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상표권' 논란…NH농협생명, 3년 간 1324억 지불
보험사, '상표권' 논란…NH농협생명, 3년 간 1324억 지불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8.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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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알리안츠생명 본사 대형 로고 간판이 새로운 사명인 ABL생명 로고로 바뀌고 있다. 사진=ABL생명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대기업과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모기업에게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표권 사용이라고 하지만 턱 없이 비싼 사용료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보험사들이 적지 않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사명 변경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 보험사는 모기업에 상표 사용료를 과다 지급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표권 사용료는 보통 자회사 매출액의  0.1~0.3%선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의 경우, 농협중앙회에 2%를 상회하는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NH농협생명에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경영유의사항 2건과 개선사항 20건의 제재 조치를 공시했다. 이중 경영유의사항으로 ‘명칭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생명은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지급여력(RBC)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 규모가 당기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해 자본 적정성 제고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경영 상황을 감안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등 자구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명칭사용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생명이 올해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는 명칭사용료는 526억원에 달한다. 2015년 302억원, 지난해에는 496억원으로 매년 명칭사용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명칭사용료 비중도 높아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의 2.45%에 해당한다.

이는 모기업에 명칭사용료는 지불하는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가령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 162억원의 사용료를 냈는데, 매출 대비 0.23% 수준이다. 한화그룹에 79억원의 명칭사용료를 지급하는 한화생명은 매출에서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0.05% 정도다.

더구나 그룹 계열 보험사라고 모두 명칭사용료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화재·생명은 삼성그룹에 별도의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현대해상 역시 독립적으로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사용료 부담이 없다. KB손해보험의 경우, 별도 사용료는 지급하진 않지만 KB금융지주의 광고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농협생명의 명칭사용료를 우선적으로 지적한 이유가 여기 있다. 더구나 재무 건정성이 양호한 상황이 아니라 자본확충이 필요한 농협생명과 같은 경우 이같은 사용료 부담은 큰 짐이 될 수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545억43000만원으로 전년 1676억1700만원에 비해 7.8% 줄었다. RBC 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86.46%로, 당국의 권고치 150%보다 높지만 생보업계 평균치 240.54%엔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

사진=뉴시스

더구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자본확충 계획이 미흡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실시한 회계기준 재무영향 분석결과에 따르면 RBC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른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생명 관계자는 “명칭사용료는 농업지원사업비로 사용된다. 농협의 고유 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형태”라면서 “금액은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을 기준으로 최대 2.5% 내에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특성상 농가 지원이나 복지 등 농촌 지원 사업을 명칭사용료를 통해 조달하도록 농협법에 명시된 상황에서 이를 쉽게 줄이거나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영유의 조치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자구책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돼 있다. 내부에서도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 상품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하단 분석이 나왔기 때문에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인수합병

모기업에 대한 명칭사용료 문제뿐만 아니라 아예 모기업이 바뀌면서 사명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보험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알리안츠생명은 이달부터 ‘ABL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에서 중국 안방보험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알리안츠란 명칭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알리안츠생명은 ‘더 나은 삶(A Better Lif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사명을 알리는 데 힘쏟고 있다.

또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에 흡수합병되면서 아예 미래에셋생명으로 간판을 달게 됐다. ING생명도 내후년엔 새 간판을 달아야 한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한국 법인을 매각하면서 상표권을 2018년까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동부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은 그간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등 계열사에 별도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에는 국세청이 동부건설에 대해 회사 이익을 축소했다며 미납된 법인세를 가산해 수백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동부건설이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그룹 입장에서 매년 ‘동부’에 대한 거액의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 업계에선 동부화재나 생명 역시 올해 안에 사병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실제 동부화재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 사명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면 그간 사용해왔던 기업 아이덴티티나 상품명 등을 모두 바꿔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나 소비자에게 긍정적”이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새로운 사명으로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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