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화재사고와 합병의 상관관계?
제일모직 화재사고와 합병의 상관관계?
  • 김진우 기자
  • 승인 2015.05.27 1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문제로 여겨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사실상 결정됐다. 물론 지난해부터 합병을 둘러싼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는 점에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당초 계획한 날짜에 정해진 수순대로 합병 발표가 이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하루전 터진 생각지 못한 악재를 수습하기 위한 이른바 ‘급한불 끄기’ 쯤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초대형 종합서비스 기업의 탄생
지난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을 결의했다고 공표했다.

합병은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적용하는 방식이고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법인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결정됐고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 등을 아우르는 매출 34조원대 초대형 종합 서비스 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일단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 가능성도 기대할 만 하다.

실제로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 확충 방안을 모색했고 삼성물산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해왔다.
또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자 운영했던 건설 부문의 통합을 유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삼성그룹의 미래 핵심동력으로 떠오르는 바이오사업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현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 4.9%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이 이뤄지면 양사의 지분 합계는 51%를 상회한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룹 재편 작업의 시작…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강화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결의를 두고 삼성그룹 재편 작업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부터 양사의 합병 소문이 무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쯤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양사의 합병은 궁극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합병이 이뤄지면 순환출자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또는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즉, 삼성그룹 지배구조 및 순환출자 단순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꾸준히 구조 재편 과정을 거치며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에 힘써왔다”라며 “합병 결의를 통해 삼성물산이 생명과 전자를 지배하는 일차적 단순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재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지분 19.4%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주주(23.2%)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지만 직접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직접 보유한 지분 외에도 새로 출범하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하필 26일? 제일모직 화재사고의 영향?
다만 합병 결의가 공표된 날짜가 26일이라는 점은 추가적인 추측을 낳고 있다. 합병 결의 하루 전 발생한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사고를 결부시키는 모습도 같은 맥락이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25일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제일모직은 인명피해를 동반한 막대한 물적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튿날 개장하는 주식시장에서 제일모직 주식 하한가를 예상했던 견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사건이 부각되면 해당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후폭풍을 맞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6일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뜻밖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의 주식은 거래정지가 이뤄졌고 자연스럽게 하한가를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8시 45분부터 오전 9시 30까지 이뤄진 매매거래정지가 풀린 이후에는 주가가 급등했다. 당일 삼성물산은 상한선인 6만3500원을 찍었고 제일모직 역시 13% 이상 오른 18만8000원을 기록했다. 제일모직 주가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시점에서 합병소식이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지분구조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사실도 이 같은 의견을 뒷받침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1대 0.35 비중으로 합병 결의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 보유도 자연스레 바뀌게 됐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를, 각각 7.8%씩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합병 후 5.5%로 변동된다. 제일모직 지분 3.4%, 삼성물산 지분 1.4%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 역시 2.9%로 합병회사 지분이 소폭 하락한다. 이를 합산하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은 30.4%에 이른다.

문제는 오너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면서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내부 거래 규제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회 통과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제재 유예 기간인 1년이 지난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총수 일가가 있는 대기업집단으로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매출액 대비 12% 이상 혹은 200억 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과징금이 불가피하다.

물론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규제와 상관없이 우회로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단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분 변화가 대주주 과세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로선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합병은 예상대로…후폭풍은 최소화
결국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는 이전부터 세밀한 밑그림이 그려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제일모직 관련 이슈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해 합병 발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겼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지경제=김진우 기자]

 


김진우 기자 kjw@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