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알토란 순익에 숨어서 눈물짓는 대출자
은행권의 알토란 순익에 숨어서 눈물짓는 대출자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0.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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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에 있는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국내 4대 시중은행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들의 좋은 실적에 대해 그동안 합리적이고 견실한 경영의 결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출이자를 올려 만든 실적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 “양호한 은행 실적은 합리적 경영의 결과” =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누적순익을 모두 넘어섰다. 신한은행 3분기 누적순익은 1조51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7% 늘었다. KB국민은행 3분기 누적순익은 1조1650억원으로 지난해 9638억원보다 2012억원 늘어 20.9%의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보다 7% 이상 증가한 1조16억원의 순익을 나타냈고, 하나은행도 1조19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4%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경우 선제적 리스크관리로 3분기 충당금을 줄인 것과 전략적 비용관리로 판매관리비를 낮춘 것 등이 실적 호조의 이유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이자 이익 개선, 효율적 비용관리, 충당금 감소 등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이자이익 증가 등이 양호한 실적의 동력이었고, 하나은행은 활발한 영업을 통한 고객 확대, 충당금 하향 안정화 등이 좋은 실적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의 좋은 실적에 대해 “그동안 대손 충당을 많이했는데 이게 줄어드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화려한 실적 뒤에 대출자들의 눈물 있다” = 반면 은행들의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는 대출자들의 한숨이 숨어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4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2.77%에서 3.17%였다. 기준금리가 떨어진 6월에는 2.66%에서 2.82%였다. 이렇게 대출 금리가 오른 이유는 기준금리가 떨어진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 가산금리는 지난 6월에는 1.13%~1.26%였지만 지난달에는 1.25~1.70%로 올라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다음에 은행은 가산금리를 평균 0.24%포인트 높였다.

금융권에서는 예대마진이 주력 수익모델인 은행들이 정부가 앞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가산금리를 미리 올렸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 대출창구는 한산하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장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현실적으로 국내 은행들은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이자 덕택에 큰돈을 벌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3조3005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고 이는 전 분기에 비해 3.6%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이자이익이 1조2238억원이었으며 전 분기에 비해 4.2%,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 늘었다. 우리은행은 3조745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고 이자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0.8%,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다. 하나금융그룹도 3조4583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으며 각각 0.1%, 2.0% 증가했다.

◇ 시장원리 따라야 Vs 대출이자 내려야 =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내자 금융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대출이자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이들이 낸 이자가 은행이 낸 좋은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은행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은행 대출을 찾는 이들이 줄고, 은행 대출을 찾는 이들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대출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은행 대출 금리를 조정하면 은행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는 사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공기업 같은 모습으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다.

여론에 따라 대출금리가 움직일 경우 대중들이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대출을 받으려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이 이자 이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는 견해도 있었다. 올해 3분기 신한은행의 비(非)이자 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32.70% 감소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도 각각 32.14%, 10.46%, 5.42% 떨어졌다. 이에 경제계 인사들은 은행들이 혁신과 경쟁을 통해 이자 이익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은행을 금융기관으로 생각해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규제를 해소해 금융기업이 경쟁하도록 해야 소비자의 이익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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