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 규제에 찬물 끼얹는 금융당국…차분한 대응 필요
[기자수첩] 가상화폐 규제에 찬물 끼얹는 금융당국…차분한 대응 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1.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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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비트코인은 거품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

역대 금융감독원장 가운데 최흥식 원장만큼 유명해진 인물이 또 있을까. 최 원장은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발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최 원장은 가상화폐의 폐해를 경고하는 취지에서 한 말이겠지만, 그 파장은 한 달여가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인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나온 발언임에도 이 말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최 원장은 규제 반대 측의 1등 타깃이 됐다.

금감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내기를 제안한 모양새는 공분을 사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현재도 가상화폐 관련된 이슈에서는 ‘금감원장, 내기에서 졌다’는 비웃음 섞인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여기에 최 원장의 재산 현황과 부동산 ‘갭 투자’를 했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해 ‘투기 현상을 잡겠다’는 정부의 규제 취지를 무색케 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최 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가 참여인원이 4만명에 달한 것은 덤이다.

결국 최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한국에만 비트코인 가격에 프리미엄이 있어서 그런 거품은 없어지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얘기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했다”며 “송구스럽다. 앞으로는 정제된 표현을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금감원장의 발언이 무마되려는 중 또 다른 사건이 금감원 내부에서 터졌다. 금감원 직원 한명이 정부 발표 전에 보유 화폐를 팔아 시세차익을 본 것. 이 직원은 지난해 7월 2일부터 12월 11일까지 1300만원어치의 가상화폐를 투자해 약 7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직원은 지난해 2월부터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가상화폐 대책을 준비하는 일에 관여해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직원이 가상화폐를 매도한 시기는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발표(지난해 12월 13일) 바로 이틀 전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고, 금감원 내부 징계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공분을 사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안을 놓고 정부 부처끼리도 합이 맞지 않아 갈팡질팡 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검찰인 금감원마저 한 달 사이에 거하게 찬물을 두 번씩이나 뿌려놓은 셈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광풍’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정도로 혼돈의 도가니다. 이 분위기에 정부와 금융당국도 휩쓸린 것인지 연일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가상화폐 문제가 심각하고 다급한 현안이라는 반증일 수 있다. 지금보다 좀 더 차분한 상태에서 내부 단속과 점검을 확실히 한 뒤 뒷말이 나오지 않게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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