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고령층, “인터넷銀? 우리에겐 빛 좋은 개살구라네”…가입자, 100명중 2명 불과
[이지 돋보기] 고령층, “인터넷銀? 우리에겐 빛 좋은 개살구라네”…가입자, 100명중 2명 불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4.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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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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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케이(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고령층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로 출범 2돌은 맞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적이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거래서비스를 제공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몰고 왔다.

반면 고령층에게는 가입 자체가 고역이다. 가입자가 100명 중 2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은행 모바일앱을 다룰 줄 아는 고령층조차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익히고 다루는 험로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 소외계층 양산을 막을 수 있는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고령층 대상 금융 교육 실시 등 개선에 나선 상황.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2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부터 제출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연령대별 이용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두 은행의 전체 가입자 899만4747명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은 17만2819명으로 1.92%에 불과했다. 100명 중 2명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연령대를 5년 더 높이면 비중은 더욱 낮아진다. 65세 이상 이용자 수는 5만8609명으로 0.65%에 머물렀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가 총 가입자 810만4365명 중 ▲60세 이상은 15만1304명으로 1.87% ▲65세 이상은 5만1086명으로 0.63%만 이용하고 있었다.

케이뱅크는 전체 이용자 89만382명 중 ▲60세 이상 2만1515명(2.42%) ▲65세 이상 7523명(0.84%)이었다. 케이뱅크의 고령층 비중이 소폭 높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고령층의 저조한 이용률은 가장 인접한 연령대인 50대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두 은행의 50대 가입자 수는 총 73만3538명(카카오뱅크 64만7558명, 케이뱅크 8만5980명)으로 8.16%였다. 50대 역시 10명 당 1명꼴밖에 안 되지만 60대 대비 비중이 4배 이상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은 20~30대였다. 30대 가입자가 293만4758명(32.63%)로 가장 많았다. 20대도 279만9395명(31.12%)이었다. 2030세대가 전체 고객 의 63.75%를 차지하고 있는 것. 장년층인 40대 이용자 수도 191만1321명(21.25%)로 적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경험

고령층의 전체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보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입 비중이 낮은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12월 국내 성인남녀 2597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3개월 내 모바일뱅킹 이용경험이 있는 60대는 13.1%로 집계됐다. 10명 중 1명이 조금 넘는 꼴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가입 비중보다는 훨씬 높다.

즉,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고령층이라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을 사용하는 이모(60․여)씨는 “현재 이용하는 은행 어플리케이션(앱)도 사용 방법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데다, 아직도 계좌 조회나 이체 등 간단한 기능만 이용할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앱을 써보고 싶어도 혼자 가입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고, 사용법을 또 익히는 것도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층의 디지털금융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관련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내년까지 최대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 현상이 계속된다면,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은 온전히 젊은이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금융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은 계좌 이체 등에서 수수료를 면제한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은 이체를 할 때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500원~1000원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발품과 시간은 덤이다. 최신 기술을 따라잡지 못 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거래가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소외계층은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소외계층이 겪을 수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들을 위한 금융 소비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고령층 고객을 늘리고 이들의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전문 금융 상담 직원을 둬 어르신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고, 원격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고령층 고객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노인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어르신 대상 금융교육을 전개하고, 어려운 용어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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