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적 책임의 진정성
[기자수첩] 사회적 책임의 진정성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7.05.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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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림 기자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방학철만 되면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잇따른다. 이 때 대다수 학생은 봉사의 진정성 보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또 봉사의 대상이 되는 독거노인과 어린이들의 의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연말연시 그리고 장애인의날 등 특정일에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따뜻한(?) 뉴스가 쏟아진다.

주된 내용은 기업들이 소외계층에게 사회적 책임을 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 힘이 됐다는 내용이다. 현물 또는 재능기부가 대부분이다. 또 무료 급식소를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배식하기도 하고 결손가정 아이들을 찾아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따듯하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쉽다. 기업이름과 활동명이 들어간 플랜카드를 일제히 들어 올려 기념사진을 찍는 일. 일종의 봉사활동 확인서다. 이 사진은 해당 기업의 보도자료로 포장돼 뉴스로 송출된다. 사회공헌 활동의 공급자인 해당 임직원들의 의지와는 별개이자 수혜를 입는 대상의 의지 역시 무관하게 진행된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봉사활동 시간을 요구하는 학교와 많이 닮아 있다. 과정이 어찌됐든 수혜자가 느끼는 효용에 한계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 ‘보여주기식’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수혜자에게 제공되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공급자인 기업 입장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운영되고 있다는 게 일차적인 문제다. 또 대기업이 아닌 경우 전담팀이 없기 때문에 담당자도 매번 바뀌어 사후관리나 전문성도 떨어진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사회공헌활동의 목적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차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직원의 자부심 증진이 주된 목적이다”고 답했다. 재무적 이익의 증진이나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 등은 언급하지 않는다. 분명히 좋은 일인데 포장지가 너무 두꺼워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듯하다.

공급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수혜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수혜자가 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후 사회공헌활동이 단순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통해 체계적인 활동을 지향해야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마지막 기념사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공급자의 인식 개선도 의무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도움을 베푸는 진정성만은 의심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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