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휴대폰 유통 ③] “단통법이 능사는 아니지만…”
[기형적인 휴대폰 유통 ③] “단통법이 능사는 아니지만…”
  • 이어진
  • 승인 2013.12.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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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논란 제조사-정부 정면 충돌, 시민·단체들은 '환영'


[이지경제=이어진 기자] 국내 휴대폰 시장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조사들은 ‘휴대폰 산업이 다 죽는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정부는 ‘침소봉대’라고 맞서고 있다. 휴대폰 판매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이 기회를 빌어서라도 보조금으로 대변되는 휴대폰 유통구조를 뜯어고치자고 성토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산업 전반에 드리워진 보조금 문제를 짚어봤다.

◆제조사 “휴대폰 산업 다 죽는다”, 정부 “침소봉대”

보조금으로 혼탁해진 국내 휴대폰 시장을 고치기 위해 정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내놨다. 휴대폰 보조금과 판매인들에게 돌아가는 장려금에 대한 공시 의무를 통해 투명화하고 가입자 간 부당 차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그러나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단통법이 최근 들어 끊임없는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아닌 제조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제조사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휴대폰 산업이 죽는다’며 강력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사들의 반발에 미래부 최문기 장관, 윤종록 제2차관, 방통위 이경재 위원장까지 나서서 법안 통과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만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으로 인해 국내 휴대폰 유통 시장이 ‘기형적’으로 변했으며 시장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단통법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야간 특가’, ‘보조금 지방 원정대’, ‘마이너스폰’ 등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동일 단말기라 할지라도 시기, 장소, 지역 등에 따라 200~300% 넘게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용자간 차별이 경쟁에 의한 합리적인 가격 차별이 아닌 소비자에 대한 정상적인 가격 전달체계가 왜곡된 전형적인 ‘시장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불투명한 보조금과 장려금으로 인해 단말기 구입 및 서비스 가입 시 소비자 차별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음성적으로 고가 요금제 가입과 연계돼 사용,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통신 과소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보조금으로 인해 국내 단말기 시장이 ‘프리미엄폰’ 위주로 형성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프리미엄폰과 베이직폰의 우리나라 평균 공급가는 전 세계 48개국 중 2위로 가장 비싼 편에 속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휴대폰 평균 공급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415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66달러에 비해 2.5배 높은 수치다.

미래부는 제조사와의 정면 충돌 이후 해명 자료를 통해 “제조사가 중저가 휴대폰 시장 형성에는 소극적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 교체율과 고가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 소비자의 가계통신비 부담은 외면하겠다는 것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들은 단말 장려금을 공개할 경우 시장 경쟁력이 저하돼 국내 휴대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제조사들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단통법을 가장 반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과 판매 장려금을 규제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있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작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매출에 목을 메고 있는데 장려금 규모가 해외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장려금이 외국보다 높으면 해외 이통사에서 동일한 금액을 요구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제조사들은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긴 하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팬택의 경우도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시장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전체 휴대폰 시장의 파이가 줄 것이고, 팬택을 찾는 소비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논란 핵심은 ‘높은 출고가’

사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출고가’다. 높은 출고가 논란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내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단골 손님이다. 갤럭시S2 시절부터 해외 보다 국내 출고가가 비싸다는 논란은 지속돼왔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기형적’으로 중저가 제품은 시장에서 출시되지 않고 프리미엄급 제품으로만 구성돼왔다.

삼성전자는 높은 출고가 논란과 관련해 “DMB, 내비게이션, UX 등 국내 사용자를 겨냥한 특화 서비스들 때문에 높은 것”이라고 해명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능들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출고가가 높다는 지적들이 제기돼 왔다.

갤럭시노트 등의 제품이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도 구매할 사람들은 ‘제 값’주고 구매한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출시 1~3개월 된 신제품을 대상으로 보조금이나, 장려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시간 동안 제조사들은 출고가 그대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챙긴다. 이후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합쳐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출하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 대리점주는 “간혹 실적을 맞추기 위해 이통사들이 더 많이 지급하는 경향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보조금의 60% 이상은 제조사로부터 나온다”며 “국내 이통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사의 높은 출고가다. 출고가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 휴대폰 원가가 45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보조금 안 쓰고 팔면 되는데 그러질 않는다”며 출고가가 인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가 나서서 단말 출고가를 인하하면 좋으련만, 정부는 시장에 관여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출고가 인하에 대한 대안으로 단통법을 제시한 것이라 보고 있다.



◆논란의 단통법, “일단 유통구조만이라도 고치자”

단통법은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있게 한 근본적인 원인인 출고가를 정부가 강제해 내릴 수는 없다. 대신 일단 유통구조만이라도 개선해 보조금으로 점칠된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고 출고가를 인하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단통법에는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의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거주지역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홈페이지 등에 단말기 별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를 공시하도록 규정해 보조금 지급에 있어서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해진 공시 기간 내 이통사별, 단말기별로 공시된 보조금만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이동통신사들의 경우는 단발기 별 할인액 수준을 사전에 알기 쉽게 공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년 약정의 경우 보조금을 적용해 단말 할부원금이 얼마이며, 매달 이동통신료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내야 하는지 사전에 미리 알기 쉽게 알려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단통법은 대리점과 판매점별로 들쭉날쭉하던 보조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시 보조금의 15% 내에서 보조금 추가 지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살펴보면 2개의 용어가 등장한다. 장려금과 보조금이다. 장려금은 판매점들에게,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가는 혜택으로 구분해 놓은 것. 단통법에서는 대리점과 판매점별로 들쭉날쭉하던 보조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리점주들에게 지급되는 장려금의 15% 내에서 보조금 추가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반 대리점이나 판매점들과 비교해 보조금을 더 얹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10월 벌어진 하이마트발 갤럭시S4 대란은 이 같은 단적인 예다. 단통법에서는 판매점에게 지급되는 장려금의 15% 한도 내에서만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 대리점이나 대형 유통업체나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

이동통신판매인협회 이종천 간사는 “장려금의 15%만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건 소형 판매점이건 모두 공정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가격이 같은 대신 서비스로 경쟁을 하도록 법으로 명시된 것”이라며 “15% 한도 적용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판매점 입장에서도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통법은 서비스 가입 시 단말기 보조금이나 요금할인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경우 보조금을 통해 단말을 일시 할인 받아 구입하는 형태의 소비만 이뤄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경우는 휴대폰을 한 번 구입하면 2년 이상 오래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의 경우 정보의 부족, 호객행위를 하는 폰팔이들로 인해 보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급제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경우도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로 기존 이통사들의 요금할인만 적용받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단통법은 기존 보조금 형태의 가입방식과 더불어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 등 단독 가입자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 가입자들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담고 있다.

◆판매인?시민단체 “단통법 환영”

일단 휴대폰 판매인들은 단통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단통법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해도 판매인들은 법에 다소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었지만 정부와 협의 끝에 문제가 되는 조항들을 다소 수정한 상태다.

판매인들은 단통법이 통과되면 시장이 투명해져 일명 ‘폰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대형마트나, 온라인, 오프라인이 모두 비슷한 조건에서 판매할 수 밖에 없어 이들 간의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동통신판매인협회 이종천 간사는 “대리점, 판매점주들 중 어느 누가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고 싶겠는가. 판매인협회는 미래부와 단통법 협의를 하면서 ‘소비자 편익’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갔다”며 “제조사들 입장에서 마케팅 툴로 보조금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 경제나 휴대폰 유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통법이 통과되면 휴대폰 시장이 보다 투명해져서 대리점과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이때가 되면 서비스 경쟁력에 따라 판매량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매인협회는 단통법이 통과되고 시장에서 안착되면 향후 판매인 인증제, 옴부즈맨 등 자체적인 유통 구조 시정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종천 간사는 “판매인들도 표준화돼야 한다. 단말기에 있어서 전문가는 판매인들이다. 판매인들을 대상으로 전문 인증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시장에서 판매인들이 접하는 소식이 누구보다 빠르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보조금이 다시 펼쳐지게 된다면 우리가 방통위에 조사를 요청할 수 도 있는 일이다. 옴부즈맨 같은 활동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인들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단통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비싼 프리미엄 단말기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고가 단말기 위주의 시장 수요가 고착화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또 국내 이동통신시장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bluebloodm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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