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nomy] 축구장을 누비는 '차이나 머니'
[S-conomy] 축구장을 누비는 '차이나 머니'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7.03.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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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우려가 현실이 됐다. 23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중국에 패하며 ‘누워서 떡먹기’라던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일부 언론은 ‘이변’의 원인을 감독의 차이에 주목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과 마르첼로 리피 중국 대표팀 감독의 기량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는 표현이다.

▲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중국은 지난 해 10월, 이탈리아 국적의 리피 감독을 연봉 250억원에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자리에 앉혔다. 한국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30억원대로 알려졌다. 언론이 주목한 감독의 차이는 8배 차이의 연봉으로부터 시작된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끌며 월드컵 우승을 한 차례 기록한 바 있다. 유벤투스 감독 시절에는 유럽 최고 프로축구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이끌었다.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 직전에는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헝다를 이끌며 리그 우승도 경험했다. 검증된 감독을 넘어 우승과 인연이 깊은 세계적인 ‘수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이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이렇다 할 감독 경력이 없다. 선수 시절 레알마드리드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더 부각되는 감독이다. 감독 재임 시절의 경력과 경험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많은 인구수를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 선수권 대회에서 매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중국이 범정부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것이 된다. 무역, 외교 등의 국가적 정책이 대표적이며 스포츠도 동일하다.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세계적인 운동선수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육상 같은 개인 종목이 아닌 축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에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4.5장이 주어지는 월드컵 티켓은 단 한 번도 따낸 적이 없으며 피파랭킹은 86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파랭킹 40위권인 한국 축구대표팀과의 역대 성적은 1승12무18패에 해당해 국내 언론은 이를 ‘공한증(恐韓症)’으로 표현하고 있다.

▲ 훈련중인 중국 축구국가대표팀과 마르첼로 리피 감독 < 사진 = 뉴시스 >

그러나 ‘축구 불모지’로 불리던 중국이 달라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스포츠 양성 정책을 진행했고 그간 미흡했던 축구에도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할 방침이 마련됐다.

먼저 유명 프로축구 감독들을 자국 리그로 영입했고 중국 자본가들은 유럽 축구 구단을 통째로 매입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은 리피 감독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 상강의 감독은 손흥민의 소속팀으로 알려진 토트넘의 감독을 지냈던 안드레 비야스 보야스이며 연봉은 152억원이다. 또 다른 중국 프로축구팀 허베이 화샤 샴푸의 감독은 2014년 멘체스터시티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추정 연봉만 260억원에 달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감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감독직을 맡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의 경우 지난 2014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 오를 뻔한 경력이 있다. 스콜라리 감독의 에이전트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표팀 감독의 의사를 타진했고, 연봉은 자신이 모국에서 받던 300만달러(한화 약 31억원) 수준을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시 전임 감독이던 홍명보 감독의 연봉이 6억원 선이었으며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더라도 최고 15억원 선에서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우며 스콜라리 감독의 한국행은 무산됐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외국인 감독 선임은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본인이 추구했던 축구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코칭스태프와 함께하기를 원한다. 코치나 트레이너 등 자신만의 사단을 데려오고, 동반하는 식구들에게 주거와 차량 등을 제공하는 등 추가적인 옵션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2014년 당시 28억원의 연봉을 받고 일본 국가대표팀에 선임된 자케로니 감독에게 일본축구협회는 연간 40억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몸값이 비싼 감독을 선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국과 일본 대표팀 감독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연봉으로 선임된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후 25승4무5패의 호성적을 거뒀으며,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전 패배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중국의 스포츠 양성책의 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몸값이 높은 유명 외국인 감독과 선수를 자국 프로축구리그로 데려오며 자국 선수들에게 선진축구를 경험하게 했기 때문에 리그의 흥행뿐만 아니라 자국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차이나 머니’의 본질적 효과가 스포츠 산업에도 드러나게 되는 반증이다.

또한 차이나 머니는 ‘꿈의 리그’로 불리는 유럽프로축구의 겨울 이적 시장을 강타하기도 했다. 유럽프로축구는 한 시즌이 종료되는 5~6월경부터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인 8월까지와 시즌 중인 1월, 두 번에 걸쳐 이적시장이 열린다. 1월에는 각 팀들이 한 시즌을 절반정도 치룬 시점이기 때문에 경기를 진행하며 드러난 취약 포지션과 장기 부상 선수의 공백을 선수 영입을 통해 메우는 기간이다. 또 고액 연봉을 받는 거물급 선수를 매각하며 구단 재정 상태를 살핀다. 이에 ‘겨울 이적 시장’으로 불리는 1월은 전통적으로 ‘대어급’들의 이동이 잦았다.

최근 2년간 겨울이적시장에서 눈여겨볼만한 대어급 선수들은 모두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프로축구(EPL)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의 미드필더이자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허리를 담당하는 오스카의 중국행(상하이 상강)이 대표적이다. 오스카의 이적료는 6000만유로(한화 약 728억원)이다. 같은 리그 소속팀 왓포드의 공격수 이갈로도 290억원을 받으며 중국 창춘 야타이로 이적했으며, 박지성과 함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며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테베즈도 아르헨티나 자국리그에서 중국 상하이 선화로 이적했다. 테베즈의 이적료는 1066억으로 역대 이적료 6위에 등극했으며, 주급은 월드클래스 선수로 불리는 호날두와 메시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어급 선수들이 중국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연봉이다. 명예보다 돈을 선택했다는 조롱을 축구팬들에게 받기도 하지만, 중국행에 몸을 실은 선수 개인에게는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프로축구 구단의 러브콜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정당성을 띄고 있다.

이처럼 ‘슈퍼스타’가 운동장을 누비는 중국 프로축구리그는 흥행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타 국 리그와의 수준 차이도 점차 좁혀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조별예선이 진행 중인 2017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FC서울이 상하이 상강에게 패배, 제주유나이티드는 장수 쑤닝에게 패했으며 수원삼성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비겼다. 이 대회에서 한국프로축구팀은 중국프로축구팀과의 일전에서 아직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디펜딩챔피언인 전북현대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해당 대회 참가자격이 박탈됐지만 직전 대회의 8강 문턱도 넘지 못했던 중국팀이 이번 대회에서 기세를 탄 것은 분명하다.

▲ '축구 불모지'로 불리던 중국의 축구 열기가 달라졌다. < 사진 = 뉴시스 >

중국의 자본력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가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저렴한 연봉을 받으며 높은 기량을 보이는 ‘가성비’가 높은 감독과 선수가 있다면, 경영을 도맡아야 하는 구단·협회의 오너에게 당연히 첫 번째 선택지가 된다. 다만 해당 팀의 성적 부진이 길어져 팬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대중의 관심이 멀어져 국가대항전 뿐만 프로축구 구단들의 살림도 악화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조 최하위인 중국에게 일격을 당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직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를 사수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흥행을 유지할 수 없다는 논리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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