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내 사랑~지자체‧기관”…4년 간 출연금 5천억, 출혈경쟁‧고객부담 비판↑
[이지 돋보기] 은행권, “내 사랑~지자체‧기관”…4년 간 출연금 5천억, 출혈경쟁‧고객부담 비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9.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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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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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기관 영업’이 과열 양상이다. 선정 과정에 쏟아 붓는 출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관 영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나 대학교 및 병원 입점 등을 골자로 한다.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권이 최근 4년 동안 협력 사업비나 후원·기부금 명목으로 기관에 지급한 금액은 56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도한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과 함께,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제출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은행의 이익제공공시를 분석한 결과,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 간 이들 은행이 기관에 제공한 출연금(합계 10억원 이하 제외) 규모는 총 5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에 제출되는 이익제공공시는 지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은행이 업무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한 금전·물품·편익 등을 제공할 때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익제공공시는 한 기관에 제공된 금액의 합계가 10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공시 의무가 있다. 때문에 공시 대상이 아닌 10억원 이하의 출연금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의 출연금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공시 의무가 시작된 2014년 850억원에 불과했던 출연금은 지난해 1967억원으로 131.4%(1117억원) 급증했다. 더욱이 올해 서울·인천 등 대규모 지자체의 금고 선발이 있었던 만큼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181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까지 출연금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 금고를 지속해서 맡아온 이유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이밖에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주택기금,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다양한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전국에 가장 많은 지자체 금고를 보유한 NH농협은행이 1612억원, 올해 서울시금고 1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이 1299억원을 지출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 566억원 ▲IBK기업은행 176억원, ▲KB국민은행 15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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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내놓은 곳은 대부분 지자체나 정부기관, 대학교, 병원 등이다. 금고 선정이나 주거래 은행, 입점 등의 이유로 지출을 하고 이후에도 협력 사업비나 발전기금, 후원금 등으로 지속해서 출연금을 제공해 거래를 유지하는 것.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면서까지 기관영업을 단행하는 이유는 은행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우량고객 확보에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대학교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해당 기관의 자금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기관에 소속된 직원이나 학생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등의 이점을 얻는다.

더욱이 큰돈을 굴리는 지자체의 금고지기가 되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수신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출연금 경쟁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수십억원의 투자 대비 그만한 수익성을 거두지 못한다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대학 입점 및 거래 유지를 위해 연간 수십억원씩을 쏟아 붇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은 직장인 등 일반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어 고객 수 증가에 비해 안정적인 수신 금액 확보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방학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에는 해당 영업점의 수익률이 감소하는 등 리스크도 있다. 여러모로 출혈을 감수하는 영업 행태인 것.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주거래은행이나 지자체 금고와는 달리 대학교나 중·소 병원 등 입점은 당장에 눈에 띄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며 “수익성보다는 미래고객 유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러한 출혈경쟁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불필요하게 비용이 많이 나가면 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일반 예금고객에게 돌아갈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탓이다. 은행들이 입점 기관 직원이나 관계자에게 우대형 특판 상품 등을 제공하는 관행도 형평성 논란과 더불어 일반 고객의 이익 감소로 해석될 수 있는 것.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에 대해 “은행들의 과당 경쟁으로 발생한 손실은 결국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들이 무작정 경쟁에 휘말리지 말고 신중한 손익계산 후에 투자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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