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반영하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키로 했던 것이 불발됐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는 전날 정 회장 부자가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공지를 보냈으나 13일 지분 매각의 불발됐다고 밝혔다.
이유는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 13% 가량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의 물량이 방대하고,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딜 이후 잔여지분 29.99%를 현대 오너가 계속 보유한다는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도 매각 불발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후 잔여 지분을 오너가에서 계속 보유한다면 시장에서 소화됐을 것"이라며 "이번 딜 이후에 잔여지분이 매물화된다는 전제에서는 가격에 대해 시각이 달려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매각 물량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천170주(13.4%)로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착수했었다. 매각 단가는 전일 종가보다 7.5∼12% 내린 주당 26만4천∼27만7천500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이는 작업의 일환으로 내다봤다. 글로비스의 지분을 팔고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해 현대·기아차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2일 현대 측은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매각을 추진한 것은 경영권 승계 차원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정 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경영권 승계보다는 지배구조 쪽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은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매각을 시도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3년 공정거래법 및 지난해 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상장 회사 중 특수관계인(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보유한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와의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경우 이익제공기업과 수혜기업은 물론, 특수관계인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록딜의 재개 여부에 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블록딜을 재개할지 안할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도 "재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이번 거래 무산으로 현대글로비스 매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산다는 기존 승계 시나리오는 당분간 다시 시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됐던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현대모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13일 9시1분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5.0%(4만5천원)하락한 25만5천원에 거래 중이다. 장 시작 전 동시호가부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신관식 기자 shin@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