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란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6.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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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도입취지 동의하지만 세부내용 이견…기업·보험사 ‘촉각’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1989년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은 선주사인 액슨(EXXON)사의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 25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액슨 발데즈호 원유 유출 사고 이후 환경오염에 대해 제도적 대응이 이뤄져 유조선의 경우 바다와 원유탱크 사이의 격벽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설계방식이 의무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태안반도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의 대규모 원유 유출사고가 있었으나, 벌금 총액은 6,000만원이었고 안전 및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별다른 제도적 변화는 없었다.

올해 우리나라는 세월호 침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 경주리조트 붕괴 등 유난히도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여러 사고로 경영진의 책임이 부각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추진됐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통과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무분별하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최근 국내에서 이 제도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고에 대해 경영자 책임과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의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여부를 둔 자체적인 문제와 도입시 기업에 보험 적용을 해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추진됐다. 올 초 터진 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정무위원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야는 당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지만 적용대상과 책임입증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여야는 신용정보회사 등 신용정보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신용정보 주체가 입은 손해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배상의 책임을 인정키로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신용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만 돼도 징벌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 측에서는 피해 입증주체의 문제를 놓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에게 입증의 책임을 지도록 했을 때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면 징벌을 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민법 일부 개정을 통해 항만, 항공, 철도 등 교통이용 관련 사고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징벌적 제재로 인한 불법행위 예방효과에 있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경우 예상 배상액은 일용직 노동자의 생애 예상소득 수준”이라며 “영국, 미국 등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효과를 인정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가해자가 사망자의 기대여명 동안의 평생소득과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보상해 준다고 해도 이는 유족과 사망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는 것일 뿐, 가해자가 관리 소홀 및 불법행위로 인한 징벌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원석 위원은 또 “불법행위에 대한 형법적 처벌 대상도 실무자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을 경우 기업의 최고 경영자 혹은 소유자는 불법행위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징벌적 보상금을 노린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불법행위에 대한 형법적 처벌이 존재하므로 금전적 부과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보험가입 가능여부이다. 즉 기업이 징벌로 지불해야 할 금액을 보험료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있는데, 보험가입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보험가입은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의 사적계약이므로 제도적으로 금지할 수 없고 보험가입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원래 목적인 징벌효과를 무력화 시킬 수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보험료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인상을 통해 선량한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배상액에 대한 예상이 어려워 보험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반론하고 있다.

정 위원은 “기업이 징벌로서 지불해야 할 비용을 보험료를 통해 선량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사회적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업의 안전관리 강화로 사고발생이 줄어들 수 있으나 이에 대한 보험가입이 허용될 경우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및 배상금액 산정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보험회사는 이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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