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미래기술
현실로 다가온 미래기술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8.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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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올해 쏟아져 나온 미래기술에 관한 키워드다. VR헤드셋 착용 후 콘트롤러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춤을 춘다던지, 스마트폰을 들고 산과 바다를 왔다 갔다 하며 가상의 포켓몬을 잡는 등 가상과 현실을 붕괴시키는 기술들이 대중적으로 다가와 관심을 받고 있는 한 해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다.

   
 ▲ 영화 '어벤저스'의 한 장면. 

‘스타워즈’나 ‘어벤저스’와 같은 SF판타지영화에서 작전회의나 임무수행을 할 때 원형의 탁자에 둘러 앉아 출연진들이 대화를 나누는 씬은 SF영화의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장면이다. 행성의 모습이나 물체의 구조, 심지어 사람의 모습까지 공중에 띄워, 여러 사람들이 바라보며 의사소통까지 주고받는다. 그런데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어려운 걸 현실에서 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가상현실 개념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미국의 보잉사는 1990년대부터 항공기 내부 배선 설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증강현실을 이용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컸고 기술적으로 들어가는 모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또는 양산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무엇보다도 비용절감의 문제가 필요했다.

VR헤드셋과 같은 웨어러블을 개발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기술을 실현시켜줄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부분 모두,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조차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20년이 넘도록 ‘미래기술’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이유다. 마치 약관의 나이로 데뷔한 운동 선수가 나이 서른이 되도록 ‘유망주’ 타이틀을 벗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랬던 유망주가 올해 결국 잠재력이 터진 상황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이제는 익숙한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형태인 ‘혼합현실’도 생겼다. 여기에 ‘홀로그램(hologram)’이라는 분야도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5G시대를 맞이하며

현실과 가상을 붕괴시키고 혼합하는 기술의 잠재력은 통신기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전송 속도 부분이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 스마트폰은 비로소 제 몫을 해내기 시작했다. 클릭과 동시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속도로 바뀌며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전략이나 방침을 실현시키는 데 ‘쾌속모터’를 달아줬다.

지난 4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이 참여했던 주파수 경매의 화두는 광대역망 확보와 5G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고주파 확보에 있었다. 3G와 LTE의 중간지점에서는 속도경쟁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기술력이 정점으로 치달아 비슷한 기술력을 보유하는 수준이 된 셈이다.

3사 통신사 모두 5G통신기술을 현실화 시킬 수 있다고 해석되며 실제로도 스마트홈 IoT를 중심으로 스마트기술들을 뽑아내고 있다. 통신사들이 벌이는 속도경쟁은 끝났지만 5G시대를 앞두고 콘텐츠의 질에 따라 경쟁양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의 미래기술 타이틀 시리즈들이 앞으로 벌어질 5G속도의 통신기술을 펼칠 수 있는 콘텐츠 경쟁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KT '홀로그램‘ Vs SKT ’가상현실‘

국내에서는 KT가 홀로그램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홀로그램 상영관인 KT의 KLIVE(케이라이브)가 대표적인 산물이다. 2014년 개관한 케이라이브는 그동안 싸이, 빅뱅 등 K팝 가수들의 콘서트를 홀로그램으로 제작, 국내 팬들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과 K팝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 KT의 KLIVE에서 상영하고 있는 홀로그램 뮤지컬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한 장면.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는 무대 위에 없는 홀로그래피다.

케이라이브는 지난해 청소년 대상 교육공연 ‘인체박물관’, 넌버벌 공연 ‘드로잉쇼’ 등으로 장르를 넓힌 데 이어 지난 달 31일 홀로그램 뮤지컬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선보였다.

최초의 홀로그램 뮤지컬로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콘텐츠는 동시접속 신기록을 보유한 넥슨의 글로벌 인기 게임이자 1800만부 넘게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다.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콘텐츠를 통해 홀로그램의 대중화에 일조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메이플스토리 홀로그램 뮤지컬을 선보이기 위해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제작 전문업체 ‘.mill(닷밀)’과 협력했다. 메이플스토리 원작 속의 2차원 캐릭터들을 3차원 홀로그램으로 변환하고, 공연장에 마련된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투명한 스크린에 빔 프로젝터 빛을 반사시켜 3D 입체 영상처럼 가수나 배우가 실제로 무대 위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 냈다.

KT관계자는 “홀로그램을 비롯해 차세대 미래 먹거리인 AR, VR 등 실감형 콘텐츠 미디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KT가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시도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SK텔레콤은 증강현실 솔루션 T-AR의 연구를 포함해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증강현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증강현실 연구를 시작한 SK텔레콤은 작년 5월, 구글과 협업으로 공간인식이 가능한 ‘탱고’ 단말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증강현실 플랫폼 ‘T-AR’을 합쳐 3차원 공간을 분석 및 인식, 가상의 콘텐츠를 표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증강현실 게임인 나이엔틱의 '포켓몬GO'로 인해 전국민이 증강현실로 뒤집어졌을 때 SK텔레콤이 웃음을 보였던 이유다.

현재 SK텔레콤은 동작인식 센서 및 솔루션 개발 업체 ‘립모션’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사 T-AR을 업그레이드 시킨 혼합현실 플랫폼 ‘T리얼’과 립모션의 립모션 컨트롤러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립모션 기술이 개발되면 증강현실 콘텐츠를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조작까지 가능한 기술을 보유한다”며 “대세로 떠오른 증강현실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증강현실 플랫폼 T-AR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현실 적극 지원

KT와 SK텔레콤이 각각 홀로그램, 증강현실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가상현실 분야에 소매를 걷어 올렸다.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가상현실 콘텐츠 육성산업 방향’의 7대 추진 과제 중 첫 사업으로 가상현실 기술개발에 4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일산 빛마루에 ‘가상현실 종합지원센터’도 조성한다.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을 원하는 기업이 한 곳에서 콘텐츠 교육 및 제작, 시연 등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다. 가상현실 종합지원센터에서 제작된 콘첸트는 K-컬처벨리의 대규모 가상현실 테마파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내년 상반기부터 게임·영상·애니메이션 등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지원, 미술관, 박물관 등에 랜드마크형 가상현실 콘텐츠 체험존 조성, 가상현실 유통지원, 해외 가상현실 유통센터 설립 등 개별 사업을 단계별로 진행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가 기술과 콘텐츠가 하나로 이어지며 흥행에 성공적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콘텐츠 기업의 우수한 기획력이 킬러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부터 차근차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와 기업의 미래기술 발전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미래먹거리로 불려왔고, 올해 들어 최고로 주목받고 있는 이 기술들이 좋은 콘텐츠와 만나 쉽게 접할 수 있게 상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의 국내 통신사는 잘 다져온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미래기술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추구하는 방향은 같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주력하는 분야에 차이를 보이고 경쟁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 실감형 콘텐츠 미디어 기술들이 더 이상 ‘미래’라는 단어를 뺀 기술로 불리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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