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벌경제 뒤엎어야 나라가 산다”
[인터뷰] “재벌경제 뒤엎어야 나라가 산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7.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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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서울대 교수 “재벌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하는 폭탄”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민생경기가 악화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와 함께 재벌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를 만나 재벌개혁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박상인 교수와의 1문1답.

- 20대 국회에서 진보성향 야당 등 정치인들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김종인 의원의 상법개정안 같은 것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김종인 의원의 상법 개정안부터 이야기하면 사외이사를 뽑을 때 총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선출하자는 것이 법안의 핵심 취지다. 다만 감사위원을 뽑는 것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상법 개정안보다 후퇴한 안이다. 그다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행위 규제들 위주로 법안들이 주로 나와 있지만 행위 규제 중심 재벌정책은 한계에 도달했거나 실효성이 없다. 행위 규제가 불필요할 정도의 구조적 개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 정부 주도와 재벌 중심 발전 전략에 한계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바람직한 혁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금은 혁신을 통해 성장을 해야 한다. 대안은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 재벌 중심이 아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혁신형 시장경제로 가야 한다. 정부 주도 정책이 아직 크게 두 가지가 남아있는데 그것이 관치금융과 산업정책이다. 이 두 가지가 해결돼야 한다. 산업정책은 정부가 승자를 선택하는 위너 피킹(winner picking)을 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육성정책을 하려면 누군가를 찍어야 한다. 모르는 것을 찍어야 하니 실패하고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게 방해한다. 연구개발(R&D)에 돈을 대줬는데 실패한 걸로 되면 안 된다. 특허만 등록하면 성공이므로 불필요한 특허가 왕창 나온다. 정부의 쓸데없는 개입이 혁신을 막고 있다. 또 퇴출시켜야 할 기업들을 살리고 있다. 이런 개입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정부는 창의적인 기업인이 대박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재산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갓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사실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돼야 한다. 그런데 재산권 보호가 되지 않아 중소기업 기술 탈취 같은 일이 일어난다.

혁신이 안 일어나는 이유 중 두 번째는 재벌체제에 있다. 돈이 될 만한 중간재는 재벌들이 거의 내부거래를 하기 때문에 개인 기업가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지나친 수직계열화나 내부거래가 이뤄져 경제력 집중이 되면 도전의 기회가 사라진다. 국내 재벌들은 세습을 하기 때문에 자기 사업을 지키려 한다. 당연히 도전 기업들의 싹을 잘라야 한다.

미국은 기업을 세습할 수 없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부자들이 돈 벌 기업에 투자한다. 부자들이 벤처캐피탈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재벌체계는 시장경제와 맞지 않다. 재벌개혁이 구체적 목표가 돼야 한다.

-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1-2-3절차(스텝)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어떤 방법으로 재벌을 개혁해야 하는 것인가?

▲ 재벌개혁에는 행위적 규제를 하는 방식이 있고 구조적 변화를 주는 방식이 있다. 2013년 이스라엘 재벌개혁을 보면 세 가지가 핵심이다.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아래의 자회사(2층 구조)로 바꿔라. 금산분리 하라. 경제력집중이 우려되는 기업들의 민영화나 라이센스 입찰 참여 여부를 권고하는 위원회를 만든다. 핵심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다. 이런 구조적 개혁을 근본적으로 해버리면 행위규제 할 필요 없다.

- 대기업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대기업 지정기준을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대한다면 중견기업의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 지정기준을 선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경제력 집중이 우려되는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논리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올릴 때가 됐다고 본다. 7조 내지 8조 정도에서 가야되지 않는가 한다. 중견기업의 발전 방안에는 공정 경쟁이 핵심이 돼야 한다. 재벌 경제력 집중이 너무 심하면 공정 경쟁이 안 된다. 재산권을 보호해주고 재벌 경제력 집중 해소를 통해 공정 경쟁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게 발전 방안이다.

- 재계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은 규제를 줄이고 기업을 옥죄는 ‘김종인 상법 개정안’같은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 그런 발상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황제 경영하는 것을 막고 제대로 경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 ‘옥죄기’라고 말하면 후안무치한 것이다. 재벌경제를 시장경제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 언론 인터뷰에서 “이대로 가면 5~10년 후에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과연 한국이 남미형 경제로 갈 것이라고 보는가?

▲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예측과 관련해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큰 산업들이 무너지거나 약한 재벌들이 연쇄도산할 수 있다. 재벌 중심 정부 주도적 정책이 유지되는 이상 산업의 생산성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향후 5년에서 10년은 굉장히 위험하다. 더 빨리 올수도 있다. 다음 정권 때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 재벌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하는 폭탄이다.

근본적 개혁 없이는 희망이 없다. 뭔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것이고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 끝으로 ‘88만원 세대’들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아울러 재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 속에 나의 장래 현실을 해결하는 답이 있다. 그런 인식과 사회적 요구들이 있어야 한다. 당장 청년수당 받고 안 받고 하는 문제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 주도 중심의 레짐(체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재계도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재벌개혁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박상인 교수 프로필

▲ 박상인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96년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가 됐다.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예일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박 교수의 주요 저서로는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벌거벗은 재벌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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