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는데 여행업계는 '아사직전'…왜?
시장 커지는데 여행업계는 '아사직전'…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4.04.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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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갑질·저가' 찾는 여행객이 시장 왜곡
 

[이지경제=이호영 기자] 해마다 덩치를 키우고 있는 국내 인바운드(방한 해외 여행객) 여행시장은 중국 '여유법' 시행에도 초반 몇 달을 제외하면 별다른 요동없이 '요우커'의 대규모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행업계의 동반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업계 먹이사슬로 보면 정상에 놓인 '항공사'와의 '갑을 관계', 그리고 최저가 여행상품을 만들고 팔기 위해 되풀이되는 병폐적인 수익구조가 업계의 발전과 '자생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면 과제의 선결이 요구되지만 개선될 기미는 요원하다.

지난해 '항공권 발권 수수료' 폐지 후 딱히 이렇다 할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현재 여행업계는 줄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의 열악한 상황과 갈등은 지난해 7월 25개 현지 여행사(랜드사)가 '채권단'을 결성, 미수금 형사소송을 진행한 '디디투어' 사태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디디투어' 사태는 업계가 최저가 상품을 강행하면서 만연한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 무한경쟁 내몰린 ‘항공사’…항공권 발권 수수료 ‘9%’서 ‘0’로


먼저 당장 여행업계를 '아사직전'으로 몰아간 원인으로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항공 티켓 발권 수수료 폐지(이하 '제로컴')의 시행이 꼽히고 있다.

항공권 발권을 대행해준 여행사들에게 건당 9%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던 항공사들이 '제로컴' 시행에 돌입하자 도산하는 여행사들이 속출했다. 이후 업계에 불어닥친 후폭풍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었다. 대한항공 티켓 가격이 만약 왕복 129만원이었다면 예전에는 이를 판 여행사에 대한항공이 9%인 약 11만 6,000원의 판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했던 것.

먼저 '대한항공'(대표 이상균)과 '아시아나항공'(대표 김수천) 양민항사는 2008년 상반기부터 여행사에 지급하던 항공권 발권 대행 수수료율을 7%로 낮췄다가 이후 2010년 1월 1일부터 수수료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뒤이어 외항사들도 ‘제로컴’을 이어갔다.

업계는 향후 TASF(여행업무 취급수수료) 등의 정착으로 수수료 다양화를 모색했지만 별다른 수익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아직까지도 업계는 '발권 수수료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여행사는 현재 ‘블록’을 통한 항공권 할인 등으로 항공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항공권을 판매한다고 해도 수익을 얻지 못하면서 사실 두 업계간 ‘상생’의 고리는 단절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같은 '발권 수수료'의 일방적인 폐지는 항공사의 여행사에 대한 대표적인 '갑질'로 꼽히고 있지만 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의 생존을 위해 업계간 '상생'보다 여행업계쯤이야 가볍게 털어내고 있다는 것.

여행업계에서는 항공사의 선처를 바라는 분위기지만 이미 무한경쟁에 진입한 항공사는 업계에는 향후 더 가혹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실제로 모 여행사 관계자는 LCC(저비용항공사) 항공권 기반의 패키지 상품을 게시했다가 국적사 판매담당자로부터 "LCC 상품을 팔면 각오하라"며 심지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야 했다.

제로컴 시행 전부터 ‘발권 수수료’와 함께 발권 규모별로 여행사마다 지급했던 VI(볼륨 인센티브, 이하 인센티브)가 대안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급 대상이나 범위, 그리고 규모면에서 지급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고 업체나 상황마다 일정치 않기 때문에 그동안 여행사마다 항공 티켓을 팔면 개당 일괄적으로 9%의 수수료를 지급해준 발권수수료를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항공사가 항공권 발권 물량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이같은 인센티브는 업계에서는 '하나투어' 등 대규모 홀세일 업체들을 위한 제도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 여행사로서는 항공사가 제시하는 인센티브 지급기준을 충족시키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시아나항공의 인센티브 지급 기준은 운송 실적이 전년 대비 100%이상, 시장점유율 95%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월 발권액 전년 동기 대비 100%이상인 여행사 중에서 '시장점유율'을 따져 총 발권액의 1~4% 수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권액이 그 이전 년도 발권액을 넘지 못했다면 기존에 인센티브를 받던 여행사일지라도 한푼도 받지 못할 것이 뻔해 ‘전전긍긍’해야 했다.

발권 수수료 폐지 후 이같은 인센티브마저도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여행사 사정은 아랑곳 않고 항공사들은 '판매 확대'를 위한 각종 조건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어떤 항공사는 애당초 공지와 달리 전년 대비 모객을 3% 더 추가 달성하라는 요구까지 하며 목줄을 죄고 있다. 현재는 이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항공사는 여행사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소위 '갑질' 중이다.

◆ '저가' 상품찾는 여행객
소규모 현지여행사 '적자' 강요 병폐구조·‘지상비’마저 못 받아 

여기에 업계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저가'만을 고집하는 여행객이다.

여행객 수요에 부응, '여행상품' 단가를 낮춘 여행사들은 그 비용을 고스란히 랜드사들에게 전가했다. 여행사로부터 여행 현지 행사 진행을 따내려는 랜드사들간 경쟁으로 업계내에서는 '마이너스 투어 피'(원가 이하의 여행 진행 경비)로 인한 적자 운영이 당연시됐다.

이 가운데는 문제의 '디디투어'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수익이 급격히 악화된 '디디투어'의 도산이 임박해오자 25개 랜드사들이 '채권단'을 구성해 6억원 가량의 미수금 상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디디투어'를 형사 고소한 25개 '랜드사 채권단'의 움직임 이면에는 이같은 여행사와 랜드사들의 '갑을관계'로 인한 갈등이 존재했다.

그동안 랜드사들은 업계 먹이사슬의 말단에 존재하면서 '지상비' 등 모든 경비 부담과 떠안아왔기 때문. 랜드사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행사'를 수주 받아왔다.

여행사들이 가이드 등 여행지에서 직접 일정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여행사들은 관광 일정에 따라 숙박, 교통편을 배합, 3박 4일이든 4박 5일이든 여행상품을 만들어 팔 뿐 일정 진행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특정 여행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소규모 현지 여행사들이 맡는다. 이같은 현지 여행사를 ‘랜드사’라고 한다.

여행객 가이드를 포함, 여행지에서 직접 여행 일정을 진행하는 이들 ‘랜드사’ 업계는 수주 경쟁으로 인해 적자 운영이 만연돼 있다.

여기에 '미수금'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디디투어' 채권단에 따르면 받지 못한 미수금은 2009년 행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익 악화에 시달리면서 도산 위기에 몰린 '디디투어'가 랜드사들의 결제를 차일피일 미뤄온 대금은 약 6억원에 달했고 밝혀지지 않은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디디투어'의 랜드사들은 만성적인 적자 운영에 '지상비'(여행 진행 경비)까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업계의 치부는 여행업계가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으로서 발전하려면 짜내야 할 '고름'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다름 아닌 일정 내용이나 숙박편, 교통편 등 상품의 내용이 기준이 아니라 단지 '최저가'만 기준으로 '여행상품'을 고르는 여행객의 선택이 초래한 업계의 병폐 구조라는 것이다.

랜드사들은 그 동안 '마이너스 투어 피'를 메우기 위해 여행객에게 현지에서 '쇼핑이나 관광 옵션'을 강요하는 등 왜곡된 행태를 일삼아 왔고 이는 여행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워왔다.

결국 악순환의 구조 속에서 여행업계는 성장은 커녕 내부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향후 여행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FIT(자유여행) 여행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업계의 생존은 여행사들의 맞춤형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화를 통한 다양한 생존방법 모색은 당장 생존 위기에 몰린 중소여행사와 랜드사들의 실상을 개선하는 데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디디투어' 채권단 중 여행업계에서 말단 '을'에 위치한 한 랜드사 관계자는 "몇 년째 미수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도 있다"며 "그러려니 하고 봐도 여행사들이 랜드사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디디투어'는 아직까지 영업 중이지만 랜드사들은 미수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현재는 업계 내외부적으로 이같은 병폐 구조에 대한 여러 개선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여행 소비자들의 여행상품의 '가격'만이 아닌 '내용'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안목과 그같은 안목을 키워내는 여행 문화 등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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