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이자 놀이 재미 본 은행권, ‘수수료 장사’도 사상 최대치 경신
[이슈 체크] 이자 놀이 재미 본 은행권, ‘수수료 장사’도 사상 최대치 경신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2.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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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이자 놀이(?)뿐만 아니라 수수료 장사에서도 수완을 발휘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이 전년도 연간 실적을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편승해 이자 장사를 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자이익뿐만 아니라 비이자이익, 특히 수수료 수익이 확대돼 함박웃음을 지었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수수료 수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수익 2조9757억원을 달성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 3분기말 누적 기준 지난 2015년 2조6396억원에서 2016년 2조6939억원으로 2.1%(543억원)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무려 10.5%(2818억원) 늘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지난해 3분기 7036억원의 누적 수수료 수익을 거두며 가장 많이 벌었다. 이어 우리은행(5960억원), 신한은행(5746억원), KEB하나은행(4587억원), NH농협은행(3877억원), IBK기업은행(2552억원) 순이다.

수수료 수익의 폭발적인 증가는 은행권이 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이익 확보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2016년부터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대출 옥죄기’에 돌입하자 안정적인 이자 장사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수수료 장사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 한 해 동안 수수료 수익이 짭짤한 펀드와 신탁 상품 등을 다수 내놨다. 신탁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일정기간 동안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은행권은 펫신탁이나 유언대용신탁, 치매안심신탁, 나눔신탁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신탁들을 선보였다.

또 투자 성과에 따라 수수료 금액을 다르게 받는 ‘성과보수 펀드’ 상품들도 앞 다퉈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은행이 목표치로 정해놓은 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인하하고, 반대로 초과 달성했을 때는 추가 수수료를 받는다. 즉, 실적이 좋을수록 은행은 더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것.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에 편승한 이자 이익과 수수료 순이익 증가는 은행의 수익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은 1.74%로 전년 동기(1.58%)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또 신한은행(1.50%→1.56%), KEB하나은행(1.38%→1.52%), 우리은행(1.41%→1.51%), IBK기업은행(1.90%→1.96%), NH농협은행(1.73%→1.77%) 등도 각각 개선됐다.

제동

은행권이 올해도 승승장구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이 서민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포용적 금융’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은행권의 고공 수익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올해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저소득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감면과 면제 대상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ATM 수수료 부담이 금융소비자의 소득과 반비례 하고 있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소득 하위 1분위 소득자의 수수료 부담 건수는 2~5분위 소득자 평균의 5.6배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은행권의 수수료 수입 중 하위 1분위 소득자 비중은 57.4%다. 저소득층일수록 거래실적이 적어서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받지 못하는데다, 보통 은행 영업시간 중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마감시간 이후 ATM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금융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ATM과 외화환전 수수료 등을 중심으로 부과체계 적정성을 점검하고 저소득층 위주의 금융거래 수수료 면제대상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은행권의 가장 기본적인 수수료인 ATM에서 공백이 생길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수수료 옥죄기’가 은행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감면, 면제 대상 확대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따르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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