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내년 3월 도입…시중 은행들은 부정적
씨티은행 내년 3월 도입…시중 은행들은 부정적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2.26 15: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씨티은행.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씨티은행이 내년 3월부터 계좌 유지수수료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제도의 합리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 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씨티은행의 약관 개정안이 금융감독원 심사를 통과했다. 총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신규 고객이 수수료 부과 대상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내년 3월 시행 예정”이라면서 “금액(수수료)은 월 3000~5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지만 현재까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거래 고객이나 예금, 신탁, 방카, 투자상품 등 총 잔액이 1000만 원 이상인 고객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 수수료 내지 않아도 되는 이들은 누구? =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기존 고객 △예금, 신탁, 방카, 투자상품 등의 금액이 총 1000만원 이상인 고객 △모바일/인터넷 뱅킹, ATM 등 디지털 채널만을 사용하는 고객 △주택담보대출, 펀드 등 연결계좌 △만 19세 미만 또는 만 60세 이상의 고객 △사회배려계층(기초생활보호대상,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등)이다. 아울러 법적 제한으로 지급 정지된 계좌도 수수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좌 유지수수료 도입 취지는 수수료 수입 확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과 은행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디지털 채널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계좌 유지수수료로 얻을 수 있는 득(得) = 은행권이나 학계 관계자들은 씨티은행이 이번 수수료 도입으로 계좌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씨티은행 측 주장대로 디지털 채널의 사용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도 계좌 유지수수료 제도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매금융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를 내놓고 휴면계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은행권 인사들은 금융당국도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사격’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앞 다투어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는데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풍부한 자금력이 필수다. 풍부한 자금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내 시중은행 경영이 잘 돼야 한다. 시중은행 경영실적을 더욱 낫게 하려면 비용을 많이 잡아먹는 휴면계좌들을 줄여야 하므로 금융당국이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유지수수료로 생길 수 있는 실(失) = 다만 수수료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상당한 유·무형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은행 고객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계좌 유지수수료까지 신설하게 되면 불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일은행은 지난 2001년 계좌 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결국 제도를 없앴다.

두 번째는 계좌 유지수수료 제도 도입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영업에서는 ‘문간에 발부터 들여놓는 전략’(풋 인 더 도어 테크닉)을 중시한다. 소비자들이 별 부담 없이 은행을 찾아와 자연스럽게 은행계좌부터 개설한 이후 다른 금융상품으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만일 은행이 계좌 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하면 통장을 개설할 때 문턱이 생기므로 그만큼 신규 고객 유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것이 씨티은행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세 번째는 장애인 배려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씨티은행 측은 사회배려계층(기초생활보호대상,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등)에게는 계좌 유지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장애인들이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불편하다. 따라서 지점에 와서 은행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은행 업무를 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세부사항을 정리하는 단계에 있어 여러 디테일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애인 면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년소녀 가장들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년소녀 가장들 입장에서는 즐겁지 않은 일일 수 있다.

◇ 씨티은행, 유지수수료 도입 신중해야 할 듯 = 현재 한국 사회에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대중의 강력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서황에서 씨티은행의 계좌 유지수수료 도입은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씨티은행이 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국민정서보다 금융 공학적 이론에 치중한 제도 도입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용빈도가 낮은 은행계좌를 줄이려는 노력이 직원 감축과 연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은행가에서 명예퇴직 등 인력 축소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시티은행의 대규모 감원 등의 문제가 야기될 때 좋지 않은 여론이 조성될 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다른 시중 은행들의 반응은? = 다름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계좌 유지수수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계좌 유지수수료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국민은행은 “씨티은행의 약관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모든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겠지만 아직 계좌 유지수수료와 관련한 구체적 답변을 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해 본 적은 없지만 계좌 유지수수료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계좌 유지수수료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SC은행 관계자도 “계좌유지수수료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수협은행 관계자도 계좌유지수수료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이야기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