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작의 시대
[기자수첩] 조작의 시대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7.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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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이든 승부조작이든 검찰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 이한림 기자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주식거래나 경매 등에서 한 번에 큰돈을 벌게 된 사람들을 ‘투자의 고수’라고 한다. 아이돌 가수부터 대한민국 검사장, 프로야구 선수들이 본업에 충실하기도 바쁠텐데 언제부터 경제공부를 했는지 참 대단하다. 직업군도 다양해 누구나 투자의 고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조작이란다. 상식적으로 아직 믿기지도 않는다.

지난 5월, 아이돌 가수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이종현이 내부자 거래를 통한 주가 조작으로 억대 시세 차익을 남긴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종현은 국민 MC 유재석이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하는 사실을 미리 알고 1만여주의 주식을 사 시세차익을 챙긴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용화는 유재석 계약의 내부정보가 형성되기 이전 FNC와의 전속계약에 따라 받은 인센티브로 주식을 매수했고 내부자 정보를 확인하지 않음이 밝혀져 무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정용화에게 무혐의, 이종현에게 벌금 2천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이미지 관리에 실추해 당분간 브라운관에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엔 차익이 2억에서 126억으로 63배 뛰었다. 직업군도 가수에서 검사로 바뀌었다. 그것도 검사장이다. 주가조작을 중점으로 수사하고 법조계에 오랜 시간 몸담다 보니 투자의 고수가 됐나보다.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조사는 뇌물수수 혐의가 초점이다.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매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 수준을 넘어 검사직을 이용해 수백억 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주식대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진 검사장의 코가 자랐다. 넥슨 주식을 본인 돈으로 샀다고 했다가 처가의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고, 공직자윤리위에서는 넥슨의 돈을 빌려 샀다고 번복했다. 모두 사실과 달랐다.

126억원의 대박을 낳은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주식 1만주를 받은 뒤, 2006년 넥슨 측에 10억여 원에 팔고 넥슨재팬 주식을 샀다. 모두 넥슨이 상장하기 이전이다.

넥슨재팬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올랐고, 지난해 주식을 처분해 12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법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의 머리에서 나온 행위가 맞는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다.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주가조작을 통한 증권시장 교란행위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아이돌 가수나 대한민국 검사장이라는 사람이 주가조작의 전면에 나섰다는 사실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충격적인 사실에 혀를 내두르며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야구장을 갔더니 여기도 조작으로 말썽이다. 국민스포츠라고 불리는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또 벌어졌다.

상무야구단에서 군복무 중인 넥센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과 지난해 10승을 거둔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의뢰받고 볼넷이나 승패상황을 자신의 팀에게 불리하게 조절해, 건 당 100만원에서 2000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자진신고 하면 처벌을 줄여주겠다며 다음달 12일까지 자진신고기간을 선포하자 기아타이거즈 투수 유창식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들 말고 수사 대상에 오른 억대 연봉의 거물급 선수가 더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도 부도덕에 오염됐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다.

불법행위를 방지하려면 뿌리조차 뽑아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여태 조작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해 마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다. 적당한 미봉책이 문제다. 윤리 교육 활성화보다 처벌 강화가 우선으로 보인다. 주가조작이나 승부조작 같은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예 꿈도 못 꾸게 할 정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환부를 어루만져 낫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속하고 단호하게 도려내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검찰이 검사를 조사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다면 검찰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주가조작이든 승부조작이든 검찰의 엄중한 처벌을 기대한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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