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 20도 전후’ 공식 무너질까?
‘소주 = 20도 전후’ 공식 무너질까?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5.05.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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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촉발된 소주시장의 저도주(低度酒, 도수가 낮은 술) 전쟁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3월 출시한 칵테일(리큐르)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14도)’가 SNS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자 자도주(自道酒, 해당 지역기반 주류) 기업 무학이 대표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에 과즙을 첨가한 칵테일(리큐르) 소주 ‘좋은데이 옐로우, 블루, 레드(13.5도)’를 출시하면서 부터다.

이에 따라 소주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 관행처럼 굳어진 ‘소주 = 20도 전후’ 공식이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술술 넘어가는 소주? 언제부터였을까?

‘소주’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24년 ㈜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를 통해서다. 당시 진천양조상회는 알코올 도수 35도의 증류식 소주를 출시했다.

41년의 시간이 흐른 1965년 이전보다 5도가 떨어진 30도의 희석식 소주가 처음으로 선보였고, 1973년 ㈜진로가 다시 한 번 알코올 도수를 5도 더 내리면서 25도의 희석식 소주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후, 소주는 ‘서민들의 술’이란 위치에서 한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변모하는 소비자 욕구(니즈)에 맞춰 소주 도수는 변화를 거듭했지만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하향세를 보여 왔다. 2000년대 초반 웰빙 바람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이후에는 20도가 소주의 기준이 되어 그 이하는 ‘순한 소주’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경상남도의 자도주 기업 무학은 2006년부터 16.9도의 ‘좋은데이’를 통해 부산·경남 지역의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렸다. 업계 1위 하이트 진로도 자사 대표 브랜드 ‘참이슬’의 기준 도수를 17.8도로 낮춘 후 20.1도의 클래식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업계 2위 롯데주류 역시 ‘처음처럼’의 기준 도수를 17.5도로 낮췄고 16.8도의 ‘쿨’과 21도의 ‘진한’ 3종류로 판매하고 있다. 순한 소주 전성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경남을 무대로 전국 점유율 2위 롯데주류와 해당 지역 점유율 1위의 무학이 14도 이하의 극저도주(極低度酒)를 무기로 맞붙은 것이다.

‘처음처럼 순하리(14도)’

'처음처럼 순하리' 유자맛은 용량 360㎖에 알코올 도수 14도로 천연 유자 농축액과 향을 첨가한 리큐르 제품이다. 출고가는 962.5원이다.

 

롯데주류는 2013년 10월부터 1년간 약 44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소주의 향과 맛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는 점과 '향과 맛이 우수한 과실주에 대한 가격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해당 제품을 기획했다.

또 소주의 저도주(低度酒)화 트렌드에 따라 14도로 제조해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맛을 최대한 줄였고, 유자과즙을 첨가해 첫잔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태생부터 젊은 층과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롯데주류의 기획은 만족스러운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롯데주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처음처럼 순하리'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50만병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지역의 2014년도 롯데주류(처음처럼) 점유율이 2% 미만인 점(마케팅인사이트 조사기준)을 감안하면 전에 없던 반응인 점은 틀림없다.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을 100% 믿기는 어렵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입소문을 타 젊은이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 내외에서도 저도주(低度酒) 트렌드와 맞물려 여성 소비자들을 적절히 공략했다는 평이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순하리’는 출시 초 군산공장에서 생산했으나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생산라인을 강릉공장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품귀현상이 끝난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좋은데이 옐로우, 블루, 레드(13.5도)’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용량 365㎖에 알코올 도수 13.5도로 블루, 레드, 옐로우 2종류로 나뉜다. 좋은데이 블루는 블루베리를 이용했고, 레드는 새콤한 맛의 석류, 옐로우는 처음처럼 순하리와 마찬가지로 유자를 첨가한 리큐르 제품이다. 출고가는 962.5원이다.

 

업계에선 ‘순하리’ 돌풍에 대한 반격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무학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해외시장의 주류 소비성향 변화를 감안한 과일맛 주류를 개발해 왔고, 컬러시리즈 역시 미리 준비된 기획이라는 입장이다.

무학그룹 최재호 회장은 “새로운 주류문화를 개척하는데 앞장서 온 기업으로서 변화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개발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주류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컬러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바 있다.

컬러시리즈는 출시 1주일 만에 200만병을 돌파했다.

그렇지만 무학 ‘좋은데이’의 부산·경남 점유율이 75% 이상((마케팅인사이트 조사기준)이란 점에서 확고부동한 수치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부산·경남에서 시작된 극저도주(極低度酒)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소주 = 20도 전후’ 공식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격돌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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