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 못해 먹겠네”
“더러워 못해 먹겠네”
  • 유병철
  • 승인 2010.10.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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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뒷담화> PD들 톱스타 캐스팅 ‘신세한탄’ 사연

스타 ‘파워’가 거세다. 스타는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앞세워 21세기 연예산업의 최고 권력자로 대접받고 있다.

 

과거 드라마, 영화,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제작자, 감독 등으로부터 ‘점지되기를 기다리는’ 피동적 존재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고르고 출연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동적 존재로 변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스타 자신의 캐스팅 여부에 따라 작품 자체의 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파워’를 지니게 됐다.

 

여기에 스타들을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들이 외주의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하면서 스타의 위상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스타를 모시려면 방송사 최고위층이 ‘발 벗고’ 나서야 되는 게 현실이다.

 

이는 톱스타가 소속된 기획사가 드라마 제작에 직접 나서기 때문이다.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앞세우는 최대 무기가 바로 ‘스타 파워’다.

 

방송국과 달리 특별한 제작 인프라가 없이도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난제로 여겨지는 캐스팅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예능 PD들에게 “캐스팅이 어려워 프로그램 못 만들겠다”는 한숨 섞인 넋두리를 듣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MBC 드라마국의 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이 일을 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사람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며 캐스팅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스타 파워’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방송사들은 스타를 모시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 붓는다. 톱 클래스 연기자를 캐스팅하는데 ‘회당 2000만원 플러스 알파’의 몸값을 아낌없이 제시할 정도다.

 

 

 

거금을 들여서라도 ‘스타’를 캐스팅할 수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 ‘배역이 원했던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다’ ‘상대배우의 이름값이 낮다’는 등을 이유로 출연 약속을 해놓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에 ‘출연고사’를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

 

스타 파워를 앞세운 제작방식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나설 경우 특정 연기자에 대해 어울리는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제작이 가능해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그만큼 완성도가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스타급 연기자 몇 명 외에 신인을 확보해 두고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스타 출연을 담보로 아직 트레이닝이 되지 않은 신인 연기자들을 투입한다거나 소속 연기자에 작품의 초점을 너무 맞춘 나머지 전체적인 작품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드라마 제작)과 유통망(프로그램 송출 및 편성권)을 동시에 맡았던 방송사들이 ‘저비용 고효율’을 쫓아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하면서 외주제작사들의 입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유통망을 가진 방송사에게 끌려만 갔던 외주제작사들이 스타급 캐스팅과 탄탄한 대본을 내세워 점차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외주제작사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송출 및 편성권 등을 쥔 유통업자(방송사)가 셀까, 아니면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를 갖고 있는 생산업자(외주제작사)의 힘이 더 셀까.

 

양 측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TV전파를 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허나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방송사가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스타들이 참여한 작품을 외면할 수도 없다. 분명한 건 외주제작사가 아직은 방송사의 하도급업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많은 외주제작사들이 서로 방송사의 하청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외주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주는 제작비가 턱없이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모 프로덕션의 대표 K씨는 “미니시리즈 1편의 제작비가 보통 1억5000만원~2억원 정도인데 현재 방송 3사가 우리에게 지급하는 제작비는 형편없다. SBS는 회당 7000만원, MBC는 9000만원, 그마나 KBS가 가장 나은 회당 1억원 가량이다. 톱스타 몇 명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결국 무리하게 간접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SBS의 한 PD는 “<파리의 연인>의 경우 방송 초반 SBS가 회당 6500만원의 제작비를 지급했으며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제작비 지급액을 조금씩 늘렸다”며 “대부분의 외주제작사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방송 편성권을 따내려고 스타 연기자 혹은 스타 작가를 영입하는데 과도한 돈을 지출하고, 이것이 모두 빚이 돼 작품을 할 때마다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 해외 판권 비율은 방송사가 40%, 외주 제작사가 40%, 그리고 판매 대행을 맡은 프로덕션이 20%씩을 나눠 갖는다.

 

외주 제작사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가져간다’는 속담을 들먹이며 지금보다 판권 비율을 높여달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외주 제작사들의 지나친 득세를 경계하면서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해결책은 양 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길 밖에 없다. 양질의 드라마 콘텐츠가 경쟁력이다. 방송사가 수준 높은 드라마 제작환경을 만들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제작비 현실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아울러 드라마 저작권 보유 주체를 합리적인 선에서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드라마 컨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우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철 yb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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