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재벌 SI 회사…나홀로 성장
수상한 재벌 SI 회사…나홀로 성장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3.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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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로 나홀로 성장, 이재용 부회장 상장 대박, 최태원 회장 배당금 330억

국내 재벌그룹에는 요상한 계열사가 하나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이 고꾸라져도 이 회사만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을 거듭할 뿐이다. 바로 그룹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통합(SI) 회사다.

그룹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장한 SK그룹의 SK C&C와 삼성그룹의 삼성SDS가 국내 대표적 SI 회사다. 한편에선 SI 회사들이 배당금을 통한 그룹 오너의 호주머니로 전락하거나 그룹 장악용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관련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SI회사만 쑥쑥 성장
지난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메인 계열사들의 실적 저조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특히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06조2060억원, 영업이익 25조251억원, 당기순익 23조39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액 -9.8%, 영업이익 -32%, 당기순익 -23.2% 감소했다.

이 같은 그룹의 전체적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SI를 맡고 있는 삼성SDS는 오히려 큰 폭의 실적 증가를 이뤘다.

삼성SDS는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7조8977억원, 영업이익 5934억원, 당기순익 434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액 12.1%, 영업이익 17.4%, 당기순익 33.2% 증가했다. 또한 부채는 840억원 줄고 자본은 3300억원 늘어 부채율이 40%도 안되는 튼튼한 재무구조도 갖췄다.

SK그룹의 SI를 맡고 있는 SK C&C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주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영업이익 감소와 SK이노베이션의 적자로 역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SK C&C는 매출액 2조4260억원, 영업이익 2715억원, 당기순익 1299억원을 기록해 매출액 5.4%, 영업이익 20.6% 증가했다.

두 업체는 올해에도 여전히 그룹 계열사들과 SI 분야에 관한 대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거래율 삼성SDS 80%, SK C&C 51%
이처럼 그룹 실적이 곤두박질 쳐도 유난히 SI 회사만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뒷배경에는 오너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자리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17.0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 3.9%, 이건희 회장이 0.01%를 갖고 있으며 삼성전자 22.58%, 삼성물산 17.08%의 순환출자 지분도 있다.

이런 이유에선지 삼성SDS는 2013년의 경우 삼성전자 1조7397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335억원, 삼성물산 1596억원, 삼성중공업 1406억원 등 총 3조8326억원의 내부거래가 이뤄져 전체 매출액의 83%를 차지했다.

SK C&C는 최태원 회장 38%,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10.5% 등 오너일가가 50% 가까운 지분율을 갖고 있다.

SK C&C의 2013년 내부거래는 SK텔레콤 3776억원, SK플래닛 1062억원, SK브로드밴드 819억원, SK에너지 582억원, SK네트웍스 482억원, SK하이닉스 430억원 등 총 9038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했다.

◆배당금 이재용 부회장 65억, 최태원 회장 334억원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SI 회사를 키우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 번째 이유는 그룹 장악에 있고, 두 번째는 배당을 통한 현금 확보에 있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SDS는 일종의 쌈지돈 격이다. 1999년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당시 거래가보다 훨씬 저렴한 주당 7150원에 구입했다. 이후 삼성SDS는 그룹 일감을 싹쓸이 하면서 규모를 키워 지난해 말 유가증권 상장을 이뤘다. 17일 현재 주가는 주당 27만원으로,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2조3000억원의 차익을 거두는 등 오너 일가는 수 조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두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을 팔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에 대한 상속세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아들인 이 부회장은 상속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삼성SDS가 그룹의 순환출자 형태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SK C&C를 실질적인 그룹 장악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그룹 지주사인 SK(주)의 지분 31.48%를 소유해 그룹 각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오너들이 SI 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은 꽤 짭짤하다.

이번에 삼성SDS는 주당 500원씩 총 386억원을 배당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65억원, 이서현·이부진 자매는 각 15억원씩 배당금을 받았다.

SK C&C는 주당 2000원씩 총 880억원을 배당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334억원, 최기원 이사장은 9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공정거래 단속 강화 필요
재벌 오너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SI회사를 키우고 이를 이용해 배당 챙기기는 물론 그룹을 장악하는 도구로 남용하면서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 10월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단속에 나섰지만, 적용 제외 사유로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을 설정하면서 사실상 SI업체들이 단속을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을 열어 줬다. 이를 이용해 지금도 재벌그룹의 SI 회사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나날이 규모를 키우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당선 후에는 이와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소업 및 자영업 활성화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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