등 여러 논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측도 “UAE원전 수출계약 조건에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100% 가동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문다는 점도 밝혀졌다”며 “대화를 하자는 주민들을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려는 검은 속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력당국은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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