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가 형제들 내부거래…경제민주화는 '귓등'
농심가 형제들 내부거래…경제민주화는 '귓등'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4.03.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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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트 일감은 형님들과…경쟁사 사업기회 차단 가능성 농후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새우깡, 신라면으로 업계를 평정한 농심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찍부터 투명경영을 자부해오며 지주회사 체제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만들었지만 농심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들이 나누어 가진 두개의 지주회사에 딸린 자회사끼리의 내부거래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형제간 내부거래라 독립경영이나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멀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외침도 '마이동풍'이라는 지적이 더이상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농심의 신춘호(82) 회장은 독립경영을 표방하며 지난 2003년 일찌감치 아들들에게 경영승계를 마쳤다.

타회사에 비해 투명경영을 자부해오며 1999년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만들고 형제들은 농심홀딩스, 메가마트 두개의 지주회사를 나눠 가졌다. 장남인 신동원(56) (주)농심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56)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을 확보했고, 삼남인 신동익(54) 메가마트 부회장은 ‘메가마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중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이 지분의 57.9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계열사들은 사실상 그룹에서 분리된 것과 다름 없다. 형제간 지분구조가 얽혀있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형님들인 신동원·동윤 부회장 등이 농심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구획 정리를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구조는 분리돼 있을지언정 메가마트 관련 계열사들의 실적은 농심 형님들과의 꾸준한 내부거래로 이어져 있었다.

 
지주회사 농심홀딩스, 그리고 메가마트

지난해 말 기준 농심은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를 비롯해 총 29개 계열사(국내 17, 해외 12개)를 보유한 그룹이다. 신 회장은 지주회사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농심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에게 지주회사 주식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후계구도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계열사인 농심(대표 박준) 주식 1,323억원 정도, 율촌화학(대표 신동윤) 주식 430억원 어치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전체 오너 일가 보유 주식 가치의 32%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아직도 막대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농심의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는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주식 36.8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농심그룹의 지배구도의 정점에 있다. 또 농심홀딩스는 핵심 계열사인 농심 지분을 32.72%나 보유한 최대주주다.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19.69% 보유하고 있어 2대주주다. 이미 장남과 차남이 농심의 지주회사 농심홀딩스의 주인인 셈이다.

하지만 그룹 집단 내 17개의 국내 계열사 중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 체제에 있는 계열사는 7개에 불과하고, 7개사는 지주회사 밖에 있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현재 57.9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그룹내 별도 지주회사체제를 형성했다.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물려받은 후 그룹 내 또 하나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3개사를 제외하면, 메가마트는 그룹내 또하나의 지주회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메가마트, 형님들에 기댄 내부거래는 여전

지난 13일 금감원이 전자공시한 메가마트의 '201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메가마트는 엔디에스(54%), 호텔농심(100%), 뉴테라넥스(67%), 농심미분(40%), 농심캐피탈(8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 체제의 지주회사격인 메가마트는 △2011년 매출액 약 6,004억원, 영업이익 약 142억원, 당기순이익 약 94억원 △2012년 매출액 약 6,048억원, 영업이익 약 171억원, 당기순이익 약 95억원 △2013년 매출액 7,466억원, 영업이익 약 203억원, 당기순이익 약 96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내부거래액은 2012년에 약 350억원(5.79%) 가량이고, 2013년에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351억원인 4.7%에 불과했다. 내부거래 비난은 피했다.

하지만 메가마트 자회사들의 실적을 보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 신동익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메가마트 체제 내 일부 계열사들이 농심과의 내부거래를 두고 일각에서는 “말 뿐인 투명경영, 사실상 오너일가의 쌈짓돈을 챙겨주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호텔농심은 △2011년 매출액 약 409억원, 영업이익 약 2.3억원, 당기순이익 약 6.2억원 △2012년 매출액 약 408억원, 영업이익 약 1.4억원, 당기순이익 약 5.3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이 중 내부거래액은 2011년 약 97억원(23.7%), 2012년 약 180억원( 44.12%) 등을 나타냈다.

농심이 소유한 부지에서 호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결국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는 집안 형님들에서 나온 셈이다.

엔디에스는 △2011년 매출액 약 733억원, 영업이익 약 16억원, 당기순이익 약 11억원 △2012년 매출액 약 749억원, 영업이익 약 14억원, 당기순이익 약 20억원 △2013년 매출액 약 903억원, 당기순이익 약 20억원 등이다.

특히 엔디에스의 매출액 중 대부분은 용역수익이 차지했는데 그 비중은 2011년 67.5%(약 495억원), 2012년 56.3%(약 422억원) 등이었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 약 290억원(39.5%), 2012년 약 317억원(42.3%), 2013년 약 316억원(35%) 등을 각각 보였다.

특히 농심미분은 매출액의 거의 전량을 메가마트가 아닌 ㈜농심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쌀가루 생산 및 가공회사인 농심미분은 2011년에는 74억원의 총매출 가운데 99%가 농심에서 나왔고, 2012년에는 매출액 67억원 중 70%가 넘는 49억원을 농심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또 2013년에는 총 80억원의 매출액 중 농심에서 37억의 매출을 올려줬다.

또 농심캐피탈은 △2011년 영업수익(매출액) 약 75억원, 영업손실 약 15억원, 당기순손실 약 11억원 △2012년 영업수익(매출액) 약 88억원, 영업이익 약 13억원, 당기순이익 약 10억원, △2013년 매출 약 89억원, 당기순이익 약 4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보다 호텔농심에서의 차입금액이 눈에 띄었다. 2011년, 2012년, 2013년 각각 100억원, 85억원, 85억원씩 호텔농심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신기술사업자 등에 투자되어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메가마트는 지주회사보다 자회사들을 통해 꾸준히 농심 형님들과의 내부거래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금감원 전자공시는 2013년도 한해의 재무제표에 따른 것으로 새정부의 정책기조였던 경제민주화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삼고 공정거래를 외쳤지만 농심가 형제들은 이에 아랑곳 않은 채 정부정책을 귓등으로 흘려넘기며 형제간 내부거래는 줄이지 않았다.

농심과 메가마트 측은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적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지난 MB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완화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이후, 정부의 칼날이 무뎌진 틈을 타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관계 없는 회사들이 오너가 형제란 이유로 일감을 주고받는 내부거래는 경제민주화 차원을 떠나 경쟁회사의 사업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했다.


신관식 기자 shi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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