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12%가 담보로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담보로 잡힌 주식이 1조8000억원 이상 늘었다.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담보 비중이 90%를 넘었고 DB와 다우키움, 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도 50% 이상이었다.
개인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를 담보로 잡힌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를 비롯해 19명의 담보 비율이 90%를 넘었다. 오너 중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1조295억원으로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넘었다.
2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달 20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1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조8672억원(20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유지분 가치 81조175억원의 1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주식담보 금액 역시 8조159억원에서 23.1%(1조8512억원) 증가했다. 지난 2016년말 9.4% 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경영자금 또는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를 위한 목적 등에 따른 것이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거나 심할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룹별로는 두산 오너일가 주식담보 비중이 91.1%로 가장 높았다. 90%를 넘는 그룹은 두산이 유일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84.3%) ▲효성(75.6%) ▲DB(71.0%) ▲다우키움(53.9%) ▲현대중공업(53.5%) ▲유진(52.3%) 등의 순이었다. 주식담보 비중이 50%를 넘는 곳은 이들 7개 그룹이었다.
이밖에 한화(44.8%), SK(39.0%), 롯데(37.3%), OCI(27.9%), 한라(26.3%), CJ(25.6%), 세아(20.8%), 동국제강(20.4%), LG(20.2%), GS(17.6%), 애경(16.6%), 코오롱(15.8%), 한진(15.8%), 셀트리온(13.4%), 한국테크놀로지(13.0%) 등도 주식담보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태광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전무했고 영풍(0.02%), 삼성(0.2%), KCC(0.3%) 등도 1% 미만이었다.
개인별로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보유주식의 100%를 담보로 제공했다.
다음으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99.93%)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99.26%)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99.13%)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98.3%)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부인인 강신애씨(9828%)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98.12%)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각 98.09%)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담보 비중 상위 10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두산그룹 오너일가였다. 톱10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석원 두산 부사장(98.09%)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98.01%),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97.75%),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90.45%) 등도 담보 비중이 90%를 넘었다.
담보 금액이 가장 많은 오너일가는 최태원 SK회장으로 1조295억원에 달했다.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는 총 2조7789억원이다. 담보 비중은 37.05%였지만 담보 금액이 1조원 이상인 오너일가는 최 회장이 유일했다.
이어 ▲구광모 LG 회장 7938억원(43.14%)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7375억원(48.61%) ▲조현준 효성 회장 5256억원(79.96%) ▲조현상 효성 사장 4441억원(85.46%)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3632억원(13.39%)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3343억원(92.71%) ▲이재현 CJ 회장 3238억원(26.38%) ▲김준기 전 DB 회장 2817억원(95.60%) ▲신동빈 롯데 회장 2697억원(31.27%) 등의 순이었다.
한편 2016년말 대비 주식담보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오너일가는 신격호 롯데 명회회장으로 주식담보가 전무했지만 올 들어 보유주식의 93.36%를 담보로 제공했고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역시 92.71%포인트 상승했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최성환 SK 상무도 각각 88.53%포인트, 84.32%포인트씩 담보 비중을 확대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