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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개편과 한전의 고민 - 이지경제
누진제 개편과 한전의 고민
누진제 개편과 한전의 고민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12.09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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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누진제 정비하더라도 타격은 미비할 듯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져 난방용품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기요금 누진제가 개편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을 담당하는 산업통산자원부 통상에너지 소위에서 누진제 개편안을 잠정 확정했다고 밝혔으나 적용 시점은 미지수다.

▲ 겨울철 난방용품 사용량이 늘어나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통상에너지 소위에서 누진제 개편안을 잠정 확정했다고 밝혔지만 시행 시점은 미지수다. < 사진 = 뉴시스 >

해묵은 논쟁인 누진제가 개편을 앞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누진구간 3단계, 누진배율 3배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3가지 누진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일 통상에너지 소위는 누진제 개편 절충안을 마련해 시행일 자를 12월 중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1안은 하위구간 요금을 인상하고 중위구간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이며 2안은 기존 누진구간 가운데 상위 3단계를 폐지하는 방안, 3안은 하위구간 요금을 소폭 인상하고 상위구간 인하폭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누진제가 개편되면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부는 1안의 경우 한전 손실을 8391억 원으로 예상했으며 2안과 3안은 각각 9295억 원, 9393억 원으로 추산했다. 현재 유력시 되고 있는 3안은 한전의 손실금액이 가장 큰 사안이다.

누진제와 한전의 셈법

한전은 정부가 18.2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이다. 지분율 32.90%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 전기 공급을 통해 전기사용료를 받고 운영된다.

누진제가 개편되면 한전의 영업이익 손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여태껏 중요한 수익구조 역할을 담당했던 누진제가 개편됨에 따라 향후 영업이익이나 손실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누진제에 대한 한전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 8월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개편 TF회의에서 “찜통더위에 어려움을 겪게 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누진제는 물론 교육용, 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형평성 등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지난 달 요금 청구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난방용품을 꾸준히 가동시켜야하는 추위가 시작됐고 24절기 중 겨울이 시작된다는 대설(7일)도 지났다. 겨울철 전기요금고지서를 받아본 소비자들이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다시 제기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최근 한전은 광주전남본부 광산지사와 해남지사에서 수천만원대의 직원 비리로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은 조직적 비리가 아닌 개인단위의 비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불신의 이미지를 누진제 개편을 통해 제고해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줄었다. 연결기준 3분기 순이익은 2조93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3%가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늘어났는데 순이익은 줄어든 모양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사업형태의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의 상승이 순이익 감소의 원인이다.한전의 올해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3분기까지 10조7340억1100만원이다. 전년동기대비 8조6679억4200만에 비해 2조 원이 늘었다.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여름 온도로 인해 냉방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며 누진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유연탄 가격은 최근 톤당 86달러까지 상승했다. 한국전력이 유연탄 가격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2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덧붙여 경주 지진 사태 이후 원전 가동률이 70%를 하회하고 있다. 이에 12월중에 실시될 누진제 요금 개편안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으로 점쳐진다.

확정이 유력하다는 3안은?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로 시행되고 있다. 사용량 100kw 이하인 1단계부터 501kw이상인 6단계까지 분할돼 있고 단계별 구간범위는 100kw다. 가장 낮은 1단계는 100kWh 이하를 사용할 경우 1kWh당 60.7원을 낸다.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1kWh당 적용 요금이 증가, 501kWh를 초과해 사용하면 709.5원이 적용되며 누진 배율이 약 11.7배에 달한다.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 안 공청회'에서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 처장이 누진제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당일 기온 33도가 넘어가면 발령되는 폭염주의보를 한 달 동안 21번이나 통보했고 같은 달 16일부터 29일까지는 14일 연속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이 기온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온도가 높았던 1994년(한 달 폭염주의보 31.1회)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폭염주의보 빈도수를 기록할 만큼 올 해 여름 냉방용품 사용은 필수 사항으로 꼽혔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여름철 실내적정온도(26°)를 유지하려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가동시켜야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가동했을 때 441.6kWh를 추가로 사용하게 되며 누진제 6단계(501kWh 이상)에 속하게 된다. 이 때 전기요금은 32만1천원이다.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누진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유력시되고 있는 누진제 개편 3안은 1단계 요율은 93.3원으로 현행 누진제 상 1단계보다 올랐다. 2단계와 3단계는 현행 3단계(201∼300kWh)와 4단계(301∼400kWh) 요율인 187.9원과 280.6원을 적용한 사안이다.

개편이 유력한 3안 누진제로 하루 8시간 에어컨을 가동시켰을 때 17만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기존 누진제에 비해 전기요금이 절반이 줄어든 모습이다.

통상·에너지 소위는 "누진제원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력 다소비 가구의 요금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3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주택용만 적용되는 누진제, 한전에 직접적 영향 있나?

지난 8월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행 6단계인 가정용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폭을 50㎾h씩 높이는 방식을 일시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당시 1단계는 100㎾h 이하에서 150㎾h 이하로, 2단계는 101∼200㎾h에서 151∼250㎾h 등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일종의 소급적용이다.

일시적 요금제 적용 기간이 폭염이 풀리면서 종료됐지만 전기사용량이 기본적으로 높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요금할인을 통한 한전의 영업이익이 1~4조 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견해다.

그러나 한전은 3분기 영업이익 4조 대를 기록했다. 4분기가 공시되면 영업이익 14조원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급적용이 없었다면 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12월 중 적용될 누진제 개편 확정안이 소급적용기간의 일시적 조정보다 요금할인의 수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주가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또한 누진제가 주택용 전력에만 해당하는 점도 누진제 개편이 한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의 이유다. 주택용 전력은 연간 전력소비량의 절반도 못 미친다. 작년 기준으로 주택용 전력판매 수익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8%(8조1162억원)다. 

나머지 산업용 전력의 수요가 한전의 영업이익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용(kWh당 105.7원)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kWh당 81원)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단가를 5% 내려도 주택용 전력판매량이 5.3% 늘어나면 단가 인하 영향이 100% 상쇄된다"고 분석했다. 주택용 전력판매 수익의 비중이 낮은 데다 전력소비가 증가해 단가 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던 누진제도 기존 누진제 6단계로 그대로 부과되고 있다.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체감온도가 높은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개편안 확정과 시행일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기대치만 높아지는 실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사용량이 높은 슈퍼유저(Super user)와 취약계층에 대한 할인 폭을 조정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협의 이후 한전 이사회 의결이 나오면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중으로 누진제 개편안이 최종 확정된다”고 말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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