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이호영 기자] '지역상권 보호'를 앞세우는 예비 지자체 일꾼들과 '소비자 결정권'을 내세우는 대형마트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향후 영업 여건이 여전히 녹록치 않거나 더욱 팍팍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대형마트 3개사와 대기업 슈퍼마켓(SSM)들이 서울행정법원 등에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일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른 지자체 조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중에 유통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이 헌재에 제출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말 유통업체들이 제기한 '유통법 영업제한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심판 사건을 각하한지 4개월만에 다시 "강제 휴무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고 유통업체 협력사와 농가 매출까지 감소했다"며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일에 대해 헌재 심판을 요청한 것.
이같은 업계 상황에 역행해 3일 소상공인 살리기 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6·4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선거 막판 마무리 유세에 돌입한 후보자들의 70% 가량이 대형마트 규제 강화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총 16개 정당 중 '정의당'과 '녹색당' 2개 정당정도가 대형마트 진입 규제를 정책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대형마트 출점제한에 대해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원들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후보는 대형마트의 매장수가 가장 많고 평균 매출보다 높은 점포가 몰려있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주요 후보자들이라는 점에서 대형마트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
도지사 후보로는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와 이시종 새정치연합 충북도지사 후보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두 후보 모두 대형마트와 SSM 출점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1월 28일 출점제한구역을 '도ㆍ농 복합형태의 시 지역 전체'로 확대 방안을 제안했고 이시종 새정치연합 충북도지사는 최근 '대형마트ㆍSSM 총량제'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나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 등 서울시장 주요 후보자들은 전통시장의 시설 확충과 활성화 프로젝트를 공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한 적어도 '현상유지'를 공언했다.
현재 서울시는 조례 개정으로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로 고정시켰고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도 일요 휴무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콩나물 등 50여가지 품목의 대형마트 판매를 제한하려 했으나 소비자와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이 심하게 반발해 현재는 망원시장 홈플러스 한 곳만 협의를 통해 15개 품목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형마트들은 "실제 마트 휴무일일 때 소비자들은 재래 시장이나 동네 가게를 찾는 게 아니라 문을 연 다른 점포를 찾고 있다.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키는 꼴"이라며 유명무실한 마트 규제에 불만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한편 현재 정당별로는 2개당이 '지역상권보호'를 이유로 10개 기본정책에서 대형마트의 입점 자체를 규제하거나 의무휴일제 강화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은 ''을' 편한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대형마트 허가제 도입과 의무휴일제 강화, 대형 유통업체 상품공급점 규제, 그리고 농협 하나로 마트의 독점적 특권 개혁을 통한 국내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ㆍ노동ㆍ일자리 부문에서 6대 주요정책과 25개 세부정책을 제시한 '녹색당'도 대형마트 동네 상권 진입금지와 상가임차인보호 제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세부공약으로 대형 할인마트 입점 규제 강화와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당은 유통업계 이해와는 반대되는 공약이 많은 편인데 '24시간 영업 및 야간 영업' 규제도 공약으로 제시돼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