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탐정 없는 나라의 탐정, ‘보험조사관’이 겪는 고충
[기자수첩] 탐정 없는 나라의 탐정, ‘보험조사관’이 겪는 고충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6.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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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국내엔 아직 탐정이란 직업군이 없다. 신용정보보호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탐정이란 이름을 쓰거나 사설 탐정업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탓이다.

해외의 사립 탐정과 같은 민간 조사원 대부분은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등으로 부르는 곳에서 활동할 뿐이다. 흔히 불륜 채증 같은 것이 암암리에 이들의 손을 빌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립 탐정이 종횡무진 하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이 생각하는 탐정에 가까운 역할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보험회사의 보험조사관이다.

보험조사관들은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보험사기를 현장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해 보험사기꾼들을 가린다. 공식적으로 경찰이나 검찰 조사관은 아니지만, 민간 영역에서 범죄 조사를 한다는 점에서 사립 탐정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 일반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다.

실제 지난달 보험조사관 공인 자격증인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시험’에 3000명 넘는 사람이 응시해 화제였다. 2006년 처음 도입돼 올해로 2회를 맞는 시험에 예상을 웃도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에서 현재 보험조사관으로 활동하는 관계자뿐 아니라 전·현직 경찰이나 검찰 조사관들도 상당수 이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시험에서 다루는 과목이 전문적이고 난이도가 높아 1회 시험 합격률도 20%가 안 됐다고 한다. 보험관계법, 보험약관, 형사법, 범죄수사·심리학, 보험조사 개론과 판례, 보험 과학조사 실무 등 상당히 실무적인 분야까지 포괄한다.

보험연수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지능화하면서 검찰과 경찰 관계자도 보험사기 조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았지만 응시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며 “시험 과목 중 실제 보험사기 조사에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아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격자들은 보험사고 현장에서 자격증을 보여주고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보험조사분석사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보험조사관의 현장 조사가 쉽지 않았던 탓에 공인된 자격증이 다소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테다.

이미 예전부터 보험조사관들이 현장에서 조사권만 가지고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수사권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적도 있다.

단순 비교가 힘들긴 하지만,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사기방지국 조사관들이 총기소지와 체포권한을 부여받아 보험사기 조사를 진행한다. 민간 비영리기관으로 보험사기방지협회가 구성돼 있기도 하다.

영국에선 민간 조정기구인 보험사기방지국에서 보험업계와 경찰, 감독당국간 공동대책을 수립해 긴밀히 협조해왔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보험청구 사기 관련 정보를 제공해 경찰의 보험사기 수사지원 등을 지원하고, 보험사기방지관리소 등에서 보험사기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가까운 일본도 보험사와 경찰 연락협의회가 있어 보험사기 방지대책을 협의하고 정보 공유와 공동조사 실시 등을 진행한다고 한다. 각 국가에서 보험사기를 중범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보험사기를 현장의 민간 보험조사관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최근 보험사기가 강력범죄의 성격을 띄고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점에 비춰봤을 때 수사권도 갖지 못한 보험조사관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닌 현실이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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