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트롤스發 나비효과와 정몽규 회장
아이콘트롤스發 나비효과와 정몽규 회장
  • 김창만 기자
  • 승인 2015.08.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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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트롤스의 유가증권시장 진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콘트롤스 전체 주식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정 회장의 지분이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의 향방을 가늠할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콘트롤스 사이의 연결고리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장 초읽기 ‘아이콘트롤스’
지난 18일 아이콘트롤스는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이콘트롤스는 총 261만2270주를 모집하고 다음달 8일부터 9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후 15일과 16일 양일간 청약을 받아 다음달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는 1999년 설립된 전기·통신공사 업체로서 빌딩 관리, 가전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디지털홈솔루션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1312억원, 영업이익 74억원, 당기순이익 45억원을 달성했다.

아이콘트롤스 상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다양한 밑그림이 그려질 만큼 구체화된 상태였다. 더욱이 지난달 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아이콘트롤스에 대한 주권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상장 적격 판정을 확정한 이후 상장 준비 속도가 한층 빨려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콘트롤스 증시 상장이 가시화되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총수인 정 회장은 아이콘트롤스 최대주주임과 동시에 얼마전까지 사내이사를 역임해왔다.

일단 정 회장은 2003년 3월14일 아이콘트롤스 등기 이사로 선임된 후 12년동안 재직해 온 사내이사에서 비상임이사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물론 아이콘트롤스 전체 주식의 약 43.8%를 보유한 만큼 최대주주로서 정 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콘트롤스 지분 매각으로 현대산업개발 지배력 확대?
관심거리는 상장에 맞춰 정 회장이 아이콘트롤스 주식 처분에 나설지 여부이다. 이 경우 현대산업개발 지분 비중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

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현대산업개발 순환출자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콘트롤스는 현대산업개발그룹 뼈대의 한축을 담당한다.

실제로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이콘트롤스 상장을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와 연관짓는 인상이 짙다. 정 회장이 아이콘트롤스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매각에 나선다면 그 자금으로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배력 강화를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 회장은 개인 지분 13.63%과 오너 일가의 지분을 합해 총 15.46%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는 아이콘트롤스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합하면 18.56%가 정 회장 우호지분이다. 정 회장에 이어 국민연금공단(11.33%)과 템플턴자산운용(8.87%)이 2, 3대 주주로 뒤를 잇고 있다.

다만 20%를 밑도는 정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몇 해 전 템플턴자산운용과 벌였던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또 한 번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템플턴자산운용은 현대산업개발 지분 18.65%를 획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한때 지분율 20%를 초과하는 등 2013년 7월까지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두고 정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일부에서 SK그룹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 삼성물산을 두고 삼성그룹과 갈등을 빚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사례를 현대산업개발에 대입하는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정 회장에게 위안거리라면 최근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꾸준히 정리하면서 보유지분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템플턴자산운용이 마냥 고배를 마셨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0년 평균 1만5000원 수준에 불과했던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5년 만에 한 때 8만 원에 육박한 수준까지 올랐고 그 사이 템플턴자산운영은 충분한 차익을 남겼다. 추가적인 주가상승 여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지분 완전정리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다만 여전히 템플턴자산운용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뿐더러 정 회장에게 템플턴자산운용이 백기를 든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내부거래 피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이콘트롤스 상장은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견해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 총수의 편법적인 부의 확충을 차단하고자 마련된 내부거래 규제안(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2월 14일부로 시행됐지만 기존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단서 조항에 의거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채 지난 2월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처벌 적용은 ▲총수 일가에게 일감 몰아주기 ▲정상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7% 이상 차이)의 거래 ▲사업능력이나 재무상태 등과 같은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연간 200억원 또는 국내 매출액의 12% 이상 거래 ▲사업기회 제공을 통해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등이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2억원 이하의 벌금형과 함께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

현재 아이콘트롤스는 내부거래액 비중이 71.2%에 달하는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의 지분을 낮추거나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을 줄여야만 한다.

물론 정 회장이 아이콘트롤스 상장에 맞춰 무작정 주식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속단하긴 이르다. 다만 정 회장이 아이콘트롤스 지분을 상당부분 처분해도 정 회장 우호 지분이 40%를 넘기에 아이콘트롤스에 대한 정 회장의 영향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지경제=김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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