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고비 넘긴 한국지엠 정상화, 산은·GM '줄다리기' 관건
법정관리 고비 넘긴 한국지엠 정상화, 산은·GM '줄다리기' 관건
  • 이민섭 기자
  • 승인 2018.04.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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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문승 자동차부품업체 다승 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베리 앵글 지엠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 발표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승(오른쪽부터) 자동차부품업체 다승 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베리 앵글 지엠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 발표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한국지엠(GM)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향후 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고비를 넘긴 한국지엠은 당장 급했던 유동성 위기부터 숨통이 트이게 됐다. 노사 임단협이 타결됨에 따라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와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정부와 GM이 향후 자금 투입 방법을 놓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이달에만 9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성과급 지급과 협력사에 줘야 하는 부품 대금 등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최근 4년 간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이번 임단협 노사 합의에 따라 한국지엠은 GM 본사로부터 차입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문제부터 해결할 계획이다.

GM 본사는 지난달 산업은행에게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의 차입금을 출자 전환하고, 최신 기술 도입 및 신규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28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구조조정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다만 산은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17.02% )만큼인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함께 요구했다.

정부는 GM 본사의 향후 행보에 따라 지원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한국지엠 지원을 위한 3대 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산은은 지난 20일 나온 한국지엠 경영실사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지엠 장기계획에 대한 GM 본사의 진정성을 평가해 자금 투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중간보고서에는 한국지엠의 계속 기업가치가 청산가치 크다는 판단과 함께 오는 2020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노사 간 비용 절감에 따른 합의와 함께 GM 본사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관건은 GM 본사의 출자전환 관련 차등감자 여부다. GM이 27억 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면 현재 17.02%인 산은의 지분율은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비토권 등 GM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잃는다.

이에 산은은 GM이 출자전환과 동시에 최소 20대 1의 차등감자를 하라고 역제안 했다. GM 지분을 85% 밑으로 묶어두려는 계산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은 보통주 지분 15% 이상이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어 GM의 생산시설을 한국에 묶어둘 방책이 된다. 산은은 차등감자를 선행해야 5000억원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GM 측은 차등감자 요구는 어렵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대신 신규 투자와 관련, GM이 대출 형태로 지원하고 산은은 유상증자를 해 차등감자 없이도 지분율을 15%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은은 신규 투자 방식이 같아야 한다며 양쪽 다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수 주주인 산은이 대주주인 GM을 견제할 유일한 방편인 비토권 부활 여부는 향후 정부와 GM 간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3일 "경영 실패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인 '올드 머니'에 대해서는 산은이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GM이 출자전환을 하면 산은 지분율이 낮아져 조정을 해야 하는데 난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와 산은은 GM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남을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GM 측에 한국지엠 지원 조건으로 최소 10년 이상 한국에서 철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금만 챙기고 철수하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먹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협상의 주된 내용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오는 27일까지 투자 확약을 체결하자는 GM 측의 요청에 대해서는 한국지엠 최종 실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간 실사보고서가 나온 상태지만 최종 보고서는 다음달 초 예정된 만큼 그 전까지는 확약에 신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두 약속이나 조건부 MOU 등의 방식으로 사전 합의에는 도달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 중간보고서가 만족스러울 경우 27일까지 구두 약속이 됐든 조건부 협약(MOU)든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임단협 합의에 따라 GM 본사 차원의 신차 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통해 부평과 창원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차량 2종을 투입하는 데 합의했다. 또 부평공장의 미래 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한 '부평 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이에 부평1공장에서는 내년 말부터 트랙스 기반의 신형 SUV 차량이 생산에 돌입한다. 창원공장에서는 2022년부터 CUV 차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차 2종이 투입되면 2022년께부터는 한국지엠의 생산량이 50만대 규모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계속 하락해온 한국지엠 생산량은 내년 37만대 규모로 떨어질 예정이었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도출된 잠정 합의안을 토대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원 투표일을 정한 뒤 오는 25~26일께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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