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외이사=‘꿀’ 알바…SC제일, 시간당 258만원
은행권, 사외이사=‘꿀’ 알바…SC제일, 시간당 258만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6.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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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 사외이사들이 사회적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Yes’를 외치는 거수기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연간 200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최소 18만7296원에서 최대 258만6206원을 수령해 ‘꿀’ 알바라는 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가 대주주(오너)의 독자 경영을 방지하고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감독·조언하게 할 목적으로 지난 1998년 도입됐다. 하지만 사외이사 대부분은 은행 결의안건에 대해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모양새라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외이사는 모두 29명이다. 이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132시간, 평균 연봉은 5507만원이다. 신입행원 평균 근로시간(1일 8시간, 주5일제 기준) 2600시간과 급여(국민연금 납부 기준 추정치) 4185만원과 비교하면 ‘대박’ 또는 ‘꿀’ 알바라는 지적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래프=남경민 기자

은행별로 살펴보면 KEB하나은행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5862만원이다. 이중 김주성 전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6600만원(246시간/시간당 26만8292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권영준(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5750만원(307시간/ 시간당 18만7296원), 허윤(서강대 국제대학원장) 5600만원(231시간/ 시간당 24만2424원), 정영록(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외이사가 5500만원(212시간/ 시간당 25만9433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5396만원, 평균 근로시간이 102시간으로 전체 평균(132시간)에 못 미쳤다. 우리은행의 최다 금액 수령자는 홍일화(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사외이사다. 그는 109시간을 활동하고 6550만원을 수령했다. 근로시간 대비 보수가 시간당 6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110시간/ 시간당 53만6363원),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 교수(107시간/ 시간당 55만1401원)가 5900만원씩 받았고 이호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고성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김성용(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외이사는 각각 4540만원(95시간/ 시간당 47만7894원), 5561만원(98시간/ 시간당 56만7448원), 3929만원(95시간/ 시간당 41만3578원)을 벌었다.

신한은행 사외이사 평균보수는 4953만원, 평균 근로시간은 210간이다. 황선태(법무법인 유한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 5710만원(203시간/ 시간당 28만1280원), 구본일(연세대 경영대학 재무전공 교수) 5620만원(279시간/ 시간당 20만1433원), 황국재(서강대 경영학과 회계전공 교수) 5510만원(281시간/ 시간당 19만6085원), 후쿠다 히로시(쿄와크리에이트 전무이사) 5400만원(139시간/ 시간당 38만8489원), 인호(고려대 대학원 컴퓨터학과 교수) 3870만원(183시간/ 시간당 21만1475원), 이성우(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610만원(177시간/ 시간당 20만3954원) 사외이사 순으로 임금을 수령했다.

IBK기업은행은 사외이사 평균보수가 2898만7068원으로 6개 은행 중 가장 낮았지만, 평균 근로시간 역시 23시간30분으로 가장 적게 일했다. 반면 근로시간 대비 수령금액은 123만3492원으로 6개 은행 중 선두를 달렸다.

이중 이종구(24시간/ 시간당 125만원) 김&장 외국변호사와 조 용(23시간/ 시간당 130만4347원)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성호용(28시간/ 시간당 107만1428원)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각 3000만원씩 수령했다.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은 19시간을 일하고 2594만8275원을 받아 시간당 136만5698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SC제일은행은 6개 은행 중 사외이사 평균보수가 8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의 보수는 1억원으로 29명 사외이사 중 가장 높았다. 권 원장은 지난해 117시간을 일해 시간당 85만4700원을 받았다.

또 지난해 10월 선임된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 부학장의 경우 29시간을 일하고 7500만원의 보수가 책정돼 시간당 258만6206원을 받아 시간당 금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데이비드 에드워즈(110시간/ 시간당 72만7272원) 전 SC금융지주 대표이사, 전영순(148시간/ 시간당 50만6756원)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오종남(135시간/ 시간당 55만5500원)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는 7500만원씩을 받아갔다.

한국씨티은행의 사외이사 평균보수는 5642만원, 평균 근로시간은 78시간이다. 씨티은행 최대 보수 수령자는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92시간을 일하고 7510만원(시간당 81만5217원)을 받았다. 이어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6000만원(100시간/ 시간당 60만원)을 받았으며, 한상용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안병찬 명지대 객원교수는 똑같이 61시간씩 일하고 4530만원을 수령해 시간당 보수가 74만2622원으로 나타났다.

거수기

사외이사들은 근로시간 대비 고액의 보수를 수령했지만 이들의 역할은 그저 은행 경영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사전에 주요 안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주주총회에서 찬반 여부를 가린다는 항변도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6개 시중은행 사외이사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처리한 결의안건은 430건이다. 이 중 부결은 2건에 불과했다. 특히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전원 찬성을 표결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22회의 이사회에서 민영화와 동남아지역P사 인수, 우리P&S신용공여 승인 등 76개의 안건을 가결했다. 신한은행은 19회 이사회, 77건이 통과됐다. 기업은행은 16회 이사회에서 61개의 안건이, 씨티은행은 15회 이사회에서 나온 54개의 결의안건이 전부 가결됐다. 모두 사외이사 전원 찬성(불참 제외)에 의한 가결이며 반대 의견은 없었다.

반대가 나온 곳은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다. 하나은행은 17회의 이사회에서 106건의 결의안건을 다뤘다. 이 중 104건은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으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발행 후순위채 매입 승인에 대한 건은 사외이사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또 길림은행고분유한공사 유상증자 참여 승인에 대한 건도 전원 보류 의견으로 불발됐다.

SC제일은행은 15회의 이사회에서 다룬 59개 결의안건 중 58건이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나머지 1건은 ‘권한위임규정 및 매뉴얼 개정의 건’으로 사외이사들이 전원 반대에 표결해 부결된 바 있다.

시중은행들은 거수기 역할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이사회에서의 찬성·반대 여부가 사외이사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 올라가는 결의안건은 이전부터 임원진들이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을 통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보통 이사회 당일 전원 찬성으로 가결 된다”면서 “오히려 부결된 안건의 경우, 사전에 사외이사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경영진 측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이에 대해 “금융권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감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외이사 중 일정 비율은 소액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선임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사외이사가 겸직하는 감사위원 역시 별개로 선출해야 감독 기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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