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복 통한 정몽준의 현대중공업 장막경영
심복 통한 정몽준의 현대중공업 장막경영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3.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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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축구협회 활동 가삼현씨 사내이사 내정, "글로벌기업 맞나" 비판 쇄도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로 정몽준 최대주주의 핵심 심복이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최대주주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의 최측근으로 구성된 사내이사진과 장남인 정기선 상무를 통해 사실상 뒤에서 회사를 쥐락펴락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들이 모두 사법기관 출신 법조인으로 구성돼 글로벌 기업의 특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측근 3인방에 상무 아들까지…족벌경영 비난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울산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정기주총을 열 예정이다. 상정된 안건은 41기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현대중공업 이사회는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로 가삼현 부사장을 지목했다. 가 부사장은 정몽준 최대주주가 대한축구협회장 등 축구에 전념할 때 그의 옆에서 보좌관역을 한 핵심 심복이다.

▲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심복들을 통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받고 있다

1957년생인 가삼현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그러다 1993년 정몽준 최대주주가 대한축구협회장에 선임되면서 그를 따라 협회에 들어가 대외협력국장, 한일월드컵 조직위 운영본부장, 축구협회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정 최대주주를 보좌했다.

2008년 정 최대주주가 서울 동작구을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2009년 7월 가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 상무로 복귀해 전무,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조선3사 통합 선박영업 대표직을 맡고 있다.

가 부사장이 사내이사진에 합류하면 3명의 사내이사가 모두 정 최대주주의 최측근들로 구성된다. 현재 사내이사는 최길선 그룹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있고, 1명이 공석이다.

정주영 선대 회장이 직접 발탁했다는 선박 통으로 유명한 최길선 회장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정 최대주주가 어릴 때부터 가르쳐 그의 가정교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권오갑 사장은 정유업계 만년 꼴찌이던 현대오일뱅크를 흑자로 돌려 세운 경영능력으로 정 최대주주의 신임을 받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들 3인방에 정 최대주주의 장남인 32살의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 상무까지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선박기업에 맞는 전문 경영은 실종되고 오로지 정 최대주주 일가만을 위한 족벌 경영, 측근 경영만이 판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외이사가 모두 사법기관 출신 법조인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이들을 견제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까지 역할에 맞지 않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현 사외이사는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편호범 국가회계기준센터 소장(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3명이며, 1명 공석자리에 송기영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전 서울민사지법 판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4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정부나 사법기관 출신 법조인들인 것이다.

▲ 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때의 모습

경기 흐름에 민감한 글로벌 선박업체의 사외이사에 경제, 경영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정적 조사나 사법적 판단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일종의 로비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사측은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 패해 현재 항소 중이다. 이번 판결로 사측은 노조에 6300억원의 미지급 임금을 내줘야 한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도 나온 사안인 만큼 사측에 밀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측이 변호인단으로 국내 5위권의 법무법인을 선정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예정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적 다툼 등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법조인 사외이사들을 로비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있으나 마나 내부거래위원회
사내 및 사외이사진들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이거나 거수기 노릇만 하면서 회사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가삼현 부사장은 15년 이상 축구만 했던 사람"이라며 "이런 인물이 선박영업을 총괄하고 사내이사를 맡게 되니까 업종 특성에 맞는 경영이 사라지고 오로지 장부만 보고 구조조정을 하는 날림경영이 횡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들의 이력

관계자는 이어 "지금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애사심이 모두 사라지고, 나이 많은 직원들은 언제 짤릴 지 몰라 한시라도 빨리 회사를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선박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능력이 있으며, 노조원들과도 상생할 의지가 있는 경영진이 한시 빨리 나타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외이사들도 쓴소리를 마다않는 제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내부거래를 관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구성원은 4명의 사외이사들이다. 위원회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내부거래를 최소화하록 지도하는 것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대중공업그룹의 내부거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힘스(HYMS), 현대E&T, 현대BS&T 등의 계열사들은 그룹 조선3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년 쑥쑥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정규직 생산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다. 내부거래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무색한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십만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몸담고 있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인 만큼 그에 걸맞는 정도경영을 펼쳐주길 많은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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