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서 스펙쌓고 대형로펌‧대기업행 점점 증가
공정위에서 스펙쌓고 대형로펌‧대기업행 점점 증가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3.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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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큰 액수가 걸린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가 하면 공정위 출신들이 줄줄이 대기업 사외이사나 대형로펌으로 재취업하고 있어 공정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이 의심받고, 공정위 경력은 스펙쌓기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씁쓸한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패소율 증가, 공정위 위상 추락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수천억원이 걸린 정유업계와의 소송에서 대법원 패소 판정을 받으면서 위상에 큰 치명타를 입게 됐다.

공정위는 2011년 정유업계 4사가 자사 브랜드 주유소들을 담합으로 관리해 왔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432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과징금 규모가 역대 2번째로 커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이에 불복, 항소해 4년이 지난 지난 2월 10일 대법원 판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결국 패소한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낸 과징금 원금에 이자까지 더한 금액과 그들의 소송비용까지 물어내게 됐다.

최근 들어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 규모와 패소율은 증가 추세에 있다.

공정위가 지난 5년간 법원 판결로 취소 받은 과징금은 5117억원. 연도별로는 2010년 417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11억원, 2014년 1479억원, 올해 2576억원이 취소됐다.

패소율은 2010년 8%(4건), 2011년 13.4%(9건), 2012년 4.4%(2건), 2013년 6.5%(3건), 2014년 16.8%(16건), 올해 37.5%(3건)이다.

공정위의 패소가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정유업계와의 대법원 판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11년 공정위가 정유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GS칼텍스의 리니언시 때문이었다. 즉, GS칼텍스 직원이 담합내용을 모두 진술하면서 이를 증거로 과징금 처분을 내렸던 것.

하지만 대법원은 진술 내용이 담합증거로서 불충분하다며, 오히려 정유사들의 행동은 주유소 유치경쟁을 피하기 위한 관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결정적 증인과 증거를 확보해 놓고도 법리 싸움에서 정유사들의 노련한 변호인단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앤장 변호사가 공정위 자문위원
공정위 안팍에서는 공정위를 상대하는 대형로펌들의 실력이 너무 막강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공정위 출신이거나 공정위 관련 업무를 맡은 김앤장 변호사들

그도 그럴것이 대형로펌에서 공정거래 분야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공정위 출신이거나 관련 일을 맡았던 인물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표적 공정위 상대 로펌인 김앤장의 경우 공정거래분야 변호사만 100명 가량이 있고, 이 가운데 공정위 출신이거나 공정위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만 20명이 넘는다.

대표적으로 박성엽 변호사는 1989년 김앤장에 입사했지만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공정위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다.

김병배 변호사는 공정위 과장부터 국장, 상임위원, 부위원장까지 14년을 공정위에서 일하다 지금은 공정위를 상대하는 변호업무를 맡고 있다.

이밖에 공정위에서 최소 10년 이상 근무한 김병일 고문, 김원준 고문, 김재우 고문, 서동원 고문, 이동규 고문, 전신기 고문 등의 조언도 공정위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김앤장 외에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의 대형로펌에도 공정위 출신 변호사들이 즐비한 실정이다.

이들의 노련한 실력에 비해 공정위는 비교적 젊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맡다 보니 갈수록 패소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 내부에서는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실감한 듯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서기관급 이상 직원 100여명이 모여 간부 워크숍을 열고 공정위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의 일환으로 변호사를 직접 채용해 법률자문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전담팀은 5명의 변호사로 구성하고 이들을 5~10년 정도 장기근무하게 하며, 1사건 1담당자로 운영하되 중요사건은 2~3명을 투입해 패소율을 줄이기로 했다.

공정위가 스스로 위기를 자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나 큰 폭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다 강력한 취업제한 규정 필요
최근 들어 공정위에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위원장 등 핵심요직을 맡았던 퇴직자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달 정기주총에서 두산중공업은 김동수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세계는 손인옥 전 부위원장, 현대자동차는 임영철 전 정책국장과 이동규 전 사무처장, 기아자동차는 김원준 전 경쟁정책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CC와 KT&G는 이미 권오승 전 위원장과 김인호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 퇴직임원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들어가 하는 역할은 본연의 임무인 경영진에 대한 감시보다는 공정위 조사에 대한 바람막이 또는 대응책 마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공정위 출신들의 기업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됐지만 이것만으로 공정위 출신들의 대형로펌이나 대기업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공정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보다 강력한 취업 제한 등의 규정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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