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헌의 촌철살인] 루카스 비판과 한국의 자영업
[주동헌의 촌철살인] 루카스 비판과 한국의 자영업
  • 주동헌 한양대 교수
  • 승인 2017.08.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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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소위 ‘루카스 비판’이란 용어는 경제신문을 읽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으로 생각된다. 루카스 비판이란 계량경제 모형의 계수는 행태 계수에 불과하므로 계량정제 모형으로 정책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 얘기하면, 계량경제 모형은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하기 보다는 경제 주체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계량경제 모형을 통해 추정된 계수들의 값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정책변수가 변했을 때 계수 값도 변할 수 있으므로, 계량경제 모형을 통해 정책효과를 측정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효과 측정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루카스 비판은 거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정량적 경제 방법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거시경제학은 이와 같은 루카스 비판에 대응해 자의적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바탕 해 수립된 계량경제모형으로 정책효과를 측정하는 대신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를 강조하는 이른바 ‘실물 경기변동 이론(Real Business Cycle)’을 발전시키게 된다. 실물 경기변동 이론은, 거칠게 요약하면, 가계와 기업의 효용과 이윤 극대화 조건을 ‘구조식’으로 해 경제 전반의 일반균형 조건 하에서 경제 변수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물 경기변동 이론에서는 ‘구조식’의 모수를 통계적 기법으로 추정하기 보다는 ‘캘리브레이션’으로 그 값을 설정한다. 캘리브레이션은 공학 모형에서 유래하는 개념으로,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생략하고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얘기하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값으로 모수값을 설정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물경기변동 이론에서는 정책효과 분석에 있어 행태모수가 아닌 구조모수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루카스 비판을 극복한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 주도 하의 양적 성장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는 혁신에 의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혁신은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 의해 가능하며 창조적 파괴의 주체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가이다. 그러므로 기업가 정신에 의한 혁신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서 중요한 구조적 모수중 하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 기업가의 비중이며 구조적 모수를 기업가 비중을 감안해 캘리브레이션하기도 한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취업자’라고 하며 취업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나뉜다. 여기서 고용인이 바로 기업가다. 그러면 혁신이 활발한 경제는 고용인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제인가? OECD 통계 데이터베이스에서 고용인은 employer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이를 ‘자영업자’라고 부른다. 자영업자는 다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로 나뉜다. 다소 자의적으로 부르자면 전자는 ‘영세 자영업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제 질문에 답해보자. 한국 경제에서 기업가, 다시 말해 고용인, 또 다시 말해 자영업자가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에 약 23%를 나타냈다. 이는 OECD 국가중 5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멕시코, 터키 등이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고용인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제가 혁신이 활발한 경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경제 발전 단계가 높은 나라일수록 자영업자 비중이 낮다. 미국은 2016년 자영업자 비중이 6% 정도이며 한국 경제 구조가 따라간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자영업자 비중도 9% 정도에 불과하다. 또 우리 경제의 고용 구조에서 문제점의 하나로 늘 지적되는 것이 높은 자영업자 비중이다. 혁신의 주체가 기업가인데, 기업가의 비중이 높은 나라를 혁신이 활발한 경제라고 말할 수 없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퍼즐처럼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업가가 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없는 자영업자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80년 34%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90년대에 하락 추세를 지속해 1996년 외환위기 직전에는 27%로 하락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에서 8%로 그 비중이 증가했다. 반면 외환위기 직후에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감소했다. 노동시장의 이동성이 낮고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경제에서 고용의 위협을 받은 근로자는 더 좋은 일자리를 탐색하기 보다는 영세자영업자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고용시장의 구조적 지표는 명확하다. 혁신하는 능동적 기업가를 늘리고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한계 영세 자영업자를 줄임으로써 자영업 비중을 계속 낮춰가야 한다. 이것이 영세 자영업 구조조정의 방향이다. 양질의 일자리란,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근로에 대한 보상이 가능한 일자리로 볼 수 있다. 자영업 구조 개혁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극복하는 한국 경제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Who is?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교수 ramib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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