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전략분석] 국산차 시장 ‘군웅할거’의 시대로
[업종별 전략분석] 국산차 시장 ‘군웅할거’의 시대로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9.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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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쏘나타 독주… 기아차는 ‘킬러 컨텐츠’가 열쇠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실적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해 드러난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은 일견 현대차그룹의 호재로 보였다. 디젤 라인업 강화에 나섰던 현대차그룹의 방향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디젤차의 미세먼지 원인 지목으로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고, 세단 시장의 핵심인 D세그먼트에서 1,2인자로 군림했던 쏘나타와 K5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르노삼성과 쉐보레는 수년간 갈았던 칼을 빼들고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다툼에 뛰어들었다.

기아차는 수년간 지켜왔던 경차 모닝의 1위 자리를 결국 내놓았다. 쉐보레는 개인판매가 많은 경차시장의 특성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택했다. 모닝의 완전변경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만큼 스파크의 왕좌는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로 지난해 소형 SUV 시장을 흔들었던 쌍용은 올해도 티볼리와 코란도스포츠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의존도가 높다지만 티볼리효과는 현재진행형이다. 하반기 선보인 코란도 스포츠의 신형모델은 유일한 국내 업체의 픽업트럭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다. 티볼리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울산 염포산에서 바라본 현대자동차 전경

막내린 쏘나타 독주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길고 긴 쏘나타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릴 기세다. 왕좌는 지킬 것으로 보이나 이전 같은 독주는 불가능해 보인다. 흔히 중형 세단이라고 부르는 이 포지션은 경제성과 편의, 고급스러움과 최첨단 기술을 모두 갖춰야만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때문에 D세그먼트 세단의 수준을 양산차 업체의 평가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확고하게 근 30년간 국내 최고의 중형 세단자리를 지켜온 쏘나타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상대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다. 르노삼성은 유럽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르노의 탈리스만을 한국형 개조를 통해 선보였다.

출시 직전만 하더라도 SM6의 출시가 쏘나타의 왕좌에 대한 도전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SM5와 SM7의 파이를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나왔다.

서열을 정하기 위한 순위결정전으로 보였던 이 게임은 SM6의 유럽형 디자인과 HUD. 8.7인치 디스플레이 등 르노삼성의 신선한 시도가 도화선이 돼 타이틀 매치로 둔갑했다. 현재 르노삼성은 SM6의 매출을 바탕으로 다른 차종에도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이어가며 전체 판매량 상승을 꾀하고 있다.

두 모델의 본격적인 경쟁은 4월 현대차가 2017년형 쏘나타를 일찌감치 선보이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SM6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등장이었다. 새로운 쏘나타는 여성과 젊은 가족을 타깃으로 잡았다. 이른바 케어 플러스'(CARE+) 트림을 신설했다.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BSD)'과 전방 주차 보조시스템(PAS), 열선 스티어링 휠, 자외선 차단 앞유리 등 여성고객들의 선호 사양을 패키지로 조합했다.

또 1.6 터보 모델에 등장한 스포츠 패키지도 호응을 얻었다. 듀얼 싱글팁 머플러, 18인치 미쉐린 타이어 및 스포츠 알로이휠, 서스펜션 튜닝, LED(발광다이오드) 리어콤비램프 또는 HID(고휘도방전) 헤드램프로 구성돼 스포츠 세단의 높은 가격에 부딪쳤던 젊은 가장들의 욕구를 채워줬다.

두 모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SM6의 공급이 정상화 됐던 5월 정점에 도달했다. 쏘나타는 구형과 신형을 포함해 7972대를 판매 했다. 반면 SM6는 7901대가 팔려 나갔다. 르노삼성으로는 아쉬울 법도 하다. 단 71대가 부족해서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5월 부터였다. 한국지엠은 북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말리부를 데려와 D세그먼트 전장에 뛰어들었다. 스포티한 디자인은 출시 이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사전계약 8일만에 1만대를 돌파하며 형국은 3파전으로 변모했다.

가장 확실한 말리부의 장점은 기존 모델을 찾아볼 수 없는 혁신이다. 오랜기간 연식변경 모델만 출시해 ‘사골’이라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던 구형 말리부의 진부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야성미가 강조된 스포티한 외모와 253마력과 36.3kg‧m의 최대토크를 보유한 파워트레인은 힘이 넘친다.

더불어 낮은 가격도 매력적이다. 2천만원대 중반에도 필요한 옵션 대부분을 갖출 수 있다. 같은 가격에서 확보 할 수 있는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6월 말리부는 6058대가 팔려나갔다. 같은 달 쏘나타가 8002대, SM6가 7027대 판매된 것을 보면 쏘나타의 독주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7월 출시된 기아차 K5의 부침이다. 구형 모델은 어느새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기아차는 2017 K5의 고급모델인 시그니처 트림과 스포티한 GT-라인 트림을 새롭게 선보이며 D세그먼트 세단 시장에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자 했다.

현대차 위기극복 플랜

우선 현대차는 중형 세단 시장의 현재 경쟁 상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압도적인 정비망과 쉬운 부품수급은 택시나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에서 절대 우위를 쉽게 지킬 수 있는 여력이다. 다만 D세그먼트에서 개인 소비자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어느새 쏘나타가 ‘막 타는 차’가 돼버렸다는 의미다.

쏘나타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개인고객의 선택이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영업용 차량의 현재 품질과 정비망을 유지한 채 세분화 된 각 등급별 주력상품의 상품성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서의 상품성이란 경쟁업체가 뛰어난 가성비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EQ900과 G80의 성공적인 데뷔를 세그먼트 확장으로 이어간다면 중형세단 시장에서의 점유율 손실을 다른 매출에서 메꿀 수 있다.

더불어 여전히 왕좌를 지키고 있는 아반떼와 투싼의 적극적인 상품성 강화도 필요하다. 아반떼와 투싼의 상품성 개선은 아직 현대차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C세그먼트 그룹에서도 영업용 차량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결국 현대차로서는 국내 시장의 성향이 리스와 개인장기 랜터카 등 구매조건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최근 출시한 i30의 호응과 출시대기중인 그랜저IG의 성공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황은 어느새 매력적인 크로스오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한 덕목이 됐다. 두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기 때문이다.

두 차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던 i30는 달리기 성능면에서 현대차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핫헤치를 홍보 전면에 내세운 만큼 퍼포먼스가 성적으로 이어지는 형태의 마케팅이 필요하다.

준대형 세단의 상징과도 같은 그랜저는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상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도 그랜저는 현대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오닉을 필두로 한 연이은 친환경차량의 출시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보여준 자율주행의 수준이 높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가지 측면 모두 후발주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업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다.

또 투자가 컸던 한전부지 개발사업의 연착륙과 매년 발생하는 파업의 최소화, 적극적인 소비자 불만 해결이 가능하다면 현대차의 이미지 재고는 가능해 보인다. 최근 소비자들의 차량 성능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차량 교체 프로그램들도 현재의 법과 규정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업체의 신제품이 시장에서 상품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라면서도 “현대차르르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시킨 동력은 헌신적인 노동자들과 현대차를 선택해온 소비자들이다. 실망보다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킬러 컨텐츠’가 열쇠

수년간 기아자동차의 성공가도를 이끌어온 모델은 경차 모닝과 K시리즈, 중형 SUV 쏘렌토와 카니발이다. 경쟁모델의 선전에 부침을 겪고 있는 K시리즈를 제외하면 스파크, 싼타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닝과 쏘렌토의 선방은 눈부실 정도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한방이었던 K시리즈의 판매 하락은 기아차의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얼핏 보기에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K5의 실적이다. 지난해 풀체인지 이후 보여줬던 신차효과는 찰나에 불과했다.

쏘나타와 함께 중형 세단 쌍끌이를 기대했던 만큼 올 상반기 등장한 SM6와 말리부의 맹공에 채 1년도 신차효과를 보이지 못한 모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연식변경과 추가트림을 선 보였던 8월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K5의 개발에 기아차는 5천억원의 개발비와 4년의 연구기간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폭 개선된 경쟁모델의 상품성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K9의 부진이다. K5와 K3의 동반 부진 까지도 초래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동급 차량의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대부분 공유한다. 이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유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뼈대와 심장이 같은 모델은 쏘나타와 K5, 아반떼와 K3, 그랜저와 K7, EQ900의 전 모델인 에쿠스와 K9 등 현대차와 기아차는 동급 차량에게 파워트레인을 공유해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작금의 K3와 K5는 아반떼와 쏘나타에 비해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로 연착륙에 성공한 에쿠스에 비해 K9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기아차는 K시리즈 맏형 K9에 52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출시 4년이 지난 올 상반기 K9은 월 2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가 D세그먼트 경쟁에서 강력한 상대를 만난 수준이라면 기아차는 플래그쉽의 실패로 치명적인 결과가 목전이다.

D세그먼트에서 완성차 업체의 수준을 볼 수 있다면 플래그쉽은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K9의 실패는 기아차 브랜드 빌딩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K9의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 위한 기아차의 다양한 시도도 연이어 실패했다. 수렁에 빠진 원인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업계의 상향평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9이 시장에 도전해온 지난 4년간 BMW의 7시리즈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아우디의 A8 등 경쟁 모델들은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또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200% 이상 판매량을 늘렸다. 이는 품질에 대한 신뢰에 앞서 브랜드의 가치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플래그쉽의 가치가 필요한 소비자는 구입을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Q900의 사전계약에서 확인했듯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1억원에 가까운 고급차를 출시에 맞춰 구입할 수 있는 고객은 1만명을 넘어선다. 결국 K9의 도태는 중형 세단 K5의 아이덴티티를 물려받은 K9의 가치가 실질적 수요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출퇴근 시에 사용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음에도 부진을 겪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아차가 2014년 4천만원대의 보급형 K9을 내놓은 전략은 브랜드 빌딩의 실패를 앞당긴 가장 커다란 패착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의 가치는 또 다른 말로 업체의 자존심으로 읽힌다. 이를테면 쌍용자동차가 판매량 상승을 꾀하기 위해 체어맨W의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플래그쉽의 상징성이 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과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K9의 보급형 모델 출시는 자존심을 스스로 깎아 버린 것이다.

자존심을 포기했던 결과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하위 모델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는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의 출범 이후 더욱 도드라졌다. 제네시스의 고급화가 가속화 될수록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진다. 반면 K9이 부진을 거듭할수록 K시리즈 전체의 이미지도 나빠진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제살을 깎아 먹는 경쟁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K9을 비롯한 K시리즈의 경우 동급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갖췄음에도 가치가 낮아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출시된 2017년 형 모델의 경우 비슷한 수준의 상품성을 확보했음에도 K5와 K3는 쏘나타와 아반떼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곧 출시될 그랜저 IG 또한 기아차에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랜저 IG 출기사 K시리즈 가운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올 뉴 K7의 볼륨을 축소시킬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기아차는 아직도 국내 양산차 업체 가운데 세그먼트별 베스트 셀링 모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모닝은 스파크에 내준 경차 1위 자리를 신차 출시로 재탈환해야 한다. 유럽에서 호평을 받은 씨드 모델에 적용됐던 1.0 T-GDI 엔진은 풀체인지 모닝의 성공을 점쳐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중형 SUV 시장에서 성공적인 쏘렌토가 만들어온 히스토리가 스포티지의 재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실 스포티지는 기아차 글로벌 도전의 살아있는 증거다. 2015년 풀체인지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아차가 해치백과 SUV에서 만큼은 선전하고 있는 동안 스포티지의 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세단 라인에서 실추된 브랜드 가치를 원조 도심형 SUV 모델인 스포티지의 유산으로 높이는 것이다. 현대차가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N모델을 랠리에 내보내는 것과 같이 기아차 또한 스포티지의 이름을 다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MPV 시장의 완전한 장악이 중요하다. 카니발 9인승 모델은 코란도 투리스모와의 간격을 더욱 벌리고 있다. 그러나 카렌스와 7인승 카니발은 올란도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의 7인승 MPV마저 출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들의 연이은 출시로 K시리즈 판매량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며 “판매량 감소는 다양한 요인에서 발생하는 예측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세단 시장에서 K시리즈가 인정을 받아온 만큼 2017년형 K5는 경쟁 모델을 곧 앞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쏘렌토를 필두로 한 기아차의 SUV 라인 모하비와 스포티지의 인기는 실제로 높다”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니로와 많은 사랑은 받아온 스포티지가 꾸준한 실적을 기록해 세단 모델의 호응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 르노삼성

쏘나타와 SM6의 대결이 타이틀매치가 되리라고 예측한 업계 관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보란 듯 SM6를 중형세단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 시켰다. QM6에 대한 르노삼성의 목적도 분명하다. 싼타페와 쏘렌토가 양분하고 있는 중형 SUV 시장에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SM6는 개인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끌어 올리기 위해 럭셔리한 상품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쏘나타와의 판매량 경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실시한 시승행사를 통해 알아본 QM6의 강점은 4WD와 2WD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QM6의 2WD는 경쾌하고 부드러웠다. 세단이 흉내내지 못하는 부드러운 퍼포먼스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 와인딩 구간에서 4WD 시스템은 좌우 롤링을 깔끔하게 제어했다. 기본기는 확실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그간 국내 시장의 D세그먼트가 소흘히 해 왔던 개인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서 SM6와 QM6를 개발해왔다”며 “개인 소비자 만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D세그먼트 럭셔리를 선도 하겠다”라고 말했다.

개인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르노삼성의 전략은 올 상반기 SM6의 실적이 보이듯 성공적이다. 쏘나타와 K5가 영업용 차량으로 선택을 많이 받은 반면 개인 소비자들의 선택은 SM6에 치중했다. 다수의 영업용 차량 판매는 폭 넓은 영업망과 정비 인프라를 갖춘 현대차그룹의 역량이다. 개인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은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피해서 적중한 것이라 더욱 의미를 크게 둘 수 있다.

이는 QM6의 전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M6에 적용된 럭셔리한 기능들은 QM6에도 적용됐다. 이는 SM6가 만들어낸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경쟁력을 QM6를 통해서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동훈 르노삼성사장은 “월 5천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례적으로 판매량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사전계약 8일 동안 5500대의 계약 건수를 달성한 만큼 박 사장의 목표는 현실적이다.

따라서 르노삼성의 전략은 D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갖춘 다음 다른 세그먼트에서도 상품성 강화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SM3와 QM3의 풀체인지는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SM6와 QM6의 도입이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르노 그룹 내 르노삼성의 입지다. 현재 르노 라인업의 핵심인 SM6와 QM6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생산 기술의 수준이 그룹에서 상위에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르노삼성 관계자는 “라인업의 허리를 맡고 있는 D 세그먼트 신형 모델의 개발과 생산은 그룹 내 중추적인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드러난 우려스러운 부분은 SM5, SM6, QM6, SM7이 모두 D세그먼트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이 보유한 라인업 가운데 SM3와 QM3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이 동일 세그먼트에서 다투고 있게 됐다.

때문에 동급에 포진한 다양한 차종들이 서로 파이를 쪼갠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르노삼성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부산 공장의 최대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르노삼성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적다. 따라서 그룹 내 입지와 국내 시장성을 고려해서 집중한 선택으로 보는 것이 옳다.

QM6의 연착륙이 점쳐짐에 따라 르노삼성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노사합의가 쥐고 있다. 노사는 14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이달 6일 노사 상생 타결 격려금 400만원 지급, SM6, QM6 신차 출시 격려금 등 300만원 지급, 기본급 평균 3만1200원 인상, 상반기 생산성 격려금 150%와 이익배분(PS) 200만원 선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끌어냈다.

이어 노조는 '2016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63.8%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은 부결됐다.

현재 르노삼성은 QM6 월 5000대, 연간 6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하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최근 SM6, QM6의 인기에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근로환경 개선 방안이 잠정합의안에 추가되지 않았고 인력 충원 등의 요구사항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부결로 이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두 마리 토끼 잡을까? 한국GM

한국GM의 스파크는 결국 모닝을 앞질렀다. 지난 1~8월간 누적판매량에서 스파크는 5만2355대가 팔려 4만6137대 팔린 모닝을 6218대 앞섰다. 모닝 출시가 연말로 예정된 만큼 두 모델간의 판매량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경차시장의 왕좌는 스파크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스파크의 경차 1위 탈환은 의미가 크다. 기아차 모닝은 2004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해 7월 한국GM이 풀체인지 버전인 스파크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경차부문 부동의 1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변수는 연말 출시 예정인 풀 체인지 모닝의 상품성이다. 스파크의 경우 기존 경차에 없던 전방 추돌 경고시스템(FCA), 차로 이탈 경고시스템(LDWS),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SA) 등 첨단 안전사양이 추가된 점이 소비자들에게 특장점으로 평가 받았다.

따라서 모닝에 적용될 안전사양의 수준이 스파크를 뛰어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경우 또 다시 경차전쟁은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경쟁업체의 신 모델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출시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스파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만큼 신 모델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GM 관계자는 "공장 정상 가동 이후 밀려있던 물량 해소에 속도를 내면 연말까지는 말리부 출시 당시 세웠던 목표를 달성할수 잇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 마리의 토끼를 잡았지만 한국GM은 또 한 마리의 토끼를 뒤쫓고 있다. 신차 공개 당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말리부는 노조의 파업이 겹치며 대기물량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근 임단협이 마무리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파업은 없을 것”이라며 “생산과 배송이 원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은 신차효과를 채 누리기도 전에 발생했던 파업이다. 말리부는 디자인과 성능, 편의‧안전사양 등 차량 전반에 걸쳐 시장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GM의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7월 말경 시작한 한국GM의 파업은 말리부 판매에 치명타를 입혔다. 8월 한국GM의 국내생산량은 부분파업, 주요모델 내수판매 감소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29.0%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전월 대비 11.1% 감소한 1만2천773대에 그쳤고 이중 신형 말리부 판매는 전월 대비 39.9% 급감했다. 파업이 말리부 흥행에 미친 악영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지난 4일 한국GM의 제임스 김 사장이 "회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택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전 직원에 보냈다. 김 사장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헌신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회사의 최우선 목표는 바로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사장의 이메일이 발송된 이틀 뒤 노조는 “노사가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에서 집중 교섭을 펼친 끝에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현재 소화하지 못한 말리부 주문량은 800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연말까지 공급에 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한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완벽한 생산과 배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말리부의 신차효과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티볼리 효과는 현재 진행중. 쌍용차

쌍용차의 티볼리는 올해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기아차가 니로를 내놓은 이후 동급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보란 듯이 좋은 실적을 보여주며 티볼리 효과가 현재 진행형임을 입증했다.

ADAS 기술이 적용된 2017년형 티볼리

특히 2017 티볼리에 적용된 다양한 ADAS 기술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가까워지면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가 경고음을 울린다. 경고에도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가 스스로 제동력을 가해 차량을 정지시킨다. 동급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안전장비다.

이처럼 쌍용차가 티볼리의 상품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티볼리 효과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등장한 티볼리는 마힌드라와 M&A이후 4년에 걸쳐 35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쌍용차의 글로벌 전략 차종이다.

티볼리 효과의 가장 긍정적인 면은 쌍용차의 코란도C와 코란도스포츠 등 타 모델의 성장에도 기인한다는 것이다. 티볼리에 적용된 최신기술들은 점차 코란도C와 코란도스포츠에 도입되며 상품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별개의 라인업에서 동반성장하는 시너지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티볼리에 치중한 쌍용차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접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 쌍용차는 가솔린과 디젤 이외의 친환경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양산차 업계 전반이 친환경 차량을 속속 도입하는 것에 비해 쌍용차는 아직까지 친환경차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2016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인 'SIV-2' 콘셉트카를 통해 쌍용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SIV-2 콘셉트카의 파워트레인은 1.5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과 10 kW급 출력을 내는 전기 모터, 0.5 kWh 용량의 48V 고전압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한편 쌍용차는 티볼리 외에 코란도스포츠와 코란도투리스모에 주력할 계획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에서 판매되는 국내 양산차 업체 유일의 픽업 트럭 코란도스포츠는 성인 4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준중형급 자동차의 실내공간과 화물공간 외에도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 환경개선 부담금 영구면제, 개인 사업자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SUV 명가 쌍용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화룡정점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의 상품성은 자타공인 인정받고 있다. 쌍용차의 실적, 티볼리의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며 “티볼리 외에도 쌍용차 제품 전반에 걸쳐 성능과 디자인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어 냈다. 앞으로의 실적도 기대해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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