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3천억원 사기대출'…풀리지 않는 의문점
KT 자회사 ?'3천억원 사기대출'…풀리지 않는 의문점
  • 신관식
  • 승인 2014.02.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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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과 KT ENS 뜨거운 책임공방, 공모자와 돈의 행방은?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은 KT ENS 소속 직원이 협력업체와 공모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에서 2800억원의 대출 사기를 벌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출사기와 관련 은행권과 KT ENS의 책임공방이 뜨겁다. 11일 오전 경찰은 대출사기 관련 KT ENS 협렵업체 6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나섰지만, 책임소재 및 돈의 행방를 포함해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너무 많다.


금융권에도 조력자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 규모의 대출사기와 관련, 또 다른 직원은 물론이고 금융사 직원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1일 "KT ENS와 협력업체의 수상한 자금 흐름, 은행의 업무 절차 등을 고려하면 KT ENS 내부의 다른 조력자와 여신 실무에 해박한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허위매출에 대한 대출금 돌려막기로 매월 돌아오는 원리금 상환기일을 꼬박꼬박 지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원리금 입금이 늦어지면 은행은 대출기업(KT ENS)의 자금담당 부서에 곧바로 확인, 범행이 발각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강조했다.

13개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 만기를 정확히 지켜 내부통제의 감시망을 피하고, 타행 송금으로 보내오는 대출 원리금 입금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여신심사 시스템의 허점을 노렸다는 점에서 금융사 직원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해 규모가 1,624억원으로 가장 큰 하나은행의 경우 2009년 이후 월평균 3차례씩 매출채권 확인서를 꾸며 제출하는 수법으로 사기대출이 이뤄졌다. 하나은행에만 수십 차례, 13개 금융회사에 수백 차례 제출된 매출채권확인서에는 품목, 매출일자, 대금지급일자 등의 내용이 담기고 KT ENS의 법인인감이 도용됐다.

또 하나은행이 관리하는 SPC 신탁 계좌에 'KT ENS' 명의로 입금된 은행이 모두 타행이라는 점은 금융권 조력자를 의심케 한다.

내부 감사 목적으로 의심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자행(自行) 입금과 달리, 타행 입금은 계좌 조회가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에 KT ENS 직원, NC쏘울, 금융회사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가세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6년여간 17개 금융사에 품목, 매출일자, 대금지급일자 등의 내용이 담긴 매출채권 확인서를 수백차례 제출했으며, 이 확인서에는 KT ENS의 법인인감이 도용됐다. 책임 소재를 놓고 은행권과 KT ENS 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법인 인감도장의 진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국민·농협은행이 내부 점검을 한 결과 KT ENS 직원 김모씨가 은행에 제출한 법인 인감이 위조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감 발급번호를 넣어보니 등기소에서 발급된 것이 맞았다”며 “은행에 제출된 게 KT ENS 법인 인감으로 확인된 만큼 책임은 인감 관리를 잘못한 KT ENS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KT ENS는 법인 인감도장이 진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KT ENS 관계자는 “지난해 8월 1일자로 사명을 KT네트웍스에서 KT ENS로 바꿔 법인 인감 및 사용 인감이 변경됐다”며 “일부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양도승낙서를 보면 사명은 KT ENS인데 인감은 KT네트웍스로 돼 있어 위조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 대출건과 관련해 은행연합회에 KT ENS의 지급보증 사실이 등재돼 있지 않아 지급보증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김씨가 인감카드나 PIN번호를 어떻게 알고 접근했는지 KT ENS측도 의아하다"고 했다.

은행들이 KT ENS의 공시만 제대로 살폈어도 화근을 없앴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T ENS가 지난해부터 휴대전화 납품을 중단했는데 KT ENS와 협력업체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여신 규모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은행도 감쪽같이 속인 특수목적법인(SPC)

이번 사기대출에 연루된 하나, 국민, 농협은행 등 3개 은행이 대출해준 특수목적법인(SPC)은 중앙스타, 쏘울앤스마트, 은하수제1차, 은하수제2차, 세븐스타 등 모두 5곳으로 밝혀졌다.

이 중 KT ENS 납품업체인 NS쏘울이 중앙스타, 쏘울앤스마트, 은하수제1차, 은하수제2차 등 4개의 SPC를 단독으로 설립했고, 세븐스타는 중앙티앤씨, NS쏘울, 아이지일렉콤이 함께 설립한 SPC이다.

은행 저축은행 등 16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벌어진 3,000억원대의 대출 사기는 사실상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티앤씨는 스마트 주변기기 제조 및 유통업체로 NS쏘울, 아이지일렉콤 등을 비롯해 5개 SPC들과 지분 관계로 연결돼 있다.

서울 역삼동 NS쏘울 본사에는 지하 2층~지상 4층 건물에 NS쏘울F&S를 비롯해 중앙티앤씨까지 함께 입주해 있다. 이 건물에 입주한 또 다른 업체 엠스타일도 중앙티앤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4개의 SPC를 설립한 NS쏘울의 대표이사인 전모씨는 '바지사장' 역할을 해왔고, 현재 해외로 도피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 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는 중앙티앤씨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일 “특수목적법인(SPC)을 주도한 NS쏘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앙티앤씨가 이번 대출 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중앙티앤씨 등 이들 업체는 서로 지분관계를 맺어 사실상 한 회사처럼 움직였다”고 밝혔다.

중앙티앤씨의 최대주주(2012년 말 기준 66.25% 보유)는 서정기 한국스마트산업협회 회장이다. 공교롭게도 중앙티엔씨, NS쏘울, 아이지일렉콤 등은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이 1대 명예회장을 맡았던 한국스마트산업협회 회원사이기도 하다.

NS쏘울은 자본금 11억5천만원에 불과한 영세 납품업체다. 그런데도 중앙스타(2,300억원)와 쏘울앤스마트(500억원), 은하수제1차(250억원), 은하수제2차(250억원) 등의 SPC를 통해 모두 3,300억원을 대출받았다. 또다른 SPC 세븐스타의 600억원 대출까지 합치면 2008년부터 국내 16개 금융회사에서의 사기대출 금액은 총 3,900억원에 이른다.

중앙티앤씨, NS쏘울, 아이지일렉콤 등 6개사는 2008년부터 10개의 SPC를 설립해 은행 등에서 사기 대출을 받았다. 이들 회사 사이의 지분관계는 수천억원이 되는 대출금(잔액)의 용처와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대출금이 흘러간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사기,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SPC를 설립해 대출을 받은 KT ENS 납품업체는 대출금 상환시 입금자명을 NS쏘울 등의 회사이름이 아닌 KT ENS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출금을 상환할 때는 다른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며 은행의 의심을 피했다.

KT ENS 직원인 시스템영업 부장 김 모(51)씨와 공모해 매출채권을 KT ENS에서 발행한 것처럼 위조하고 입금자명도 KT ENS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은행들을 속여온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사기에 가담한 김 모씨는 누구였으며 이로 인해 얻은 이익은 무엇일까.

몇년동안 은행 등 금융기관을 감쪽같이 속일 능력이 있었다면 왜 중간에서 거액의 대출금을 가로채지 않았을까. 만약 거액을 중간에서 가로챘다면 해외 도피 등을 하지 않고 경찰에 자진 출두했을까 하는 등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또 이 돈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였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김 씨는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납품 업체가 원청업체에게 물품을 납품한 뒤 구매 대금이 입금되기 전에 미리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는 이른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로 협력업체는 이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로부터 수천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금액은 하나은행 1,624억원, 농협은행 296억원, 국민은행 296억원 등 총 2,216억원이다. 이외 BS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10곳에서 800억원을 대출 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출 사기를 벌인 김모씨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갔는지에 대해 별로 밝혀진 점이 없다는 점이다. 협력업체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리스비 등 최소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5년 넘게 협력업체가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얘기다.

더군다나 KT ENS에 따르면 김 모씨는 재무담당이나 구매업무와는 상관없는 영업직원이다. 대출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자 KT ENS는 인재개발팀에 소속으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명예퇴직 대상이었으나 퇴직을 시키지 못해 대기 발령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회사가 자르지 못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은행 및 KT내부에 추가적인 공모자 없이 거액의 사기대출 목적으로 금융사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하게 모든 관련 서류가 위조되는 과정을 직원 1명이 전부 했다고 하기에는 의문점이 많기 때문이다.

2,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거액의 대출이 이루어졌고 관련 서류가 모두 정교하게 위조되는 등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수년 간 KT ENS 측은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은행 및 KT내부에 추가적인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최근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석채 전 KT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성만 전 KT ENS 대표이사는 다른 자회사 대표들과 함께 교체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황창규 회장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에 불만을 품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나가면서 그동안 내부에서 벌어졌던 비리 등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성만 KT ENS 대표이사는 서유열 KT 사장과 같은 '영포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성만 KT ENS 대표이사는 KT 수도권강북본부장을 맡고 있다가 2009년 1월 이석채 회장의 취임에 맞춰 시행된 인사에서 KT ENS의 전신인 네트워크부문장으로 선임됐다. 2013년 네트워크부문이 자회사화 되면서 김성만 당시 부문장은 KT ENS의 대표이사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KT의 곪은 고름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동안 전임 회장과 낙하산 임원들이 벌인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등지에 있는 KT ENS 협렵업체 6곳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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