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민들을 고리채로 등 떠미는 정부
[데스크칼럼] 서민들을 고리채로 등 떠미는 정부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12.01 16: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국내경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각종 경제지표가 빨간색 경고등을 켜고 있다. 경기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실업률부터 제조업가동률, 소비자심리지수는 물론 경제성장률까지 모두 최악의 수준이다.

한상오 부국장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 8.5%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6%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조업가동률은 9월 기준 71.4%로 같은 달 기준인 1998년 9월 68.6%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추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94.2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4분기 연속 0%대를 나타냈고 연간으로는 지난해 2.6%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성장률이 2%대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는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부진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까지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은 이미 1조300억 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에 얽매어 꼼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부진과 맞서 싸울 강력한 무기인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5개월여 동안 동결만 지속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자니 외국인 자본유출이 우려되고, 인상하자니 1조3000억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당장 폭발할지 모른다. 결국 금유위원회와 금감원이 나서 가계부채 위험을 제거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안일해 보인다.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을 대부업 등 고리채로 내모는 효과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저축은행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제2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해 풍선효과처럼 빠르게 늘어나던 저축은행 대출 증가세를 잡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시중은행 등에 대출 자격요건을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높아진 대출 문턱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으로 떠밀렸던 서민들은 이제 높은 이자의 대부시장으로 급격히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의 잇따른 제2금융권 규제 강화가 서민들을 고리채 대부업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를가져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사업자를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346조2000억 원으로 지난 전 분기보다 7조9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판매신용을 제외한 전체 가계대출(1227조9000억 원) 증가액(38조2000억 원)의 28%,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36조2000억 원)의 22%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이는 제1·2금융권에서 밀려난 대출수요가 대부시장으로 집중된 것을 반증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풍선효과가 불법 사금융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10월말 발표한 ‘불법사금융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약 43만 명이 총 24조1000억 원 규모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추정 결과(약 33만 명, 10조5000억 원)보다 각각 30.3%, 129.5% 폭증한 수준이다. 1인당 평균 이용금액도 5608만원으로 지난해(3209만원)보다 무려 74.8% 증가했다.

한 때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개인들에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독려했던 정부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금융규제에 나선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 대출까지 통제한다면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대부업 또는 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1조3000억 원대의 가계대출의 위험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이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장치가 아쉽다는 얘기다. 지금의 방법은 정부가 국민을 고리채 시장으로 떠넘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