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영국산 맹수 재규어XJ와 함께 럭셔리한 1박2일을 보냈다.
재규어의 매력에 푹 빠지며 떠오른 단어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B급 첩보 액션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다.
기자는 이 대사를 이렇게 고치고 싶다. “Jaguar Maketh Man.” 재규어가 사람을 만든다.
사랑에 빠질 때 3초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첫인상부터 사로잡혔다. 시승기라는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봤을 때 그냥 멋있다. 압도적인 디자인. 거친 섹시미가 아닌 정장 입은 지적인 섹시미, 킹스맨이 연상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동차의 눈 LED 헤드램프의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다. 이전 세대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절하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뜻도 된다. 때론 변화보다 더 자극적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헤드램프 밑 부분 정도다.
중앙의 그릴도 럭셔리한 이전 세대를 그대로 계승했다. 그리고 그릴 한복판에는 언제나 그렇듯 재규어의 상징 엠블럼이 “나 재규어야”라고 으르렁된다. 마치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기세다.
품격
실내는 대형 세단답게 ‘최고급’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시트는 럭셔리한 소재와 그에 걸맞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조금 과장해서 한 번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착좌감이 우수하다. 수공 베니어로 장인정신의 특별함도 더했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5255㎜, 1899㎜, 1460㎜로 이전 모델(5127㎜, 1899㎜, 1456㎜)과 큰 차이가 없다. 더 커질 필요성이 없어서일 것. 이미 재규어XJ는 주차구역 선을 넘어갈 정도의 롱 바디를 자랑한다. 동급 차종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덩치가 큰 편에 속한다. 만약 더 긴 차를 원한다면 버스를 타면 된다.
최신식 디지털 대시보드는 세련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했다.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대시보드에 넣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 12.3인치 디스플레이 터치형 네비게이션은 시선 확보를 통한 안전성과 깔끔한 디자인을 모두 담았다. 센터페시아와 기어시프트도 마찬가지.
이처럼 고가의 차를 몰아본 적이 없는 기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은 곧 어색함이다. 다이얼 형태 기어시프트는 아무래도 손에 익지 않았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허리만큼 올라오는 중간 부분은 좀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뒷자리는 사실상 비즈니스석이다. 쿠션으로 된 발 받침대가 있어 한층 더 편안한 이동이 가능하다. 또 비행기나 KTX에서나 볼 수 있는 접이식 선반이 숨어 있어 노트북 이용이나 독서를 즐기기 좋다.
팔걸이에 컵홀더 등의 각종 편의기능이 장착 돼 있다는 것도 장점.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경쟁 차종과 비교했을 때 다소 비좁은 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압도
시승 구간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왕복 약 105㎞ 구간이다.
액셀을 밟았다. 잘 안 나간다. 운전 경력 8년이지만 재규어XJ에 압도됐는지 소극적이었던 모양이다. 낯이 뜨거워졌지만 아무도 못 봤으니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출발.
부드럽다. 동승자 역시 스노우보드를 타는 것 같다고.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게 일품이다.
부드러움 다음은 강렬함이다. 스포츠카의 경우처럼 우렁차지 않지만 야생의 재규어처럼 숨죽이며 으르렁거린다. 순발력은 동급 대비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강력한 힘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대형 세단의 안정적이고 묵직한 주행 능력과 주행 중 정숙함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재규어XJ의 8단 자동변속기는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Jaguar Drive Selector)로 제어된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손 안으로 올라온다. 특히 다이내믹 모드에서 즉각적인 반응과 빠른 가속을 느낄 수 있다.
최고급 세단에 모든 안전보조시스템이 적용된 것은 당연하다.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유지 어시스트,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으로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이 있어 졸음을 느낄 때 휴식을 취하도록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2열의 잠금 시스템(차일드락)은 자녀가 있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 한 장치다. 아이의 실수로 문이 열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보조시스템도 있다. 평행과 직선 주차가 모두 가능하다. 헤이리예술마을 주차장에서 주차보조시스템을 실험했다. 기대 이하다. 시스템 적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 복잡한 마트나 백화점 주차장이라면 경적과 아우성을 각오해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사양은 상식을 넘어선다. 최신식 모델답게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를 이용한 컨트롤이 매우 자연스럽다. 차량 내부에 영구적인 Wi-Fi 핫스팟을 만들어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가장 신선한 건 아무래도 전 시트에 적용된 안마 시스템. 개인적으로는 주행 중 운전석에 등을 계속 밀착시킬 수 없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보조석의 동승자는 “차에서 안마를 받다니 신세계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5단계의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스포츠카는 빨리 달려야 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공간 활용 등이 좋아야 하듯, 대형 세단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
여기에 편의사양 및 안전사고 예방 장치까지 더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규어 플래그십 XJ는 대형 세단의 대명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가 대세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재규어는 늘 특별한 존재다.
주류는 아니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 특성이 재규어XJ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