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말’ 많고 ‘탈’ 많은 ‘체험형 인턴’ 확대 왜?…“문 정부 눈치 살핀 ‘억지춘향’!”
[이지 돋보기] 은행권, ‘말’ 많고 ‘탈’ 많은 ‘체험형 인턴’ 확대 왜?…“문 정부 눈치 살핀 ‘억지춘향’!”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1.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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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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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체험형 청년 인턴(이하 체험형 인턴)’ 채용 확대를 앞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 정책에 발맞춰, 정규직을 확대해 왔는데, 체험형 인턴 채용까지 나서면서 비용 및 관린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직접 고용과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다. 체험형 인턴 근무기간은 1개월~6개월 수준으로 짧다. 또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채용형이 아닌 말 그대로 체험형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고용 착시효과를 부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로 향할 비판이 은행권으로 향한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치 않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오찬 자리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고자 겨울을 맞이해 체험형 인턴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단기 일자리 확대 방안과 발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부터 신규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등 ‘고용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5300명을 늘리겠다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체험형 인턴은 공공기관에서 시행 중인 ‘청년인턴 제도’ 중 하나다.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공공기관 청년 인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채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정부출연기업 등에서 미취업 청년층을 인턴으로 채용해 일자리와 직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청년인턴 제도는 체험형 외에도 ‘채용형’ 방식이 있다. 채용형 인턴은 정식 고용을 목적으로 모집해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일정 기준 이상의 근무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진다. 반면 은행권이 도입하려는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채용이나 재계약 없이 특정 기간 동안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등록된 3개(KDB산업‧IBK기업‧한국수출입은행) 국책은행의 ‘신규채용·유연근무·청년인턴 채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3년간 이들 은행에서 선발된 청년 인턴은 2415명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체험형 인턴’으로 선발돼 인턴 종료 후 정규직 전환 등 직접 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낙연(앞줄 왼쪽 다섯번째) 국무총리와 은행장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앞줄 왼쪽 다섯번째) 국무총리와 은행장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봉

체험형 인턴은 질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채용 기간이 1~6개월로 매우 짧다. 급여 수준도 형편없다.

실제로 국책은행들의 올해 하반기 청년인턴 채용 공고를 보면 보통 주 35~40시간, 1일 7~8시간 전일제로 근무한다. 일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다. 반면 급여는 세전 기준 ▲KDB산업은행 월 190만원 ▲한국수출입은행 월 160만원 ▲IBK기업은행 월 150만원이다.

산은을 제외하고 수은과 기업은행에서 4대 보험료 등 근로자 부담 부분을 제외하면 청년 인턴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130만~140만원대로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이다. 때문에 정부의 체험형 인턴 확대는 제대로 된 고용 창출이 아닌, 질 낮은 단기 일자리 양산을 통한 땜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조위원장은 “중‧장기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단기 일자리를 늘려 제공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 한다”며 “고용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채용에서도 큰 변별력을 갖지 못하는 체험형 인턴이 청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일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신규채용 확대 등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턴 제도의 도입은 부담만 늘리는 꼴이라는 것.

실제로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2700명으로 지난해(2180명)보다 23.9% 늘었다. 또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은행권 일자리 펀드’에 3200억원을 출연하는 등 고용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인턴 제도까지 도입된다면 급여는 물론 모집과 면접, 선발, 연수, 업무 체험 진행 등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은행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청년 인턴제도가 도입된다면 급여나 기간 등은 다른 곳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학생이나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는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제도겠지만,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겉으로는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지만, 다른 방안도 아니고 굳이 정부가 추진하는 참여형 인턴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요구가 있지 않았겠냐”며 “결국 은행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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