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일까?
'데이터 중심 요금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일까?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5.05.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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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시대가 열렸다. 국내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체계 역시 KT가 방아쇠를 당겼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 역시 이에 응수에 나섰고 가입자들도 전에 없던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여년 이상 국내 이동통신시장 요금의 잣대는 통화량과 문자사용량이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3세대 무선통신(3G) 기술의 발달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 이후에도 통화량과 문자사용량을 기준으로 무선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100분의 기본 통화량이 제공되는 요금제에는 그에 적당한 무선 데이터를, 250분의 기본 통화량이 제공되는 요금제에는 또 그에 적당한 무선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이후, 4세대 무선통신(LTE)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급등하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통화 중심의 요금제’에서는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늘어났다.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동통신사들은 통화/문자사용량과 무선데이터 사용량에 각각 정액 단가를 선정해 요금을 부가하는 ‘선택형 요금제’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는 비판과 함께 데이터사용량과 통화/문자사용량이 애매한 중간층 가입자들의 불이익을 가져오는 등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런 중 지난 7일 KT에서 처음 LTE 고객들을 대상으로 최저 2만9900원부터 모든 요금 구간에서 음성 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고, LG텔레콤 또한 비슷한 내용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SK텔레콤 역시 내주 중으로 데이터 중심의 요금체계를 내놓을 예정이다.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기본요금을 측정하고 통화와 문자는 덤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통화 중심 요금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대의 개막 배경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2월 22일 2014~2015년도 상호접속료를 확정했다.

‘상호접속료’란 발신측사업자(이용사업자)가 착신측사업자(제공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통화요금의 기준점이 되는 금액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KT 가입고객이 LG텔레콤 가입고객에게 통화를 걸면 KT(발신측사업자)에서 LG텔레콤(착신측사업자)에게 제공해야하는 금액을 뜻한다.

이번에 개정된 상호접속료는 13년도에 비해 이동접속료는 25.6%, 유선접속료는 19.7% 인하됐다. 각 이동통신사별로 기반 시설 투자비에 대한 손익분기점 역시 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원가가 줄어듦에 따라 통화료 인하 역시 예견되었던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에 한몫을 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단통법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을 법정 한도 내에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가입자들에게 공평하게 지급하게 됐다.

일부 가입자들에게 돌아가던 이익은 어찌되었건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 간 불법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었고 이는 곧 마케팅 비용의 감소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배경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경쟁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상호접속료 확정과 단통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각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요금 인하를 요구해 왔고, 올해 초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개설을 추진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이용제도과장이 “해외의 경우 음성은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를 쓰는 만큼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고 데이터 요금제를 암시했다. “결국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겠지만, 데이터 종량제로 가면 가격이 급등할 소지가 있다. 이를 이통사와 소비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 맞추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는 의도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시기에 대해서는 하반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와중에 KT에서 전격적으로 요금제를 출시함에 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과연 더 유리할까?

요금제와 상관없이 통화량과 문자사용량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KT에서만 출시 초기 10만여명의 고객들이 몰리는 등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있다. VIP혜택과 약정 할인이 되지 않는 등 사용 패턴에 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알맞지 않는 경우도 충분히 많다.

먼저 현재 시중에 나온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LTE전용 요금제이다. LTE 단말기가 아닌 일반 2G 피쳐폰이나 3G 스마트폰 가입자들은 전용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또 ‘과연 통화 무제한이 필요한가?’ 역시 따져보아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월 평균 음성통화량(MOU)은 180분에서 200분사이다. 현행 음성통화료 초당 1.8원을 기준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기본요금인 2만9900원이면 277분 동안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말만 무제한이지 무제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통화료 대비 실제 사용량의 격차는 이미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300MB의 무선 데이터양도 기존 요금제에서도 비슷하게 주어진다. 음성통화량이 적다면 다시 한 번 고려해 보는 것이 옳다.

특히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경우 2만9900원~4만9900원짜리 요금제는 무선전화에 건 음성통화 사용량만 무제한이다. 집이나 사무실 등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었을 때는 통화료가 청구되므로 유선전화와의 통화량이 많은 고객은 오히려 통화 요금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그것이 대단한 파격은 아닌 것이다.

이외에도 기존 가입자가 도중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바꿀 때에는 가입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요금제로 바꿀 경우 계약이 변경돼 기존에 지급됐던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때로는 위약금도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었던 것처럼 신규 요금제가 자신의 사용 패턴과 알맞은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 어쩌면 포장지만 바뀐 마케팅 기법일 수 있다는 의견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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