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한 번에 그룹 ‘마비’…SI업종 ‘일감몰아주기’ 심각
화재 한 번에 그룹 ‘마비’…SI업종 ‘일감몰아주기’ 심각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4.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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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현대오토에버·롯데정보통신 등 경제민주화 불구 내부거래 증가
▲ 경기 과천시 별양동 삼성SDS 과천센터에서 불이 나 삼성 금융계열사 서비스가 마비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뉴시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삼성SDS 과천센터 화재로 삼성 금융계열사 서비스가 수일 간 차질을 빚었다. 사태 수습이 늦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 계열사들의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 같은 사고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벌들은 SI(시스템통합) 업종 특성상 회사 내부를 잘 알아야 하고 기밀 자료도 취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룹 내 SI업체에게 일감을 과하게 몰아주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 과천센터는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백업데이터를 보관하는 등 시스템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단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룹 내 금융서비스 전 분야에서 큰 차질을 빚었다.

삼성SDS는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비판받는 대표적인 재벌그룹 계열사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세 자녀가 주요주주인데, 삼성SDS는 이들에게 지난 5년간 141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삼성SDS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SI 업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바람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더욱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의 2013년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삼성SDS의 매출액은 전년 6조1,059억원보다 15% 늘어난 7조46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5,056억원, 당기순이익은 3,26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연결재무제표로 내부거래금액은 전년 3조4,463억원에서 4조6,158억원으로 급증했다. 무려 1조원이 넘게 증가했는데, 매출의 65%가 내부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그룹 내 SI업체에 일감이 몰리는 현상은 삼성그룹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SI업종으로 나타났다. 컴퓨터프로그래밍, SI 업종은 총 28개 집단, 49개 회사에서 내부거래비중이 62.33%에 이르렀다.

삼성 외에도 현재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집단들은 그룹 내 SI업체에 데이터관리를 맡기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파주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그룹 내 SI기업인 현대오토에버에게 관리를 맡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1조3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중 대부분의 매출인 9,144억원을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였다.

가장 많은 일감을 몰아준 곳은 현대자동차로 2,684억원의 어치의 일감을 줬고 뒤를 이어 현대카드가 930억원, 기아차가 818억원대 매출 거래를 기록했다. 현대오토에버의 2012년 내부거래 매출은 7,952억원 보다 1,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대오토에버의 주요 주주로 현대·기아차그룹 오너 일가가 자리잡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20.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고 정몽구 회장도 10%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29.9%, 현대모비스 20%, 기아차 역시 20%의 지분을 확보한 주요 주주로 올라있다. 내부거래 비율이 90%에 육박해 공정위 규제 대상이다.

롯데카드,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이 속한 롯데그룹은 가산동에 UBIT센터를 세우고 역시 SI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운영을 맡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무척 높은데, 지난해 기록한 7,802억원의 매출 중 4,868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60%를 넘었다. 이중 롯데쇼핑이 903억원의 일감을 줬고, 롯데카드가 844억원, 호텔롯데가 313억원, 우리홈쇼핑이 265억원의 매출 거래를 기록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오너 일가 지분율이 15%로 신동빈 그룹 회장이 7.5%,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4%, 신영자 사장이 3.5%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리아(34.5%), 대흥기획(28.1%)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이 100%를 차지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에 무방비상태다.

이에 정부는 자산 5조원 이상 43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총수가족 지분과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월 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대기업들이 전산시스템 관련 업무를 주로 IBM이나 오라클 같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기밀보호를 이유로 SI계열사에 일을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I는 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총수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이들이 일감을 따낸 뒤 다시 하청을 줘 ‘갑질’을 하는 경우가 허다해 부작용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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